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동물인지 당신들은 알아야 합니다.
돼지도 영리하지만 털은 좀 억세기 때문에 귀여움이 덜한 게 사실입니다.
^^;;
그러나 소는 털도 부드럽고 굵은 눈망울은 그렇게 선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쳐다 봐도 질리지가 않죠.
그 색깔 또한 한우의 경우 황토색이라서 우리 자연에 너무나 잘 어울리죠.
송아지가 처음 태어나면 처음에는 사람이 두려워 약간은 멀리 합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 주인을 알아 보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사람이 나타나면 아는 척도 하고 때로는 까불기도 하고 장난도 곧잘 칩니다.
혼자 강아지 처럼 이리 펄쩍 저리 펄쩍 뛰기도 합니다.
정말 웃기죠.
송아지가 강아지 처럼 재빠르게 뛴다고 뛰지만 어딘가 모르게 약간 둔한 구석이 있거든요.
어미소는 평상시엔 온갖 집안 농사일 다 거들어 줍니다.
그 고생, 그 값어치로 매기자면 사실 소는 노동력만 해도 자기 몸값을 살아 생전에 다 합니다.
그 노동의 가치만 해도 장정 몇 십곱절을 하고도 남음이 있는데 자식들 대학이라도 갈라치면 으례히 새벽에 소시장으로 팔려 갑니다.
어미소가 소시장으로 팔려가서 다시 농사지으러 갈 경우는 거의 없죠.
거기서 팔리면 십중팔구는 도축되어 소고기가 됩니다.
소장사가 와서 트럭에 자기를 싣고 가려하면 희한하게 소는 압니다.
자기가 가는 길이 죽으러 가는 길인지, 살러(농사지으러) 가는 길인지...
고기장사에 팔린 소는 차에 타지 않으려고 사력을 다합니다.
주인은 차마 그 광경은 보지 못합니다.
내손으로 먹이고 겨울이면 등에 거적 덮어 주고 하던 소이기에...
제가 중학생일 때 우리 소 팔려갈 때 눈을 똑똑히 봤더랬습니다.
울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미안했습니다.
왜 날 버리시는지...
하소연하는 듯한 눈빛과 이제 이 트럭을 타고 나면 두 번 다시 살아서 만나지 못할 거란 사실을 잘 아는 눈빛이었지요.
그렇습니다.
소는 살아서의 노동도 모자라 죽음의 순간까지 고기의 온전한 값으로 자식의 대학등록금까지 책임집니다.
시골에선 여름철에 지천에 풀이 흔할 때 소먹이러 갑니다.
소먹일 장소까지 올라가다 보면 산길도 나오고 논둑길도 나옵니다.
논둑길을 지날 때는 공연히 걸음을 늦추고 주변 풀을 조금씩 뜯어 먹습니다.
그러면 사람도 잠시 기다려 주며 한 1~2분 풀을 뜯도록 배려하지요.
적당히 먹었다 싶으면 또 다시 좋은 풀 많은 목적지를 향해 고삐를 흔듭니다.
그러면 소가 또 움직이지요.
소를 몰 때는 항상 사람이 뒤따라 갑니다.
자기도 어디를 가는지 행선지를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 소란 놈은 이유 없이 그 자리에 잠시 주춤거린 게 아닙니다.
내가 눈을 돌려 저 먼 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혀를 쭉~ 내밀어 영글고 있는 낱알을 슬쩍 한 움큼 감아 넣습니다.
그리곤 또 시침떼고 논두렁 풀을 뜯고, 또 슬쩍 낱알 감아 넣고..
그걸 계속 내버려 두면 그 소는 풀은 안뜯고 맨날 나락 뜯어 먹을 궁리만 합니다.
그래서 따끔하게 혼내는 시늉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한 서너번을 해 두면 다음 부터는 나락 바로 옆의 풀을 뜯어도 나락을 감아 먹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그럴 때 보면 정말 영리합니다.
그리고 소는 자기집 주인 나락은 안먹습니다.
신통하게도 남의 것만 슬쩍 슬쩍 먹지요.
시골 옛날 이야기 중엔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소를 몰고 산길을 넘다가 호랑이를 만나면 재빨리 고삐를 풀어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삐를 빨리 풀어 주고 주인은 반드시 그 자리에 서서 소를 죽어라 응원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소는 주인을 지키기 위해 호랑이와 싸우는데 그 기세가 가히 호랑이를 압도할만 하다고 합니다.
만약 소만 남겨 두고 주인이 줄행랑쳐 버리면 필시 그 소는 호랑이에게 잡아 먹히고 만다고 합니다.
그만큼 주인에 대한 충성심과 의리가 강한 동물이란 뜻이죠.
이런 소를 키우신 분은 소가 개 보다 낫다고 할 겁니다.
또 소는 매우 감수성이 예민합니다.
소가 새로운 집에 팔려 오면 얼마 있다 으례히 가출을 합니다.
(우리 소도 마찬가지였지요.)
두고 온 옛집 생각도 나고 새로운 집에 왔으니 마음이 울적했겠지요.
우리 소 같은 경우는 저 뒷산 골짜기에 이리 저리 혼자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때 어지간하면 찾지 않아도 한 이삼일 지나면 산에서 내려와 제발로 순순히 집으로 찾아 옵니다.
(우리 소는 뱃가죽이 등에 붙어서 삼일 만에 오데요.ㅡㅡ)
제법 철이 든 소를 남의 집에서 사 오면 그렇게 가출을 합니다.
많이 하는 놈은 한 두세번까지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러던 소가 새끼를 낳아서 새끼를 데리고 두 번 가출을 더 했었더랬습니다.
한 번은 갈대밭으로, 남의 논으로 다니며 하루 종일 둘이서 뒹굴고 엎어지고 해서 온몸은 진흙탕이고, 논은 아수라장이 되었지요.
또 한 번은 지 새끼 데리고 야밤에 산으로 도망가 한 이틀 잘 놀고 내려 왔어요.
그렇게 둘이서 쌍으로 사고를 치고 다니던 어느 날 새끼가 팔려 갔습니다.
송아지 값이 좋을 때는 새끼를 팔지요.
한 삼일 동안은 아무 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입에는 일절 먹는 걸 넣지 않았어요.
밤새도록 울었습니다.
삼일 동안을 눈물을 흘리면서 울기만 했습니다.
저는 압니다.
소가 얼마나 영민한 동물인지...
저는 압니다.
소가 얼마나 충성심과 의리가 있는 동물인지...
저는 압니다.
소가 얼마나 꾀가 많고 귀여운 동물인지...
그 눈망울을 보면 순하디 순해서 뽀뽀해 주고 싶습니다.
개고기 반대하시는 분들,
앞으로 소고기 먹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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