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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12935
작성자 :
계피가좋아
★
추천 :
3
조회수 : 2740
IP : 121.170.***.19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1/03/09 20:37:32
http://todayhumor.com/?panic_12935
모바일
브금주의]철두철미
사람들은 가끔씩 자신이 예상치 못한 일들에 휘말릴 때가 있다.
가령 아침엔 배가 안 아팠는데 수업을 받는 도중 배가 아파져서 곤욕을 치뤘다던가,
오랜만에 여자 친구와 맛있는 것을 먹으러 나왔는데, 알고 보니 지갑을 놓고 왔다던가하는 일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인 만큼 사람들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한 일들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나 역시 지금 이 예기치 못한 상황 때문에 굉장히 난처한 상황에 놓여있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
일의 시작은 아무래도 오늘 아침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다.
오늘 난 분명 여자 친구와(사실 여자친구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 그녀는 유부녀였고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불륜이었기 때문이다. 젠장! 돈이 웬수지..)
오전 10시에 우리 집(정확히 말하자면 그녀가 사준 ‘오피스텔’) 앞에서 만나기로 예정되어있었다.
하지만 나는 전날의 과음때문인지 머리가 굉장히 아팠고 그렇기에 약속 시간따위는 안중에 둘 여력이 없었다.
(사실 나는 건망증이 굉장히 심하다.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난 약속을 까먹었던 것 같다. 이놈의 건망증 때문에 난 언젠가 분명 큰 사고를 칠 것 같은데...)
약속을 잊어버렸으니 당연히 10시를 가리키고 있는 시계를 보고도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이것을 두고 여자친..휴..내가 말하기에도 역겹네..그냥 사모님이라고 하겠다.
하여간, 사모님은 자신과 만날 시간은 없으면서 술은 잘도 마시고 다닌다며 빈정대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당신 같으면 나이 40대 중반인 여자의 노리개 역할을 해주면서 술이 안 들어가겠는가?)
그리고 잠시 뒤, 잠에 빠져 들어가려는 찰나, 성미 급하신 우리 사모님께서는 육중하신 몸을 이끌고 친히 15층에 위치한 나의 ‘오피스텔’ 앞에 당도하셨고,
'오피스텔’ 현관 벨을 무려 8번이나 눌러대면서 나의 대뇌피질을 자극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굉장히 머리가 아팠기 때문에 조그마한 소음조차도 나에겐 천둥에 맞은 듯한 느낌으로 다가올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고 믿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무려 8번!!!정상적인 상태에서도 저 정도 소음은 견딜 수 없었을 거다!)
세상 그 어떤 성인군자가 이러한 상황에서 화를 내지 않겠는가?
나는 신경질적으로 인터폰을 켠 후에 “문 열렸으니 들어오세요.”라고 말한 후 다시 침대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사모님께서는 나에게 뭐라고 말씀하시는 듯 했지만 그 까랑까랑한 목소리조차 나에겐 소음에 가까운 고역이었으므로 최대한 이불로 소리를 막았다.
그러한 나에게 날아온 건 사모님의 천오 백 만원짜리 핸드백!!(그래도 다행인건 그녀가 더러운 손으로 날 만지지 않았다는 정도?)
남자의 자존심상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에(라기 보다는 이미 빼먹을 대로 빼먹었기 때문에)난 최대한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다.
“거 아줌마. 사람한테 이런 거 던져서야 쓰나. 줄래면 곱게 주셔야지~
그러면야 내가 ‘어이구 감사합니다.’ 하면서 뽀뽀라도 해줄지 누가 알아? 안그래?
나 오늘 머리 아프니까 그만하자구요, 앙?”
난 최대한 상대를 존중해준다고 한 건데 고상하신 우리 사모님께서는 영 마음에 들지 않으셨나본지
가뜩이나 찢어진 실눈을 치뜨고서는 나에게 쿵! 쿵!(이건 장난이 아니다. 난 정말 ‘오피스텔’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다가왔다. 그러더니 별안간
-짝
“쥐뿔도 없는 새끼 받아줬더니 뭐가 어쩌구 어째? 오호라 니가 좀 컸다 그거지?
