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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istory_12985
    작성자 : Belisarius
    추천 : 22
    조회수 : 1534
    IP : 24.55.***.225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3/12/13 02:30:48
    http://todayhumor.com/?history_12985 모바일
    삼국을 통일한 진(晉) 제국 - 14
    이어서 쓰는 유연(劉淵) 편.
     
     
     
    - 유연(劉淵) 2편 -
     
     
    유연.jpg
     
    유연(劉淵) 삽화.
     
     
     
    조조(曺操)의 지침으로 흉노 왕족의 아들들(특히 장남)은 필히 중국에 볼모로 보내져야 했다는 것은 앞서 언급했다. 유연 역시 아버지 유표(劉豹)가 좌부(左部) 흉노의 선우(單于 : 흉노 말로 부족의 우두머리를 칭하는 말이다)였기에 그에 따라 진(晉)으로 볼모로 보내진다.
     
    전 편에서도 그렇고 계속해서 '볼모생활' 이란 표현을 써 볼모로 보내진 흉노왕족의 자식들이 마치 푸대접 받으며 무시당하고 살았던 것처럼 느껴지는 감이 없잖아 있다. 실상은 그 반대다.
     
    오히려 중국의 고위층 인사나 당대의 명사(名士)들, 나아가서는 황실의 황족들과도 교류시켜주며 황제와도 면대시켜주어 상류층의 삶을 영유하게 해줬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의 아들을 인질로 중국에 보냈던 흉노의 우두머리들이 자신의 자식들이 중국에서 대접도 제대로 못받으며 개고생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어떻게 나올지를 한번이라도 생각해본다면 답은 나온다. 이 방침의 근본적인 목적이 우호적인 외교관계의 유지임을 감안한다면 매우 당연한 조치라 하겠다.
     
    이런 연유로 유연의 진(晉)에서의 생활도 그리 녹록치는 않았다라는 것이다. 오히려 기록을 보면 유학생활에 가까웠음을 알 수 있다.
     
     
    최유(崔游)에게 가르침을 받아 유교경전과 제자백가에 능했고 문무를 겸비하여 그 이름이 조정의 대신들과 황제가 논할 정도였다. - 진서 유원해기
     
     
    기록에서 묘사된 유연의 비범함은 뒤로하고, 그가 당대 최고의 유학자였던 최유(崔游)란 학자에게 가르침을 받았다는 것이 위에서 말한 바를 증명해준다 하겠다.
     
    가르침을 받아 문무에 탁월한 재능을 보인 유연은 기록대로 조정은 물론이고 황제, 당시는 무제(武帝) 사마염(司馬炎)도 유연의 이름을 들을 정도였다고 하니, 실로 그 능력이 뛰어나기는 했었는 듯 하다.
     
    어찌나 걸출한 인물이었는지 심지어 사마염은 유연에게 오(吳) 정벌까지 맡기려는 모습도 보인다.
     
     
    "유원해(劉元海 : 원해(元海)는 유연의 자(字))의 용모를 살펴보니, 비록 진(秦)의 유여(由余)나 한(漢)의 김일제(金日磾)라도 그보다 더 나을 수는 없겠소."
     
    왕제(王濟)가 대답했다.
     
    "원해(元海)의 용모는 실로 말씀하신 대로이나 비단 용모 뿐만 아니라, 그의 문무 재간은 그 두 사람보다 훨씬 더 낫습니다. 폐하께서 만약 그에게 동남쪽의 일을 맡기신다면 오회(吳會 : 오(吳)나라를 의미)는 족히 평정할 것입니다."
     
