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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jjhumor_128
    작성자 : 이대리
    추천 : 67
    조회수 : 1213
    IP : 61.84.***.126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04/07/13 05:24:07
    http://todayhumor.com/?jjhumor_128 모바일
    ε★ 백마 탄 백수 [13]

    제목 : 백마 탄 백수

    작가 : 이대리 ([email protected])
    팬카페 :







    12편 재방송


    황급히 그녀의 집에서 빠져 나와 미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웅~ 여부세여~』


    『미래야!』


    『아웅~ 왜~?』


    『스포츠센터 직원 구한다고 했지!』


    『싫다면서?』


    『싫긴! 내 코가 석자인데 상황 따지게 생겼냐?』


    『우앙~ 오빠 드디어 맘 잡았구나?』









    청년백수 한 대수에게도 휘황찬란한 꿈은 있었다.
    학창시절의 꿈은, 남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예인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부지의 백으로 이곳저곳 따라다니며 연기공부도 했고 조연급으로 출연도 몇 번 해봤지만, 눈물 흘리는 연기에서 한시간 동안 찔끔찔끔 대다가 메마른 놈으로 낙인 되었고, 여배우와의 키스씬에선 10여 차례의 NG를 내다가 응큼한 놈으로 낙인 되어 결국 중도 하차하게되었다.


    그렇게 첫 번째 꿈은 쉽게 좌절되고 말았다.


    그 후, 청년백수 한대수는 새로운 목표를 잡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기업에 들어가 엘리트사원이 되는 것이고, 그 후에는 각광받는 CEO가 되는 것.


    그렇다. 어차피 한번 왔다 가는 인생, 남들에게 인정받으며 쿨하게~ 폼생폼사 해보고 싶은 넘이다.


    비록 아직까지는 기업에서 나의 창의성과 실력을 알아보지 못해 취업이 안 되고 있지만, 언젠가는 내 능력을 알아주는 기업이 나타날 것이라고 굳게 믿고서 지난 2년을 버텨왔다.


    그러한 꿈과 자신감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내 몸을 강타한 골프공과 골프채와 슬리퍼와 주걱과 빗자루와 물벼락과 베개와 야구빠따의 물리적인 힘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거창한 꿈을 가진 천하의 한 대수가 기껏 스포츠센터에 취직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생각해보니 요즘 들어 내 환경에 엽기적인 사건이 많이 벌어지는 것 같다.


    휘황찬란한 꿈을 가지고 2년 동안 방바닥을 뒹굴던 내가 스포츠센터에 취직한 것도 그렇지만, 노예팅사건부터 시작해서 납치사건, 공동묘지사건, 해병대 사건, 복권당첨사건, 날치기사건, 그리고 그녀와의 연속되는 기가 막힌 인연과 우연 등 마치 한편의 코믹영화 같은 사건들이 근래에 많이 발생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은 이 모든 사건들이 그녀를 알고 나서부터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의 출현과 이 엽기적인 사건들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그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구 영웅들의 생활습관을 파괴하라는 외계인의 특명을 받고 보내진 스파이일까?


    미칠넘! 또 잘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지는구나. 이래서 난 아무 생각도 하면 안 된다니까!


    아무튼 난 이곳에 복권 찾으러 온 거지 일하러 온 거 아니다. 처삼촌 묘 벌초하듯이 건성건성 일하는 척 하다가 작전 성공 후에 탈퇴하면 되는 것이다.


    10억! 10억! 10억!


    아직도 로또 당첨 된 사실이 꿈만 같다.


    내가 평생 벌어서 그 돈을 벌 수 있을까?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


    오늘 밤새도록 숫자만 세어봤다.


    1만도 못 세었다.


    사람이 죽을 때까지 숫자만 세어도 1억을 못 쉰다는 말이 정말인가보다.


    10억! 아, 흥분된다.


    나이스 츄리닝 차림으로 센터에 도착해 시계를 보니 'AM 10:00'이라고 적혀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시간대구나.


    평소 때였으면 낮잠자기의 신공을 활용하여 체력을 리필 시키는 황금의 시간대였다.


    휴게실에 앉아 예전에 미래에게 삥 뜯으러 왔을 때 몇 번 봤던 3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박부장이라는 사람에게 한시간 가량 일에 관한 브리핑을 들었다.


    카운터 관리와 영업 그리고 스쿼시강사역할까지 해야하는데, 아침 8시까지 출근해서 미팅과 청소를 하고 각자 영업을 뛰다가 오후 5시 정도에 센터로 복귀해서 실적을 올린 후, 밤 11시까지 교대로 스쿼시 레슨을 들어가야 한단다.


