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형철이냐? 난데 오늘 니 형수님을 소개 시쿄 주겠다. 나와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엔 낯익은 녀석들이 보였습니다.
나: 어? 규환아? 성현아? 춘호 그럼 니들도 연락을 받았냐?
녀석에게서 연락을 받은 우리들은 잠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나: 녀석이 벌써 결혼을 한다고 하는 건가? 여자들한테 인기도
많잖어? 하여튼, 인기 많은 넘은 장가도 빨리가지 어휴~
잠시후, 녀석이 등장했고 녀석은 우릴 향해 머쓱하게 웃었습니다.
친구: 어? 니들 형수님이 아직 안오셨나 보네? 니들 오늘
진짜루 이쁘고 착한 여자를 보게 될 거다. 흐흐흐.
나: 모하는 여자냐? 짜식, 눈은 높아서 예쁘긴 예쁠 테지만...
친구: 응? 그냥 이쁘고 착한 여자. 뭐랄까...? 내가 사랑해야하고
내가 살아갈 이유가 되어준 여자라고나 할까?
춘호: 놀구있네? 어휴, 닭살이야... 하여튼, 임자 있는 넘들이 더하다니까?
녀석의 준수한 외모에 기죽어 있던 우리들은 녀석의 여자자랑에 주눅이 들어
질투 가득한 시선으로 녀석과 대화를 나누던 중, 카페문이 스르르 열렸습니다.
긴 생머리에 청바지를 입은 여자. 하지만 이내 저는 그 여자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녀의 절뚝거림과 한쪽 다리가 말라 있는 모습은 어느정도
거리가 떨어진 우리 자리에서도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장난끼가
발동한 저는...
나:(그 여자를 가리키며) 얌마~ 혹시 저 여자는 아니겠지?
친구: 응? 누구? 어? 민주? 쟤 맞어.
그 여자를 보고 반가움 가득한 모습으로 달려 나갔고, 나를 비롯한 친구들은
어안이 벙벙해 한동안 말을 잊었습니다.
친구: 야~! 인사들 해. 내 옆에 있는 여자는 세상에서 가장 건강하고
이쁘고 착한 미래의 니들 형수님이고, 이쪽에 우르르 몰려있는
녀석들은 월급날 빈대붙고, 서로가 서로에게 기생하며 살고있는
원수같지만 없으면 안 될 친구들이야. 서로 인사~!!
우리들: (어색하게) 처...음 뵙겠습니다.
여자: (밝은 모습으로) 네~ 안녕하세요? 저 민주예요.
충격을 받은 우리들은 어떻게 말을 건네야 할지도 몰랐고, 그녀 역시도
우리들의 어색한 태도에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친구: 야~ 니들 형수님한테 이럴 수 있냐? 농담의 황제인 형철이가
꿀먹은 벙어리가 되구?
우리들은 어색함을 벗고자 이런 저런 농담을 건넸고, 어느덧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게 흘렀지만 내심 마음의 한켠에서는 친구녀석이 걱정되었습니다.
<>만남 후
저는 친구놈을 불렀습니다.
나: 야 임마! 너 정신이 있는 거냐? 이 팔푼아! 너 같이 멀쩡한 녀석이
왜 불편한 사람과 결혼하려 하는 거냐? 혹시 여자가 돈이 많냐?
친구: (씨익 웃으며) 돈이 많기는... 아버지도 안 계신데...
그리고 내 정신 멀쩡해.
나: 근데, 왜 저 여자랑 결혼한다고 난리를 쳐? 니네 집에선 반대 안해?
친구: 물론 반대 많이 했지. 하지만 형철아... 아니다. 일단 민주
집에 데려다 줘야 하니까 며칠 후에 만나자.
녀석은 자기의 차에 여자를 정성스레 태우곤 떠났습니다.
<>며칠 후
나: 난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된다고 봐. 너 좋다고 쫓아 다니는
여자들도 많구 은행에서 인정도 받고, 잘생긴 녀석이 왜 하필
불구하고 결혼하는지 말야. 어떻게 알게 된 여자야?
친구: 놀러가서 알게 된 여자야. 멀쩡한 여자들 틈에서 아무렇지 않게
어울리는 모습이 참 예뻤어. 그러다 조금씩 친해졌는데 대화를
하다 보니까 오히려 내가 더 불편한 사람 같더라. 민주가 뭐라
그랬는 줄 알아?
나: 뭐라 그러든데?
친구: 자기는 한쪽 다리만 불편한데 사람들은 자기를 대하면서 마치
온몸이 불편한 사람처럼 대해준대. 절둑거리지만 걷기두 하고
볼링두 칠 수 있고, 노래도 부를 수 있고, 밥도 잘하고 청소도
잘하는데 말야...
나: 가지가지다. 어휴...
친구: 잔말말구, 형철아, 이번주에 민주랑 놀이동산에 가는데
너 들러리좀 서라. 분위기도 좀 띄워주고. 내가 맛있는 저녁 살께.
어쩔 수 없이 녀석의 요구에 응했고, 놀이동산을 찾은 우리 세 사람.
<>놀이동산.
롤러 코스터를 탈 때 녀석은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녀를 안아
좌석에 앉혀 주었고, 내심 부끄러워 하는 그녀보다 더 당당해 했습니다.
그녀 역시도, 그런 친구놈 옆에 있음을 행복해 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느새 저도 그들의 틈에 끼어 웃음을 띄고 있었습니다.
나: 야~ 민주씨 정말 이쁜 걸?
여자: 정말이요? (농담투로) 그런 말 많이 들어요~
친구: 이제 형철이 상사병 걸린다 이제... 하하하~
정말로 녀석과 그녀는 결혼을 했습니다. 드레스를 입고 절뚝이며 식장에
들어온 그녀의 눈에는 촉촉한 눈물이 배어있었고, 신부를 맞이하기 위해
발걸음을 내딛는 녀석은 웃음이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사회를 보던 저는
그녀의 맞잡은 손과 그녀의 걸음에 보조를 맞추는 녀석의 배려를 보면서
그들의 행복을 바랬고, 잠시나마 부정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대했던 마음에
미안함이 앞섰습니다.
건강한 아들까지 얻게 된 친구 녀석은 요즘에도 즐거워 하고 있습니다.
친구: 야~ 형철아 너두 빨리 장가가라. 집안 청소두 재밌구, 밥하는 것도
얼마나 재밌는데? 글쎄, 어제는 우리 민주가 회사앞에 왔는데
너무 이쁜 거 있지? 나 어쩌면 좋냐?
어쩌면 녀석은 그녀에게서 자신을 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멀쩡한 사람들도
보여주지 못했던 그녀석의 내면을 불편한 그녀에게서 봤을지도...
몸이 불편하면 마음도 불편해야 합니까? 몸이 편하다고 마음마저 편한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동정]이란 건 어찌보면 불편한 몸을 가진 사람들
의 마음까지 불편하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편안하게 똑같이만 대해줄 수 있다면, 어쩌면 우리들은 [사랑]이란 것에
조금은 더 눈을 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도, 결혼식장에서 그녀석의 밝은 웃음과 그녀의 행복한 모습이
눈앞에 선합니다. 그녀는 참 예뻤습니다.^^
출처: 미소하고 찡하고(www.dayogi.org)
투유님들하고 공감하기 위해 퍼왔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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