    무제(武帝)가 이를 칭찬하며 옳게 여겼다. - 진서 유원해기
     
    왕제라는 신하는 참고로 삼국지연의에서 오(吳) 정벌 무렵에 짤막하게 나오는 왕혼(王渾)의 아들이다. 무제 사마염의 사위이기도 했다. 유연의 외모가 옛날 유여와 김일제라는 전대의 명신(名臣)들보다 낫다고 칭찬하자 왕제가 맞장구 치며 그 재능은 그들보다 한수 위라고 추켜세우는 장면이다. 그리고 당시 진(晉)에서 계획하고 있던 오(吳) 정벌을 유연에게 맡기면 능히 해낼 것이라고까지 한다. 그리고 사마염은 진짜 그러려는 듯 옳다고 동의한다.
     
    그 재능을 짐작할 수 있는 기록은 또 있다. 사마염의 동생 사마유(司馬攸)가 유연은 훗날의 화가 될 것이니 미리 죽여 없애야 한다며 사마염에게 이를 권한 일이 그것이다. 유연이 들으면 뜬금없고 실로 당황스러운 얘기라 하겠는데, 사마유는 유연의 재능을 사전에 꿰뚫어보고 그런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물론 사마염이 죄없는 사람을 왜 죽이냐며 거절하기는 했지만. 훗날, 유연이 벌인 일들은, 이때 사마유가 사람보는 안목은 실로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주었던 꼴만 되었음인데, 유연도 유연이지만 연재글에서 몇번 언급한 내용이지만 비범하기는 사마유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유연을 경계할 것을 당부한 사람들은 사마유 말고도 또 있었다. 바로 위에 싣은 기록인 사마염과 왕제의 대화와 이어지는 기록과 어느정도 이어지는 기록이다. 
     
    "신이 원해(元海)의 재주를 보건대, 오늘날 그에게 비할 자가 없을 정도라 생각됩니다. 폐하께서 만약 그의 무리들을 경시한다면, 족히 일을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그에게 위엄과 권세를 내린다면 오(吳)를 평정한 뒤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봐 두렵습니다. 본래 유연은 다른 민족이니 품고 있는 마음이 필시 다를 것입니다. 그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는 것은 신의 생각으로는 매우 걱정스러운 일입니다. 만약 그가 오(吳)에 머무르며 강남의 천험함을 바탕으로 삼는다면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무제(武帝)가 묵연(默然 : 침묵)하였다. - 진서 유원해기
     
     
    무제 사마염에게 저렇게 진언한 이는 공순(孔恂)과 양요(楊)라는 신하들이다. 양요(楊)는 꽤 낯익은 이름인데, 앞서 양(楊)씨세력을 다룰때 나온 양준(楊駿)의 동생임을 아실 것이다. 
     
    기록을 해석하자면, 오(吳)를 정벌하려 함에 있어서 사마염은 유연에게도 그 일을 맡기려 했던 것 같다. 그만큼 유연을 믿었다는 뜻이다. 그러자 공순과 양요가 사마염을 만류한다. 그리고 "유연은 속내를 알 수없는 놈이니 중용하지 말 것이며 그놈에게 병력을 줬다가, 오(吳)를 이긴 후에 그놈이 옛 오(吳)나라 땅에서 강남의 험난한 지형을 끼고 반란을 일으키면 어쩔 거임?" 이런 식으로 되묻기까지 한다. 
     
     
    유연을 둔 평가가 당대에도 이렇게 엇갈리는 것으로 봐선 유연이 가늠할 수 없는 그릇이기는 했는 모양이다.
     
    대개 역사서의 인물평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고 할 수있다.
     
    어느 재능있는 인물을 두고 얘기했을때,
     
    모든 기록이 칭찬일색으로 일치한 경우.
    반대로 칭찬 <-> 무능력했다로 평가가 극과 극인 경우.
    마지막으로 그 능력은 인정하나, 그 인물의 속내나 됨됨이는 알 수가 없다. 
     
    유연이 마지막 경우가 아니었나 싶다. 어쩌면 훗날 유연에 의해 벌어질 일들은 이때부터 예언되고 있었다고 볼 수있다.
     