    영업은 스포츠센터 내부 사진이 실린 팜플렛을 들고 다니며 회사나 상가, 옷가게 할 것 없이 들이닥치는 대로 가서 이빨을 까고 그 자리에서 바로 신용카드를 은행전표에 긁어오는 것이란다.


    만약 3개월을 끊어오면 한 건당 7만원이, 6개월을 끊어오면 14만원이, 말빨이 좋아 1년을 끊어오면 24만원의 순이익이 생긴다고 한다.


    기본급은 30만원에 나머지는 능력제.


    하핫! 백수생활로 다져진 나의 뻔뻔함과 튼튼한 노가리가 안성맞춤인 직업이구나.


    그러나 내가 지금 이 딴 거나 하고 있을까. 빨리 잃어버린 꿈을 찾아 며칠만 일하다 그만둬야겠다.


    스쿼시장 앞에 서서 작전을 구상하고 있는데 박부장이 다가온다.


    『왜, 빨리 레슨 들어가고 싶나?』


    『네? 아, 그럼요.』


    『자네도 조만간 스쿼시 레슨 들어갈 테니, 잠시 후에 연습 좀 하자.』


    스쿼시? 지금 내가 그딴 거나 연습하고 있을 때냐.


    『저, 혹시 탈의실 청소는 누가 하는 거죠?』


    『그건 왜 묻지?』


    『제가 청소하는 걸 좋아해서요. 하핫.』


    『그야 뭐, 번 갈아가면서 하는 건데, 정 하고 싶다면 자네가 하도록 해.』


    아싸~! 땡잡았다.


    이 남자, 좀 어리버리해 보이긴 하지만 직급에 어울리는 또박또박한 말투가 듣기 좋고 자원이 풍부한 라틴아메리카처럼 매너도 풍부해 보인다.


    박부장이 잠시 자리를 뜨자, 카운터에 앉아 핸드폰으로 통화하는 척 하며 이리저리 서랍을 몰래 뒤져봤다.


    회원도 별로 없고 다른 직원들은 레슨 들어갔거나 영업 나가서 한가한 분위기였다.


    두 번째 서랍을 열자, 탈의실 비상용 열쇠가 가득한 게 보였다.


    아싸! 심봤다~!


    이 열쇠들은 그 어떤 금고를 열 수 있는 열쇠보다 더 값진 열쇠들이다.


    일단 열쇠를 손에 쥐었으니 그녀의 금고가 몇 번 인지만 확인하면 된다.


    금고만 알아내면 센터 영업 끝나고 청소하는 시간에 은근슬쩍 침입해서 복권을 훔쳐오면 게임 끝이다.


    일단 8부 능선까지는 쉽게 넘었다.


    그러나 아직 센터 분위기 파악 및 금고번호 정보입수가 있어야 하니, 작전은 오늘 밤 청소시간에 실시하기로 하자.


    참, 그전에 내 주요 미션이 있다.


    감시카메라의 위치 파악이다.


    돌아다니면서 카메라의 위치를 하나씩 살펴봤다.


    이곳은 지하인데, 지하로 내려오는 계단에 하나, 출입구에 하나, 휴게실에 하나, 좌측 모서리에 하나, 우측 모서리에 하나, 카운터에 하나, 탈의실에 하나. 된장, 온 사방을 카메라가 둘러싸고 있다.


    여기가 무슨 영화 촬영장이냐. 운동하는 회원도 별로 없는데 카메라가 왜 이리도 많은 거야.


    카메라들이 좀 신경 쓰이긴 하지만 참새가 허수아비 무서워 나락 못 까먹을까.


    『오빠야~』


    내부탐색을 하고 있는데, 센터 유리문을 열고 들어오는 미래가 보였다.


    『일찍 왔다?』


    『오아~ 오빠 여기랑 너무 잘 어울린다. 요즘 회원이 없어서 모두들 걱정인데 앞으로 여성회원들 많이 늘겠는데?』


    『푸하합! 너가 사람 볼 줄 아는구나.』


    『오빠야~ 내 덕에 취직한 거니까 오늘 멋지게 한 턱 쏴.』


    『야! 내 주머니 무게 1g이라는 걸 알면서 그런 염장 지르는 말이 나오냐? 모기다리의 피를 빼먹어라!』


    『그럼 오늘은 선배로서 내가 한 턱 쏠 테니까, 나중에 월급 타면 꼭 맛있는 거 사줘. 나도 오빠한테 한번 얻어먹고 싶으니까.』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미래한테 얻어먹기만 했지, 뭐 하나 제대로 사 준 적이 없구나.


