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에 딸 낳고 3일후에 쓴 글인데 잊고있다가 시간이 지나 보니 그때 생각도 나고 웃겨서 한번 올려봐요 일기식으로 막 쓴거라 반말죄송..
2014년 8월 27일
예정일 하루 넘기고 병원에 갔더니 초산이니 2주정도는 더 기다리는게 맞는데 후달달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몰골을 보고는 의사샘이 당장 오늘 입원해서 유도분만을 하자고함
매우 끌리는 제안이 아닐 수 없었던게 걷다가 골반 통증이 오면 얄짤 없이 쭈구리고 앉으며 무릎을 꿇어야 했음. 손에 꽃만 있음 지나가는 사람한테 청혼자세ㅡㅡ
신랑은 계속 마음의 준비가 됐냐고 물어봤지만 앞으로 10개월 더 뱃속에 넣고 있어도 출산에 대한 마음의 준비따위는 미리 안된다고 이 티라노야. 열손가락 자르는것 보다 더 아프다는데 마음의 준비는 개뿔. 그냥 하는거지..
엄청난 고뇌를 하다가 유도분만은 실패 확률도 높고 제왕절개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있어 그냥 참아보기로 함..
임신 8개월때쯤 선택적 제왕절개에 대해 하루에 10시간 넘게 고민했던 것 같은데 출산이 임박하니 그냥 자연스러운게 제일 좋은거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음.
일단 내가 출산의 고통 후기를 100개 정도 찾아보고 무서워서 선택적 제왕절개에 대해서 얘기할때 시댁에서 옹야옹야 아가 하고싶은데로 하렴 하고 우쭈쭈 해주시고 남편도 내 선택을 따르겠다 하니 투쟁 대상 없는 결의는 자연스레 바람빠진 풍선 마냥 소멸되기 마련.
여튼 참아보기로는 했는데 주변에서 아직도 안나왔냐는 연락이 하루에 적어도 10통씩옴..
따듯한 그들의 걱정어린 마음을 왜 모르겠냐만은 엄청난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었음 왜냐 나도 왜 안나오는지 모르니까. 답모르는 질문을 계속 반복해 받으면 괴로움. 그치만 걱정해줘서들 고마워잉.
지 생일에 맞춰 낳을거라는 8월 생일자들의 개드립이 시들해지고 산모요가 합장합족을 매일 100회씩 하면서 개구리가 나인지 내가 개구리인지 장자 빙의 하고있던 딱 41주 되던날 드디어 이슬과 진통이 한번에 쳐들어옴 그냥 온게 아니라 진짜 쳐들어옴
금방 순풍 나아버리리라- 다짐했것만 딸랑구는 아침7시부터 저녁 11시까지 뱃속에 버티고 있었고 나는 16시간동안 요단강에서 풀뽑았음
남편한테 도저히 못낳겠다고 제왕절개 하자고 울부짖고 욕하고.. 센스좋은 남편들은 의사불러올께!! 하고 나가서 100세고 들어와 의사온대!! 왜안오지!! 하면서 시간끈다는데 우리남편은 왜 이렇게 약하냐고 강하게 우리 아이를 낳자고 이거밖에 안되냐고 무슨 운동 코치마냥 나에게 말했다가 아직도 욕들어먹는중...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약 24가지 음색의 괴성을 내지르고 눈 앞에 아무것도 안보이고, 신랑 팔이 너덜너덜 해질때쯤 딸랑구가 세상에 나왔음
난 솔직히 너무 아프고 아프고 아파고 아파서 정신줄이 안드로메다 입구에서 벨 누를까 말까 수줍게 서성이고 있었달까 애가 나온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신랑이 덜덜 떨리는 음성으로 딸랑구라 나왔다고 내 얼굴을 잡고 진짜 흐어어너어어어어엉 하고 울어서 알았음
간호사가 녹색천에 둘둘말린 딸랑구를 축하한다고 안겨주는데 원숭이 같을 거라는 예상을 뒤집고 뽀송뽀송한 딸이 쌍카풀 까지 장착한 눈을 뜨고 날 올려다 보고 있었음.
그 눈과 마주치는 순간 10개월동안 16시간 동안 내가 아팠던 것도 힘들었던것도 중요하지 않아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