     
    아무튼, 유연의 이러한 진(晉)에서의 볼모생활도 아버지 유표(劉豹)의 죽음으로 끝나게 된다. 마땅히 그 후계자로서 죽은 선친의 뒤를 이어 좌부 흉노의 지도자 노릇을 해야 했기에 유연은 볼모생활을 마무리 짓고 다시 흉노의 땅으로 귀환한다. 유표의 정확한 사망년도는 알 수는 없으나, 다만 태강(太康 : 진(晉)의 연호로, 서기 280년~289년, 약 10여년간 사용된 연호) 말엽에 진(晉)이 흉노 5부(部)에 설치한 도위(都尉) 중 하나인 북부도위(北部都尉)가 되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보아, 그 무렵이 아닐까 싶다.
     
    위에서 서술한 '도위(都尉)' 라는 직책은 진(晉)이 조조가 설치한 기존의 흉노 5부에다 이를 좀더 수월하게 감독하고자 만든 직책으로, 유연이 그 중 하나인 북부도위(北部都尉)가 된 것이다. 
     
    흉노의 지도자 겸 진(晉) 왕조의 관직을 받아 자신의 부족을 다스려 나간 유연의 통치가 훌륭했는지, 무제 사마염의 사망 직후, 당시 대권을 틀어쥔 양(楊)씨 세력으로부터 그 실적을 인정받아 나중에는 흉노 5부 전체를 총괄하는 '오부대도독(五部大都督)' 으로 승진한다.
     
    이 양(楊)씨 세력이 누구를 의미하는 지는 이 연재글을 처음부터 읽어보신 분이라면 아시리라 믿어 굳이 따로 설명하지는 않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팔왕의 쟁패가 시작될 무렵, 진(晉)의 연호로는 원강(元康) 말년, 즉 서기 298~299년 경에 유연은 다시 진(晉)으로부터 영삭장군(寧朔將軍)이란 벼슬을 하사받아 진나라의 영내인 기주(冀州)라는 주(州)의 주도(州都), 업(鄴)을 지키라는 명령을 받는다.
     
    aa.jpg
     
    지도를 보면 여러 주(州)들 중에 '기주(冀州)'라는 주가 보인다. 그리고 그 주내에 표기된
    업(鄴)도 볼 수있는데, 유연이 임명된 영삭장군(寧朔將軍)이라는 장군직은 이 업(鄴)을
    지키는 전문 벼슬직이라 할 수 있다.
     
    서술한대로 한창 진(晉)이 팔왕의 난 시기에 접어들 혼잡한 무렵에 유연은 진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유연은 덩달아 팔왕의 난에 참전하게 된다.
     
    유연이 지키는 업(鄴)은 본래 팔왕 중 한명, 성도왕(成都王) 사마영(司馬穎)의 근거지였다. 임지는 그의 작위가 보여주듯이, 익주(益州)의 주도(州都), 성도(成都)였는데, 각 번왕들이 각지에서 세력을 확장하던 차에 사마영은 기주의 업을 자신의 근거지로 삼은 터였다. 다른 번왕들과의 싸움으로 병력이 감소하던 사마영은 이를 메꾸기 위해 이때부터 유연과 같은 이민족들을 끌어들여 용병으로 삼기 시작한다. 이는 꼭 사마영에게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당시 번왕들 모두가 그러했다.
     
     
    유연 같은 흉노(匈奴)족 뿐만 아니라 북방에 많던 선비(鮮卑)족, 오환(烏丸)족비롯한 여러 이민족들이 이 팔왕의 난 무렵에 용병으로서 유입되기 시작한다. 
     
     
    이렇게 강조하는 이유는 용병으로 기용되어 중원의 진(晉)으로 흘러들어온 여러 이민족들이 난이 끝난 직후에도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눌러앉아 세력을 꾸렸다는 결과를 낳았다라는 점에서 강조할 만하다.
     
    삼국을 통일한 통일제국으로 주변 이민족들에게 군림해오던 강자 진(晉)이 내란으로 쇠퇴하는 것을 난(亂)에 참전하여 직접 보고 느낀 여러 이민족들에게 진(晉)의 붕괴는 많은 것을 시사했다.
     