이런 개호로새끼를 봤나..허참 어이가 없어서..”
이런 미친년이...
“아나 씨발 그래 받아준 건 고맙수. 근데 그 대신 내가 많이 봉사했잖아?
밤마다 봉사해줘, 남편 없을 때 놀아줘, 혼자 적적할 때 데이트해줘?
나 아니면 누가 아줌마같은 늙돼지한테 그런거 해줄 거 같애?
내가 말 안하려고 했는데 당신 몸에서 냄새 존나 나는거 아슈?
애무 해줄 때마다 코 막고 했어, 씨발년아. 앞으론 좀 씻읍시다, 앙? 노블레스 오블...뭐 하여간 시발 가진 게 있으면 품격이라도 있어야지, 망할년이.”
참 지금 생각해봐도 멋진 말이었던 것 같다.(아직까지도 저 노블레...는 기억이 안나지만..)
내가 강하게 나오자 그 쪽에서는 여간 당황한 눈치가 아니었다.
그렇기도 한 것이, 불륜을 이어온 지난 몇 년간 내가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모님께서는 하늘을 쳐다보면서 한숨을 쉬더니(아오!! 입 냄새!이건 정말 화학무기 수준이다.)
이내 나한테 던진 핸드백을 집어 들고는 ‘오피스텔’문 밖으로 향했다.
(사실 그 핸드백은 놓고 가길 빌었는데..지금 생각해도 참 아깝군..천 오백만원...쳇)
나는 홀가분한 마음에 다시 잠을 청하려고 침대로 향했다.
그 순간이었다.
나는 내 참을성이 끊어지는 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몸 파는 새끼 주제에 자존심은 있어가지고..‘오피스텔’방 뺄 준비나 해, 씨발 새끼야.”
분명히 말하지만 절대 ‘오피스텔’방 빼라는 말이 무서워서 지금 이런 상황이 초래된 건 아니었다.
내가 비록 이런 더러운 직업을 이어가면서 돈을 벌지만,
한 때는 나도 대한의 남아로써 아래로는 세상을, 위로는 이상을 받드는 남자였고,
‘몸 파는 새끼 주제에’라는 말은 나의 자존심을 제대로 건드리는 말이었기 때문에 참을 수 없었던 것 뿐이다.
나는 그대로 현관으로 뛰어가 그 년의 머리 채를 잡고 ‘오피스텔’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내 눈은 뒤집힌 지 오래인데다 두통은 나의 짜증을 극도로 끌어올려주었기 때문에
다음 상황에 대해선 길게 말하지 않아도 알거라고 믿는다.
--------------------------------------------------------------------
“아 씨발...덩치도 존나 커서 시체 숨기기도 힘들 텐데, 이걸 어쩌냐...”
정말 뭐같은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이 년도 생각이 있으면 불륜남 만나러 간다고 하고 나오지는 않았을 테니 여기로 찾아왔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허나 문제는 지금 거실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이 육중한 고깃덩어리를 어떻게 처리 하냐인데...
일단 내 ‘오피스텔’에 있던 장갑을 차고 혹시나 모를 체모를 대비해서 온 몸을 코트로 칭칭 싸맸다.
아무래도 아직 겨울이기에 이런 상태로 나가도 아무 의심 없으리라..
그 후에는 ‘오피스텔’ 청소를 시작했다.
여기 저기 튄 피를 모조리 닦아 놔야만 혹시 모르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한시간 쯤 ‘오피스텔’ 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나니, 사모님의 몸은 이미 새파랗게 질려가고 있었다.
(마치 돼지 마네킹을 보는 것 같아 피식 웃었다.)
그 다음은 일단 이 시체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옮겨야 하는데....
