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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282623
    작성자 : 익명amRqb
    추천 : 16
    조회수 : 1707
    IP : amRqb (변조아이피)
    댓글 : 76개
    등록시간 : 2014/12/09 02:38:33
    http://todayhumor.com/?gomin_1282623 모바일
    내 삶과도 같던 친구가 자살을 했어요
    글이 많이 깁니다..죄송해요
    어디든 이 마음을 토해내고 싶었습니다


     
    불우한 가정형편 탓에
    고등학생 때 까지 편부모 학비 지원&급식비 지원을 받았지만 그것조차 넉넉치 않았고
    어린 맘에 그 사실이 많이 창피해서 엇나가기도 했습니다.

     그 친구는 저와 정반대였습니다
    초등학교 때엔 전교회장을 할 만큼 리더쉽이 있는 아이였고
    학교와, 갓 상용화 된 인터넷에서, 꽤 알아주는 얼짱으로 인기도 많은 친구였습니다 
    게다가 집도 꽤 잘 살아서, 
    노른자땅은 아니라도 서울에 빌라 한채를 지어 4세대를 세를 주고 3층을 전부 그 친구네 집이 쓸 정도였습니다.

    반면, 나는.. imf로 당시엔 감당 못할 빚이 생겨
    부모님이 이혼을 하시고 어머니 밑에서 자랐으나
    알콜중독이신 어머니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려 하루하루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한 왕따였습니다.
    한시도 집에 있기 싫어 일찌감치 등교한 교실에서 아침부터 책을 읽고 있는 아이는 중학생인 그 당시 또래에게
    굉장히 재수없고 이상한 애 였을 겁니다.
    돋보기 같은 무거운 안경 뒤로 께름칙한 눈빛을 감추고 반에서도 학교에서도 겉도는 아이였던 중학교 2학년 때 쯤 그 친구와 같은 반이 됐습니다.
    초등학교부터 같은 학교 같은 동네였지만
    한 번도 말을 섞어본 적이 없는 그 친구는
    선뜻 내게 먼저 말을 걸어줬습니다

    눈이 크니까 안경 벗으면 이쁠거 같은데?
    넌 책 많이 읽으니까 아는 것도 많다 
    우리집에서 같이 수행평가하자 도와줘
    ..
    내가 할 수 없는 칭찬의 말을
    그 아이는 너무 자연스럽게 했습니다.
    누가봐도 이쁜 그 아이에게 이쁘다 한 마디 해준 적 없지만
    그 아이는 누구에게나 호감가는 말을 잘 해주는
    어여쁜 아이였습니다.
    그 친구덕에 꾸밀 줄을 알고 첫사랑에 고백해 남자친구도 사귀었고
    나보다 똑똑했던 그 친구덕에 같이 공부한단 핑계로 독서실 다니다 서울권 4년제 대학도 입학했습니다..
    30년 짧은 인생에 그 친구가 없던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기에, 조용하고 어두컴컴했던 왕따의 '나'는 기억조차 안 날 정도로 주위에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긍정적인 사람이 됐습니다...

    어머니가 술을 드시고 칼을 휘둘러
    손에 20바늘을 꼬맸을 때에도
    그 친구는 새벽 두시에 한달음에 달려와 나를 달래주던 '가족'이었습니다. 
    그런 그 친구가 대학교 입학 하자마자
    가세가 기울고, 친구의 부모님이 이혼을 하시고
    반지하 월세방으로 이사를 갈 때..
    가ㅌ이 울어줄 수 밖에 해줄 기 없던 못난 친구가 나였습니다.

    떳떳한 일은 아니지만..당시 대출 중개업체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여, 담보대출을 진행하고 수수료로 받은 돈이 엄청났던 지라
    그 돈을 모아 친구를 유럽으로 유학 보냈습니다.
    아직 남은 내 학자금 대출도 빠듯했지만
    부모님의 은행빚도 어마어마했지만 
    어린 날, 가족도 선생님도 학급친구들도 외면했던 나에게 유일하게 손을 내민 친구라서,
    앞 뒤 볼 거 없이 생활비라도 하라며 비행기티켓을 쥐어줬습니다.

    유학원과 각종 서류 준비만도
    아무것도 모르는 스물 한 살이 혼자 준비하기엔
    금전적으로나 정보로나 터무니없이 부족했지만
    지금 이 지옥같은 상황에서 도망치자는 생각밖엔 없었습니다.
    노래를 워낙 잘 부르던 친구라
    성악쪽으로 가면 괜찮겠지 싶어 무작정 보내고나니 외롭긴 해도 미래를 생각한 투자라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나 결혼할 때 축의금 많이 내라
    너 잘 되는게 내 돈 갚는거다

    근데 2년도 채 안돼서
    저는 졸업 준비다 취업이다 바빠지고
    명절 때마다 이미 연락 끊은지 오래된 부모님 생각에 쓸쓸하게 하루하루를 보낼 때 쯤
    그 친구에게서 첫 번째 신호가 왔습니다..
    비싼 국제전화료를 피해 화상채팅으로 연락하는 그 친구는 더이상..햇살 같던 순수하게 빛나던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언어와 외모가 다른 그 친구는 학교에서 적응하기 힘들었나봅니다.
    그때마다 나는 채찍질만 했습니다.

    조금만 참으면 돌아올 수 있다
    얼굴 이쁜만큼 넌 스펙 좋은 인재가 될거야
    징징대지마 여기 너만큼 안힘든 사람 없어

    그때마다 그 친구는 알았다
    내가 너무 철없는 소리했다 보고싶다며
    히ㅁ없이 웃어보였을 뿐
    비행기값도 비싸 남들 방학 때 들어오는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돈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던 그 친구는


    올해 여름에 선로에 뛰어들었습니다

    그간 바쁘단 핑계로
    나도 힘들단 핑계로
    그 친구가 듣고 싶었던 위로의 말을 해주지 못한 나 자신이 너무 미워죽겠습니다
    그 친구가 진정 원했던 말은 위로였을텐데
    왜난 돈 한 푼 들지 않는 그 한마디를 못해줬을까

    자살을 조장할 수 있다며 해당국가 지역신문 한켠에도 실리지 못한 너의 이야기
    심하게 훼손된 네 신분을 확인할 수 앖어 엿새나 지체된 너의 사망 통보
    등교하지 않는 너를 걱정해줄 친구조차 없던 그 먼 곳에서
    넌 나에게 무슨 말을 듣고싶었을까
    너ㄴ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차마 말하지 못한 네 외로움이
    차마 지르지 못한 도와달라는 외침이
    오늘도 잠자리에 누워 너무 처절하게 들려 괴롭다

    너로인해 나는 겨우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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