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스물 초반의 사회 초년생입니다.
며칠 전부터 생각만 했던 것을 답답한 마음에 오유 고민 게시판을 통해 털어 놓게 되었네요.
제가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기에 가능한 치기 어린 생각인 건지 많은 분들의 조언을 듣고 싶어요.
오유에서도 그렇고 타 커뮤니티에서도 그렇고 현실에서도 그렇고 요즈음에 참 많이 쓰는 말이 "네 소신껏만 살아라"라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사회적으로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올해.
12월 끝을 바라보고 있자니 '소신껏'이란 말에 대한 회의감이 몰려와 며칠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소신껏 사는 것, 당연히 중요하죠.
타인 신경 쓰지 않고, 누군가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굳게 정한 바대로 움직이는 것은 그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이란 것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헌데 지금은 그 소신이란 말이 어쩌면 회피를 정당화하기 위한 단어로 변질되지 않았나 가끔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도 논란 중인 '국내 과자, 허니버터x으로 부흥'이나 '기미가요 논란의 비정상회x', '범죄 연예인 컴백' 같은 작은 문제부터 크게 보자면 정부나 정치의 문제, 사회적인 논란에도 모두 적용되는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누군가 "이건 이렇게 해야 하지 않나요? 휩쓸리고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놀랍네요."라고 이의를 제기했을 때 반드시 따라오는 말인 "남 얘기 말고 소신껏 사세요."...
사실 다들 알고 있잖아요.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서 이렇게 합시다! 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들 함께 동참하여 주길 바라기에 하는 말이라는걸.
저의 착각인 걸까요? 혼자서 불매하고, 보이콧하고 하는 것이 억울하기 때문도 아니고 영웅 심리 때문도 아닌데...
티끌 모아 태산이란 속담이 현재로는 우스갯소리인 양 '티끌 모아 티끌이다'라고 바뀌었잖아요.
그런 것처럼 사람들의 생각과 신념, 옳은 것을 향한 지지도 역시 티끌 모아 티끌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런 게 너무 속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진짜 옳은 것, 정의, 극선한 것을 쟁취하려고 노력했으면 좋겠거든요.
함께하자는 권유나 격려마저 '타인에게 그런 것 바라지 말고, 강요하지도 말고, 마이 웨이 하자'는 말로 거절당할 때면 마음이 아픕니다.
기대 없이 사는 사람은 없듯이, 저 역시 무슨 일을 행할 때에 내 소신을 따라 움직이더라도 조금이나마 더 나은 결과를 바라게 되더라고요.
때때로는 조금 강압적일지라도 함께 따라야 할 도리나 일이 있다고 봐요.
소신이란 단어, 어쩌면 전체에겐 독일지라도 나에겐 꿀인 것을 택한 사람들의 방패가 된 듯해요.
부당하고 부조리한 것에 열변을 토할 때면 주변으로부터 반드시 듣는 말,
"다른 사람 신경 말고 네 주관대로만 살아." 그리고 덧붙여지는 한마디. "너와 같은 사람이 많다면 바뀌는 거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 거겠지..."
나 하나의 작은 실천과 행위만을 믿고 세상의 기반부터 바뀌기를 바라기엔
소신대로 사는 사람들이 너무 지치게 된 14년 아니었을까 감히 말해 봅니다.
슬프네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생각을 길고 깊게 하기엔 모자란 부분이 많으므로 그 어떤 쓴소리도 감사히 듣겠습니다.
또한 글에 직접적으로 쓰여진 세 가지의 예시는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니 그것에 치우쳐 생각하지만은 말아 주세요.
바라건대 좋은 날도 오겠지요. 삭막한 시간일지라도 그 안에서 행복하시길 빕니다, 모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