    한마디로 이민족들에게 "아, 얘네도 별거 아니네. 그럼 좀 건드려볼까?" 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한순간에 호구가 되어 얕잡아 보인 진(晉)은 이후로 이민족들의 거듭된 유입을 허락하다시피 한 꼴이 되어 나중에 벌어지는 영가의 난 무렵에는 눌러 앉아있던 이민족들이 저마다 세력을 이루는 결과를 불러왔다.
     
     
    유연도 마찬가지다. 사마영의 휘하의 부하장수로서 참전하여,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꼈을 터이다.
     
     
    자신의 부족, 흉노를 군림하는 종주국으로서 삼국통일이라는 대업을 완수하고 선진문물과 제도를 보유했던 선진국 진(晉)을 성장하는 청소년기에 경험하며 그 위압감에 눌려 경외심까지도 생겼을 유연이다. 하지만 그 잘나가던 나라가 하루아침에 저들끼리의 내분으로 흔들리고 있으니 기분이 어떠했을까.
     
     
    맥수지탄의 심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종의 허무감은 들지않았을까 싶다. 한때라고는 하지만 잠시나마 몸담고 있던 나라였으니까. 그러나 유연도 이민족. 어디까지나 진(晉)은 외국에 불과했다. 나라가 망해가는 것을 한탄할 일은 그 나라의 백성인 한(漢)족의 몫이지, 이민족일 뿐인 유연에게는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 다만 잘나가던 나라 하나가 망해가는 것을 보고 느꼈을 것은 다만 하나, 이 당시 여타 이민족들이 품었을 생각, "아, 얘네도 별거 아니네." 
     
    성도왕 사마영 휘하에서 활약하던 유연은 사마영이 대권을 잡아 집권하자 그에 따른 벼슬까지도 받고 거의 사마영의 사람이 되었는 듯 했다. 만약 외부로부터의 사건 하나가 벌어지지 않았더라면, 유연은 꼼짝없이 사마영에게 잡혀 나중에 죽는 사마영의 최후까지도 같이 했을 지도 모를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외부 사건이란, 바로 흉노 땅에서의 일이다.
     
     
    혜제(惠帝)가 실권하여, 도둑이 봉기하자 원해(元海)의 종조부인 북부도위(北部都尉) 좌현왕(左賢王) 유선(劉宣) 등이 몰래 의논하였다.
     
    "옛날 우리 선인(先人)들은 한(漢)과 더불어 서로 형제의 맹약을 맺어 근심과 편안함을 함께 하였다. 한(漢)이 망한 후로는 위(魏), 진(晉)이 대신하여 흥하니 우리 선우(單于)에게 실속없는 칭호를 붙여 척토지업(尺土之業 : 아주 작은 땅)조차 다시는 가지 못하여, 여러 왕후(王侯 : 왕과 제후)로부터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모두 편호(編戶 : 호적에 편제된 일반가호)와 같은 처지로 떨어진지 오래다. 이제 사마씨의 골육들이 상잔하여 사해(四海)가 시끄러우니, 바로 지금이 흥방복업(興邦復業 : 나라를 흥하게 하여 회복함) 할 때라 할 수 있다. 원해(元海)의 자질과 그릇이 절륜하고 재간과 도량이 걸출하니, 만약 하늘이 선우(單于)를 회숭(恢崇 : 더욱 넓히고 높게 하려함)하려 하지 않았더라면 끝내 이런 사람을 헛되이 낳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함께 은밀히 의논해 원해(元海)를 대선우(大單于)로 추대하였다. 그리고 그 일당인 호연유(呼延攸)를 업(鄴)으로 보내 그 모책을 고하였다. 원해는 이를 듣고 승낙하여 사마영(司馬穎)에게 고향으로 돌아가 회장(會葬 : 모여서 장례를 치름)하기를 청했으나 사마영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유연은 호연유에게 명하여 먼저 돌아가서 5부(五部)를 불러서 집결시키게 하고 의양(宜陽 : 사주(司州)의 어느지방)의 여러 호(胡)를 끌어모아 겉으로는 사마영에게 호응한다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그를 배신하고자 하였다. - 진서 유원해기
     
    해석하면 이렇다. 유연의 종조부인 유선(劉宣)이 여러 흉노 족장들과 모여 논의를 했다. 그 내용은 알기 쉽게 풀이하자면..
     
