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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29861
    작성자 : ^^;
    추천 : 203
    조회수 : 3010
    IP : 210.222.***.226
    댓글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6/04/28 09:23:09
    원글작성시간 : 2006/04/27 22:50:54
    http://todayhumor.com/?humorbest_129861 모바일
    건강과 아내를 다 데려간 게임.(싸이월드 펌)
    하얀 건물로 들어 섰다.

    매케한 약품 냄새들로 얼룩진 이 곳은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아파서 찾는 병원...

    중환자 대기실에 들어 선 시간은

    오늘 정각 12시...




    냉랭한 얼굴을 한 간호사에게 하얀 가운을 받아서

    양복 위에 걸치고 간단히 몸에 소독을 하고는

    병원 슬리퍼를 꺼내서 중환자실에 들어섯다.

    길게 늘어선 침대들 사이에 많은 환자들이

    기계의 힘에 의지하여 누워있는 자태와

    그 기계들이 일으키는 삑삑대는 소음소리들...

    마치 세상 끝에 왔다는 기분이 여기에만 오면

    항상 뇌리 속에서 아우성친다.




    오른쪽 끝 모서리 침대에 형철형님이 누워 계신다.

    리니지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나에게 말을 걸었으며

    처음으로 나에게 사활이란걸 주셨으며

    처음으로 혈이란 곳에 가입을 해 주셨던 군주님.

    성품이 조용하셔서 혈원도 6명만 받으시고는

    "북두칠성회"라는 모임을 만드셨고

    서로가 힘들고 어려울 때 언제나 친형제 이상으로

    게임으로나 현으로 도움을 주시기에

    전혀 아낌이 없으셨던 형님...




    폐암말기...




    작년 1월 어느 날,

    형님과 나는 이웃하는 도시에 사는 탓에

    자주 만났기에 게임, 현생활등으로 친분이 두터웠고

    서로가 친형제 이상으로 생각하는 사이였기에

    매서운 추위를 뚫고서 나에게 전화를 하셨던 것이었다.

    술 한 잔 하자고...

    형님은 술,담배를 전혀 못하셨기에 나는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있나보다라고 생각하며 무거운 걸음으로

    약속 장소의 술집에 들어서는 순간,

    형님은 술에 반 쯤 취해 계셨고 입에는 담배가 물려 있었다.

    즈으기 놀란 나는, 무슨 일이 있냐고

    거듭거듭 물었지만 형님은 술만 권하셨다.

    나보고 빨리 취해야 말을 할 수 있다고 하시면서...





    시간이 흐름을 의식하면서 나는 형님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무척 조바심을 내면서

    권하는 술을 마다않고 취하도록 노력을 했다.

    하지만 그 날따라 술은 전혀 취하지 않았고

    정신만 더욱 또렷해짐을 느꼈다.

    "나, 오늘 이혼했어..."





    형님은 가업으로 떡장사를 젊으셨을 때부터 하셨고

    무진 고생을 많이 하면서 떡을 상품화하는데 성공하셔서

    백화점,대형할인점에 납품하시면서 제법 탄탄한 사업가로

    업계에선 명망이 높으신 분이셨다.

    재작년엔 공장도 제법 크게 확장을 하셨고

    조용하고 어진 성품이시라 사회에 봉사도 많이 하셔서

    감사패등도 상당히 많이 받으신 분이라서

    이혼했다는 소리가 믿기지를 않았다.

    왜 그랬냐고 물었다.

    또 말씀이 없으셨다,

    그냥 그렇게 되었다라는 뉘앙스만 남긴 채...




    형님은 부지런하신 분이셨다.

    새벽에 일어나셔서 공장 주위를 직접 빗자루를 들고서

    말끔히 청소를 하시고 정문에서 직원들 출근을 일일이 맞으시면서

    미소로서 가벼운 인사와 담소로 아침을 여셨고

    사무실 일은 다른 직원을 시키시고 자신은 항상

    현장에서 일하는 일벌레셨다.

    틈나면 간간히 게임 안에 오셔서 우리들을 챙겨주시고는

    이내 나가셨던 분이셨다.




    형님의 고백이 시작되었다.

    형수님과의 결혼은 부모님들간의 약속으로

    그렇게 부부의 연을 맺으셨다고 하셨다.

    형님의 부지런함으로 형수님은 윤택한 생활과

    비교적 유복한 집에서 태어난 덕분에 사치성이 농후하셨고

    친구들을 좋아하셔서 밖으로 나가시는 것을 좋아 하셨다.

    힘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텅 빈 집에서

    형님은 그렇게 형수님을 기다리셨고

    형수님의 늦은 귀가가 잦아질수록 형님은

    더욱 게임으로 소일하시게 되셨고 그러던 중에

    게임 속에서 아시는 여자 분이 생기셔서

    친하게 지내시다가 그 분과 가상으로 결혼식까지 하시게 되었다.

    그 사실을 형수님이 아시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저 게임속의 여인으로만 생각하셨던 형님께서

    형수님의 의부증이 깊어갈 수록 그 병을 어루만지시지 않으시고는

    더욱 더 게임 속의 여인과 친하게 지내며

    형수님의 의부증에 기름을 뿌리고 마셨다.




    결국은 형수님께서 가출을 하셨다.

    집에 있는 것을 몽땅 가지고 행방을 감춰버리셨다.