불현듯 떠오르는 단어
-술, 여자
술에 떡이 된 여자가 내 등에 업혀서 ‘오피스텔’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었기에,
난 사모님의 몸을 최대한 가린 후에 등에 업었다.
(사실 이미 올 때부터 지가 찔렸는지 얼굴을 꽁꽁 싸맨 탓에 딱히 가릴 건 없었다. 문제는 졸라 무거웠다는 거. 아직도 등골이 쑤시네.)
그 후에 나는 태연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피스텔'을 나와서 내 차에 고깃덩어리로 변한 사모님을 태웠다.
(중간에 경비아저씨를 만났지만, 나에게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고 설사 봤다 해도 우리 집에 들락날락거리던 헤픈 여자 중에 한명으로 보였으리라)
나는 그길로 곧장 사모님의 집으로 직행했다.
사모님이 ‘오피스텔’에 직접 찾아 온다는 것. 그것은 남편의 출장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즉, 지금 집에는 아무도 없다.
삼십분을 달린 끝에 사모님의 집에 도착했다.
사모님의 집은 그다지 인적이 잦은 곳이 아니었기에 안심하고 사모님을 끌어내려서 집 안으로 옮겼다.
역시 부잣집은 달라..라고 생각하며 나는 사모님을 화장실 욕조에 옮긴 후에 곧장 집 안을 들쑤셔놓기 시작했다.
(물론 사모님의 옷을 다 벗긴 후에 욕조에 쳐 넣고 물을 틀어 놨다. 그래야 혹시 모르는 증거 유출을 방지할 수 있으니..)
그렇다! 영화에서 보면 흔히 나오지 않는가?
그저 흔한 빈집털이범의 우발적인 범행으로 꾸며놓기 위한 나의 고육지책이었다.
그렇게 한 이십분을 들쑤셔 놓은 후 나는 그 무거운 고깃덩어리를 다시 거실로 옮겨놓았다.
물론 물기는 다 닦아 놓았다. 코트에 장갑까지 낀 상태로 이 무거운 고깃덩어리를 옮긴데다, 집 안을 헤집고 돌아다녀서 그런지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나는 고깃덩어리로 변한 사모님을 거실 한가운데에 모셔다 놓고 손수건으로 땀을 닦은 후에 테이블에 얹어 놓았다.
“휴..오라지게 덥네..이제 슬슬 가볼까나? 안녕히 주무십쇼, 사모님~”
--------------------------------------------------------------------
완벽! 철두철미! 논리의 상징! 세상에서 가장 냉철한 남자!
오늘의 나에겐 이러한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게 느껴진다.
알리바이 따위는 없어도 상관없다.
애초에 나와 사모님의 관계는 아무도 몰랐기 때문에 나와 사모님은 남남.
그리고 저 멍청하지만 앙큼한 년이 다른 사람에게 나를 만나러 왔다고 말했을 리도 없지.
거기다가 완벽한 범행흔적 은닉!!
!이제 범행 당시 사모님이 입었던 옷을 태운 후에 재를 화장실 변기에 흘려보낸다면
나와 사모님은 영원히 안녕!!!돈을 뺏길 위험도 안녕~!!! 난 자유다~!!!!
“아오, 더워. 오늘은 자축의 의미로 술이나 한잔 땡길까? 크하하하”
술 마실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 댄다. 흐음..돈도 생겼겠다, 오늘은 비싼 와인을 먹어볼까..
여자는 어디서 부르지? 물 좋은 나이트 알아보라고 친구한테 시켜놔야겠군.
나는 계속 흐르는 땀을 닦기 위해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찾았다.
하지만 손수건은 주머니에서 보이지 않는다.
흐음...아무래도 ‘오피스텔’에 두고 왔나보다.
이 놈의 건망증~!!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 생각에 난 언젠간 이 건망증 때문에 크게 한번 데일 거 같다. 킥킥.
아무렴 어때. 땀 정도 안 닦는다고 내가 죽는 건 아니니까.
출처
웃대 - hero창정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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