    "위(魏)-진(晉)이 세워진 이후로, 그들 때문에 우리 흉노는 쇠퇴하여 지도자라는 작자는 진(晉)의 관직이랍시고 받아 고향 땅으로 돌아오지도 못한채 애꿎은 외국에서 뻘짓 중이고 흉노왕족이나 일개백성이나 너나 할 것 없이 죄다 거지가 된 마당이다. 지금 사마씨의 진(晉)나라가 개판 오분 전 꼴로 정신도 못차리는 판국이니 우리 다시 유연을 대선우로 추대해서 잘살아봅세." 
    그래서 호연유(呼延攸 : 유연이 남흉노의 왕가인 호연씨와 결혼했음은 전편에서 언급했다. 이 호연유는 유연의 아내인 호연씨의 동생으로, 유연의 처남이 된다)라는 사람을 보내 유연을 모셔오게 한 것이다.
     
    하지만 기록에 나와있는대로 그냥 무턱대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면 사마영이 안받아줄 것 같으니까, 고향 친지 중에 어느 한사람이 죽어 장례를 치르러 가겠다고 핑계를 댔는데 그것마저 거절당한다.
     
    그래서 안되겠다 싶어 우선 처남 호연유에게 먼저 돌아가 흉노 5부를 집결시켜두라 이르고는, 자신은 사마영에게 사주(司州 : 당시 수도 낙양과 그 일대의 지방을 이른다)에서 다른 병력들을 모집하여 돕겠다고 구라를 쳤지만 배신을 맘먹고 있었다라는 것.
     
     
    사실상 이때부터가 유연의 본심이 드러나는 때라 할 수있다. 그동안 몸소 팔왕의 난을 겪으며 진(晉)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 판단하여 훗날의 야망을 이룩하기 위하여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그리고 그 야망이 흉노의 재건과 진(晉)을 몰아내는 것임을 우리는 암묵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병주자사(幷州剌史) 동영공(東嬴公) 사마등(司馬騰)이라는 황족과 안북장군(安北將軍) 왕준(王浚)이라는 장군 둘이서 합세하여 당시 집권자였던 사마영에 대항하여 싸울 때의 일이다. 사마등(司馬騰)은 사마의의 동생인 사마규의 손자이며, 동해왕(東海王) 사마월(司馬越)의 동생이고, 왕준은 병주(幷州)라는 주의 군벌이었다. 병주가 어디있는 주(州)인지는 위에 첨부한 지도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병주자사(幷州剌史) 동영공(東嬴公) 사마등(司馬騰)과 안북장군(安北將軍) 왕준(王浚)이 군대를 일으켜 사마영을 치니, 유원해(劉元海)가 사마영에게 말했다.
     
    "지금 두 진(鎭 : 사마등과 왕준을 이른다)이 발호(跋扈 : 제멋대로 날뛰며 행동하다라는 뜻)하여 무릿수가 십만 남짓에 달하니 숙위병과 도읍 가까이의 사서(士庶 : 사족(士族)과 서민을 의미, 즉 병력)로는 능히 막아내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청컨대 전하를 위해 제 근거지로 되돌아가 흉노 5부(五部)를 설득하여 국난을 돕게 해 주십시오."
     