    슬하에 1남을 두신 분이 의부증을 못이겨서 모질게도

    아들을 남기고 몇 개월 동안 행방을 감추셨고

    전화로 형님을 이혼으로 몰고 가셨고 형님은 결국은

    그 이혼에 합의해 주고 거금의 위자료까지 챙겨서

    잘 살아라는 한 마디의 말을 하고는 오늘 법적으로

    정식 이혼을 했다는 고백을 하셨다.




    그 후 형님은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만 계셨다.

    간혹 찾아 뵈면 그 특유의 환한 미소를 잃으시고

    재털이엔 담배꽁초가 수북하게 쌓일만큼 피시고

    빈 캔맥주 깡통과 소주병은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고

    회사의 일은 다른 사람에게 전임을 시키고는

    자신은 완전히 게임 속에 빠져서 살으셨다.

    그리고 몇 달 후엔 회사를 정리하시고

    돈 생겼다면서 우리들을 다 불러서 밥과 술을 사시면서

    이제 이런 자리가 오기 힘들다겠다는 한 마디 하시고는

    계속 술만 마신 날이 있었다.





    그 날 이후 두어달이 흘렀다.

    까마득히 잊었던 형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병원이라고 부탁할 게 있다고 오라고 하셨다.

    병원? 무슨 일일까하는 의구심에 한걸음에 달려갔다.

    여느 병자들과 마찬가지로 팔엔 링거를 꼽으셨고

    누워서 멍하니 상념에 잠기신 모습이 내가 본 병원에서의 첫 모습이셨다.

    인사를 하니깐 그 때서야 비로서 특유의 환한 미소로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많은 대화를 했지만 정작 자신의 병명은 말씀하시지 않고

    캐릭을 정리하면 현금 얼마나 될까 하시고 물으셨다.

    그러시면서 부른 이유는 캐릭 정리해서 현금으로 만들어 달라고 하셨다.




    3년 8개월을 게임하셨다.

    47랩 군주가 캐릭창 제일 앞에 있었고

    그 옆에 61랩기사 그리고 요정,법사...

    떨리는 마음으로 캐릭으로 접속하고 장비를 확인했다.

    계산을 해보니 대략 2억9천만 아덴 정도가 되었다.

    차마 정리를 하지 못한 나는 혈원들과 상의를 했고

    결국 캐릭은 손대지 않고 100만원씩 모으자는 결론을 냈다.





    600만원을 봉투에 넣고 다시 형님을 찾았을 땐

    형님은 중환자실로 옮겨진 상태였다.

    며칠 전 보다 훨씬 안 좋은 눈동자로 나를 올려보시면서

    희미한 웃음을 띄우며 내가 내민 봉투 안에 같이 넣으라며

    짧은 글이 있는 편지지와 몇 억이 넘는 돈이 든 통장과 도장을 건네주시고는

    형수 찾아서 건내주라는 말 한마디하시면서 전화번호를 주셨다.

    그리고 자기처럼 몸과 정신을 황폐화시키고

    소중한 가정을 버리면서 게임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의 모습을 글로 적어서 많은 사람에게 보이라고 하셨다.




    경기도에서 어렵게 형수님과 마주했다.

    형님의 소식을 전했다.

    가슴 깊은 통한의 눈물을 흘리셨다.

    그리고 그 길로 곧장 나와 함께 형님의 곁으로 갔다.

    울며 불며 매달리며 잘못했다고 형님의 머리맡에서

    오래도록 진한 회한의 눈물을 흘리시던 형수님을 뒤로하고

    나 또한 화장실에서 긴 눈물을 흘렸다.




    ----------------------------------------



    술을 마신 탓에 형님이 얘기하실려는 뜻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너무 존경했고 너무 모범적이라고 느꼈던 형님이 이제

    시한부 판정을 받으시고 오는 토요일 병원에서 퇴원을 하십니다.

    제가 여기에 그저 남의 얘기하 듯 쓴 글을 형님이 보시면 실망을 하시겠지만

    저의 부족한 표현력으로는 생업과 자신의 본분을 잃고서

    아니, 자신의 건강까지 황폐화시키면서 까지 게임에

    모든 것을 잃는 사람들에게 채찍질을 할 방법이 없네요.

    인생은 유한합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다면 그 유한의 테두리에서

    지금의 자신을 바라보며 그 자신에게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그런 인생을 꾸려가라는 형님의 소중한 부탁을 말하고 싶네요.

    우리는 게임 안에서 소중한 것을 얻고 친구도 얻지만

    깊이 빠지면 시간,돈,젊음,건강,마음까지 다 잃게 됩니다.

    웃으며 게임하는 자세와

    내 편, 적 편으로 갈라서 밤새며 게임하는

    자신의 자화상을 깨우쳐서 정작 자신이 서야할 자리에

    모두들 서서히 복귀하시길 바라는 뜻에서

    두서없고 지리한 글을 올렸습니다.죄송합니다.

    형님의 기적같은 소생의 기도를 올리며 이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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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4/27 22:55:42  203.152.***.144  색녀와나뭇꾼
    [2] 2006/04/27 23:19:07  211.206.***.37  Asuka
    [3] 2006/04/27 23:24:03  210.101.***.42  
    [4] 2006/04/28 00:10:27  211.194.***.235  
    [5] 2006/04/28 00:23:35  221.139.***.66  
    [6] 2006/04/28 02:03:51  58.239.***.76  
    [7] 2006/04/28 07:57:38  203.132.***.213  
    [8] 2006/04/28 08:30:14  222.114.***.161  별e
    [9] 2006/04/28 09:06:36  211.196.***.1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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