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입학하면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첫시험 반3등에 전교40등정도... 두번째시험 반1등에 전교10등. 성적이 오르니까 공부가 재밌었어요. 나도 하면되는구나 하고요. 그 다음 시험부터 졸업할때까진 쭉 전교1등이었어요. 성적이 잘나오니까 특목고 권유를 받고... 특목고 전문학원에 들어갔어요. 그땐 학원시간 제한이 없던시기라 열두시, 한시 쯤까지 자습하고 방학땐 아침9시에 등원해서 밤11시가 되서 집에오는.. 그렇게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합격해 또 죽은듯이 공부만했어요.. 각지의 전교1등들만 오는 학교여서 수준도 높고 평범한 가정이었던 제가 받을 수 없는 사교육들이 난무하는 그곳에서 버티려면 그럴수밖에 없었죠... 아무리 발버둥쳐도 간당간당한 중위권이었지만요. 삼년동안 또 그렇게 공부만했습니다.
수시쓸 학과를 정해야 하는데 가고싶은 과가 없더군요. 내가 잘하는게 뭔지도 모르고 좋아하는 것도 뭔지 모르고... 그래서 일단 남들이 선호하는 상경계열을 지망했어요. 이때 일차적으로 제가 할줄아는게 아무것도 없다는걸 깨달았죠.
수능이 끝나고 친구들은 SKY네 뭐네 하는데 저는 평소보다 수능을 많이 망쳤습니다. 대충 점수맞춰 써서 붙은 학교가 있긴 했는데 가고싶은 과 이런거 없이 그냥 좋은대학을 가면 알아서 풀리겠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까 성에 안차더라고요. 환경이 환경인지라 주변사람들이 다 잘가니까 괜히 의기소침해진것도 있고... 그래서 재수를 했어요. 공부를 일년 더했죠.
저는 14학번이 됐습니다. 나름 바쁘게 학교를 다녔어요. 근데 주변을 보니 자기가 좋아하는거 하고싶은걸로 동아리도 가입하고 대외활동도 하고 공모전도 나가던데 저는 뭘해야할지 몰라 일단 남들이 좋다는걸 따라했어요. 결과는 참패... 아무것도 이뤄진것 없이 다 떨어졌어요. 잘하고 하고싶은거 하는 사람들이랑 저랑 붙여놓으니까 그런게 다 보였나봅니다. 덕분에 일년 대학생활에서 스펙 전무... 가진건 학점과 토익 텝스 이런 점수뿐이네요. 결국 공부죠...
종강을 해서 집에서 잉여롭게 있는데 문득 제가 한심해져서요... 난 왜 공부밖에 할 줄 아는게 없고 잘하는게 아무것도 없을까?? 심지어 연애도 21살먹고 한번도 못해봤어요. 몇번 누가 다가오긴 했는데 너무 당혹스럽고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서 허둥거리다가 본의아니게 철벽쳐서 떼어내고..ㅠㅠ
외식도 잘 안해봐서 센스있게 주문할줄도 모르고 고기도 잘 못구워요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여행도 가보곤 싶은데 혼자가서 뭘 어떻게 하고 뭘 느끼고 와야하는지 잘 모르겠고... 친구들 클럽가고 그런다는데 춤도 한번도 안춰보고 뻣뻣해서 뭘해도 어색하고 이상해서 못가겠더라고요 뭐 어떻게 놀아야 새롭고 재밌는지도 잘 모르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