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정말로 충격적이고 끔찍한 사건이었습니다.

물론 인간이 저지를만한 사건이 아니지만 슬프게도 그건 분명 인간이 저지른 사건이었습니다.

글에 달린 리플을 보니 분명 그놈들은 인간이 아닐 거라는 분노에 섞인 글들을 많이 볼 수 있었지만

분명히 그 놈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던 소위 정상인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놈들을 짐승으로 치부하여 살인하자고 얘기하기 전에 좀더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 얘기해봅시다.

저 놈들의 입장에서도 그 소녀를 인간취급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무런 죄의식을 갖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그놈들은 죄에 관한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겁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 또한 저 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저 놈들을 인간취급 하지 않는다면 그 질은 다를 지언정 결국에는 똑같이 비인간적인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 아닙니까.

우리가 미워하는 것은 죄입니까 사람입니까. 아니면 단순히 분노에 의해 행동하는 것입니까.

우리가 진정으로 가져야 할 것은 분노가 아니라 진정으로 인간에 대해 고민하는 깊은 의식일 겁니다.

무의식적인 분노는 무의식적인 범죄와 다를 바 없습니다. 단순한 욕망(범죄자의 입장에서는 변태성욕, 대중들의 입장에서는 분노)으로 인해 행동하는 것은 다를 바 없을 테니까요.

범죄를 낳는 것은 무의식입니다. 죄에 대한 무의식적인 분노도 사회에 대한 이유없는 분노를 낳을 수 있고 그 분노는 또한 무의식중에 무마되어 비인간성을 낳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 또한 그런 경우일 수 있겠죠.

또한 우리 민족이 냄비근성 운운하며 무시를 받는 것은 분노란 일시적이기 때문일 테죠.

진정으로 분노를 느끼신다면 그 분노의 근원을 좀 더 생각해보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썩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치부해버린다는 건 정말로 위험한 발상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차피 죽게 되어있으니 아무렇게나 살아도 된다는 논리 또한 성립하는 것이 아닙니까.

인간의 삶은 한 번이기 때문에 더 가치가 있는 겁니다. 그리고 현재 사회는 썩었기 때문에 우리는 더 냉철한 의식을 갖고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분노에만 머물지 마시고 삶에 대해 좀더 깊게 성찰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분노가 아닌 진정한 의식에서 정의는 실현되는 것일 테니까요.

물론 여러분을 가르치려 드는 것은 아닙니다. 저조차 아직 깊은 의식을 가지고 있진 못하니까요.

그냥 다같이 생각해보면 어떨까 하고 처음으로 글을 올려봅니다. 감사합니다.

--지나친 비약은 그냥 비유정도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