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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animal_128021
    작성자 : 아카스_네팔
    추천 : 13
    조회수 : 830
    IP : 124.41.***.39
    댓글 : 11개
    등록시간 : 2015/05/22 23:37:16
    http://todayhumor.com/?animal_128021 모바일
    '촘롱'의 파란만장한 이력.
    (말이 짧습니다. 양해해 주시길...)

    이곳은 네팔 포카라.
    요즘 아주 시간이 많아서 - 지진 이후 손님 뚝 - 본의 아니게 헤비업로더가 되가는 듯.
    덕분에 이웃 한국 식당 사장님과 수다떠는 시간이 많아졌다. (참고로 둘 다 남자) 또...내 숙소가 
    그 사장님댁 안채2층이라서 대화 나눌 시간이 많아져서 친분이 더욱 두터워 진 듯.

    어제는 그 사장님께서 '촘롱'이의 이력에 대해서 조용히 말씀해 주셨다.
    아...한편의 파란만장의 견생사가 펼쳐지는데...아 지금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참고로 촘롱이는 이렇게 생긴 개로서,
    20150515_092938.jpg

    네팔 토종견으로 품종은 '봇데'라고 한다. 이름은 '촘롱'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하다보면 '촘롱'이라는 마을을 지나게 되는데, 아마 녀석들 나와바리가 거기인듯.

    사실 이 촘롱이는 원래 주인이 지금의 한국 사장님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 사장님의 친척 누님댁의 개였는데 어느날 
    사장님께서 볼 일이 있어서 그곳에 갔다가 왔는데 어느날 보니 집마당에 와 있더라는. (집과 집 사이는 걸어가면 20~30분 거리) 
    촘롱은 주군을 바꾼 것이다. 그 이후로는 이전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ㅎㄷㄷ

    촘롱의 일과는 
    1. 마당에 들어온 소 밖으로 내쫓기
    2. 나루(한국에서 나랑 함께 네팔로 온 고양이)가 있는 숙소 2층 아래 계단에 누워 나루 가택연금 시키기.
    5월 17일 촘롱.jpg
    (1층과 2층 사이 공간에서 하루종일 저렇게 지키고 있음. 2층에 사는 나루가 이 집에 들어온 날부터 저러기 시작함. 절대 공격하지 않고 서서히 피를 
    말리려는 듯 ㅎㄷㄷ)

    아...일단 촘롱에 대한 소개는 이 정도로 하고,
    다시 촘롱의 이력에 대해서 조용히 말씀을 하시는 사장님 목소리로 돌아와서....

    사장님 : 촘롱이는 원래 조용한 개 였습니다.....

    그렇게 아련하게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사장님 시점으로...오버랩...)

    ...................촘롱이가 있었던 그 동네가 이름이 '무스탕촉'이었거든요. 거기서 촘롱이 말고 짱먹는 개가 한마리 있었는데요. 넘버원이였죠.
    그리고 그 동네에 넘버투 개가 있었는데요. 이 녀석이 넘버원한테 아무리 덤벼도 줘뜯기고 이기지를 못했는데요. 어느날 넘버투가 중국식당으로
    밥 얻어먹으러 얼씬거리더니 아예 그곳에 눌러앉은 거에요. 뭐...중국식당 사장도 넘버투를 별로 싫어하지 않았던 듯 때마다 남은 음식도 주고
    키우다시피 했죠. 그런데 알잖아요. 중국음식 기름기가...넘버투 이새끼가 원래 살집이 별로 없었는데...그것때문에 넘버원한테 만날 줘터졌는지도
    모르지만 여튼...중국집에 가더니 살이 디룩디룩쪄서 워...그러다가 어느날 넘버투하고 넘버원이 다시 붙은 거에요. 그리고 넘버투가 넘버원이 되서
    동네짱먹는 개가 된 거죠......머...촘롱은 걍 조용히 있는 그런 스타일이었구요. 싸움 걸어도 스윽 피하는 그런 스타일...그런데 그 촘롱이가 주인을
    바꾸고 무스탕촉에서 이곳으로 온 뒤 어느날....

    오...난 입안에 침이 마르기 시작했다.
    촘롱이는 거의 뭐...평소엔 지렁이보다도 움직임이 없다. 걍 종일 이렇다. 
    20150518_080752.jpg

    사장님이 아무리 짖궂게 장난을 쳐도 꿈쩍도 안한다. 목줄을 잡고 계단으로 내려가도 질질 끌려갈 뿐 절대 대들지 않는다.
    다만, 정원으로 지나가던 소가 들어오면 비수처럼 튀어 나가서는 온동네가 울리도록 쩌렁쩌렁 짖고 구석 구석으로 몰아서 쫓아버릴 뿐 ㄷㄷㄷ

    여튼 사장님의 말씀은 이어졌다.

    .....어느날.....그 동네 넘버원인 중국식당개가 우리 가게 정원으로 들어온 거에요. 

    헐...무슨 사단이 나겠다 싶었다...

    .......넘버원이 어슬렁 거리며 우리 주방 있는 곳으로 가더니 한바퀴 휘 돌아보는데..사실 촘롱이가 우리집에 오기전에 넘버원이 가끔씩 
    왔거든요. 오면 남은 음식 주기도 했거든요. 촘롱이...촘롱이는 그걸 보더니 잠자코 지켜보기만 할 뿐 별 반응이 없었어요. 넘버원은 어슬렁
    거리며 가게 밖으로 나갈려고 하는데....그런데 그때!!!

    그때...그때... 

    .............촘롱이가 번개같이 달려들더니 넘버원의 목덜미를 냅다 물어버리는 거에요. 워....그리고는 절대 놓치 않더라구요. 갑자기 일격을 당한
    넘버원은 깨개개개개객개개개개개개개개개깅애개애ㅣㄱ개개ㅐ개개개앵개ㅐ갱개ㅐ애개개개개갱!!!!!!!!!!!!!!!!!!!!!!!!!!!!!!!!!!!!!!!!!!!!!!!!!!!!!!!!!!!!!
    거리면서 똥줄빠지게 도망가버렸고....그 뒤로 촘롱이는 넘버원이 되었죠. 

    아........
    사장님의 말은 거기에서 끝나 있었다.
    아....이보다 더 사이다가 있는가....!

    촘롱.
    그는 그렇게 단숨에 무명잡배에서
    넘버원으로 직행한 것이었던 것이다. 만날 잠만 쳐자고
    좀생원처럼 나루만 못살게 구는 미련곰탱이로만 알았던 촘롱이에게
    그런 ㅎㄷㄷㄷㄷㄷ한 역사가 있었다니.

    그리고 촘롱은...이글을 쓰는 시점으로 볼 때
    어제....홀연히 사라졌다. 사장님께 물어보니 이전 주인댁에 확인해 보니 거기에 가 있더란다. ㅎㄷㄷ 2~30분 거리...도로에 오토발, 자동차가
    쌩쌩달리고 골목과 사거리가 즐비한 그 길을 ...

    사장님 왈, 
    ....촘롱이 머..내일이나 모래쯤 오겠죠.


    아..
    촘롱..다시 오면 널 존경해주마.

    여기까지 촘롱의 파란만장한 역사의 한 페이지였음.

    - 아카스_네팔

    * 덧붙임 : 근데 촘롱이는 왜 전 주군의 집을 향해 홀연히 떠났을까..아...역시 알다가도 모를 녀석이다.
    20150518_080825.jpg
     


    출처 * 출처 : 작성자
    아카스_네팔의 꼬릿말입니다
    왜 떡이 씁은데도
    자꼬 달다고만 하오.

    -- 윤동주,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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