    사마영이 말했다,
     
    "5부의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고 보증할 수 있겠는가?  설령 동원할 수 있다 해도 사마등과 왕준이 동원한 선비(鮮卑), 오환(烏丸)이 강하고 날래니 어찌 쉽게 당해낼 수 있겠는가, 나는 승여(乘輿 : 임금의 수레란 뜻으로 황제를 의미한다)를 받들어 낙양(洛陽)으로 되돌아가 이들의 기세를 피하고 천천히 천하에 격문을 돌려 이들을 제압하고자 한다.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원해(元海)가 말했다.
     
    "전하께서는 무황제(武皇帝 : 사마염)의 아들로서 황실에 공훈을 세우고 위엄과 은혜가 빛나 사해(四海)가 전하의 풍도를 흠모하니, 어느 누가 전하를 위해 목숨을 버리고 몸을 던질 것을 생각지 않을 것이며, 어찌 흉노 5부를 동원하는 것이 어렵겠습니까!  왕준은 어린 놈의 풋내기이고 사마등은 전하와는 촌수 가 먼 남일 뿐이니 어찌 전하와 더불어 다투어 경쟁한다 하겠습니까!
     
    "그리고 만약 전하께서 만일 업(鄴)을 떠나 사람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낙양엔들 무사히 도착할 수 있겠습니까? 설령 낙양에 도착한다 하더라도 전하께 다시는 위엄과 권세가 없게 될 것이니, 전하께서 내린 격문을 어느 누가 받들겠습니까. 게다가 오환족과 선비족의 용맹함이 우리 흉노 5부보다 낫지 않으니 원컨대 전하께서는 군사들을 독려하고 달래시어 진정시키십시오. 저는 전하를 위하여 흉노 5부 중, 2부의 군사로써 사마등의 무리를 꺾고 남은 3부의 군사로써 왕준을 붙잡아 그 목을 베어 효수할 것이니, 머지않아 두 놈의 머리를 매달 수 있을 것입니다."
     
    사마영이 기뻐하며 원해(元海)를 북선우(北單于), 참승상군사(參丞相軍事 : 승상을 보좌하는 직책으로, 당시 사마영은 승상(丞相)이었다)로 임명하였다. - 진서 유원해기
     
     
    해석하자면 이렇다.
     
    유연 : "야이 반란군 놈의 새끼야, 너 거기 꼼짝말고 있어, 내가 지금 흉노 5부를 이끌고 와서 네놈들의 머리통을 다 날려버리겠어!"
     
    사마영 : "흉노 병력으로 가능할까? 쟤넨 선비족에다 오환족까지 거느리고 있어서 우리 만으로는 안되겠는데. 차라리 후퇴한 후에 낙양에서 격문 띄워서 병력을 모집한 후에 다시 싸우는게 나을듯."
     
    유연 : "당신이 낙양으로 후퇴해서 격문을 띄워본들 싸움도 피하고 도망온 겁쟁이 놈의 격문을 누가 보겠습니까. 되도 않은 소리요. 글고 우리 흉노 무시마시오. 같은 오랑캐라 해도 격이 있소이다. 선비나 오환따위는 아침 해장국 거리에 불과한 놈들이니 내가 흉노 5부의 병력을 이끌고 와서 사마등, 왕준 머리를 날리는 것이나 구경하시오."
     
    사마영 : "우왕, 굳ㅋ"
     
    이리하여 유연은 비로소 사마영의 허락을 받고 고향 흉노 5부(部)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거기서 종조부 유선을 필두로 한 흉노 족장들의 추대를 받아 서기 304년, 대선우로 추대되니 흉노족 전체의 지도자가 된 것이다. 
     
     
    원해(元海)가 좌국성(左國城)에 이르자 유선(劉宣) 등이 그에게 대선우(大單于)의 호칭을 올렸다. 20일 사이에 무리가 이미 5만에 이르렀다. 이석(離石 : 병주(幷州)의 어느 지방)에 도읍했다. - 진서 유원해기
     
    그리고 더나아가서는 그해(서기 304년) 10월에는 아예 일을 벌이는데, 이건 나중에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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