    그 동안 이 무능한 오빠가 얼마나 야속했을까.


    복권만 찾아봐라. 넌 특별히 원숭이 골탕요리랑 모기눈알 요리 사 준다.


    『보라는 몇 시에 오냐?』


    『엉? 벌써 언니랑 친구하기로 한 거야?』


    『임마!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 스피드시대 아니냐!』


    『오모나! 무지 빠르다. 그 언니 저녁타임이니까 이따가 6시쯤 출근해. 나 레슨 들어간다~』


    잠깐, 미래한테 락카번호를 물어보면 되겠구나.


    째즈실로 들어가는 미래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미래야~ 너 락카 몇 번 써?』


    『그건 왜?』


    『하핫! 이 오빠가 탈의실 청소하거든. 특별히 신경 써주려고.』


    『126번.』


    『보라는 몇 번 쓰는데?』


    『글세. 잘 모르겠는데?』


    된장, 금고 번호를 어떻게 알아 내지? 그녀한테 직접 물어볼 수도 없고.


    괜찮다. 금고 번호가 확인이 안 될 경우엔 전원 사살하는 작전도 있으니 아직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한 대수 침착하고 절대 서두루지 말자.


    당첨금 지급 기한은 90일.


    아직 10일도 안 됐다. 두 달도 넘게 남았으니 서두르지 말고 치밀한 작전으로 승부를 가리자.


    잠시 후, 눈부신 햇살을 역광으로 받아 신비로운 빛을 뿜으며 유리문을 통과하는 한 남자가 보였다.
    그 신비로운 주인공은 다름 아닌 양동이였다.


    양동이! 이 글의 전편을 통 털어 가장 멋진 등장 씬이구나.


    『대수 너 한참 잘 시간에 웬 일이야?』


    『그러는 넌 웬일로 이곳에 행차하셨냐!』


    『나야 운동하러 왔지.』


    『운동하러 온 넘이 정장 쫙 빼 입고 머리에 기름 쳐 바르고 오냐!』


    옷은 꼭 강북 카바레 제비스타일이고 머리는 기름통에 빠진 생쥐 같다.


    『면, 면접보고 오느라고.』


    『비디오방에서 일하는 게 재밌다면서 면접은 왜 보냐?』


    『그, 그냥 심심해서.』


    『너 같은 넘이 열 번 찍어봤자 미래는 안 넘어간다.』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면 불도저로 밀어버리면 돼.』


    잽싸게 넘의 궁딩이에 100마력의 뒷발질을 날렸다


    『아야!』


    『불도저로 밀든, 바리깡으로 밀든, 작업하는 모습 보이면 한강 물로 밀어버릴 테니 알아서 해라!』


    『치, 근데 넌 여기서 뭐해?』


    『나 오늘부터 여기서 일한다.』


    『정말? 너 이런데서 일하는 거 싫다며?』


    『임마! 핸드폰도 하루가 멀게 급변하는 이 세상에서 사람 마음이라고 바뀌지 말란 법 있냐!』


    『우헤헤. 그 여자한테 관심 있는 거지?』


    『미칠넘! 헛소리 작작하고 조용히 운동이나 하다 사라져라.』


    내 말이 끝나자, 마치 모델이 워킹이라도 하는 듯 양복마이를 어깨에 폼나게 걸치고는 째즈댄스실까지 뚜벅뚜벅 걸어가더니 멋지게 턴해서 탈의실로 향한다.


    또라이 같은 넘! 염병하구 있네!
    아후~ 저 넘만 보고 있으면 왜 이리도 뚜껑이 올라갈까.


    빨리 인연을 끊던지 해야겠다.


    잠시 후, 스쿼시장으로 들어가 박부장에게 스쿼시 레슨을 받게 되었다.


    바로 옆 재즈댄스실에선 미래가 아줌씨들을 상대로 열심히 레슨을 하고 있었고 동이는 헬스장에서 런닝머신을 타며 미래의 몸 동작을 힐끔힐끔 엿보고 있었다.


    『이번엔 스윙자세가 너무 컸어. 무릎을 좀 더 낮추고 이렇게 포물선을 그으면서 휘둘러봐.』


    나와 마주 보고 선 박부장이 직접 스윙질을 해가며 기초자세부터 교정을 해주었다.


    『헥헥, 국가대표 나갈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돼요?』


    『남들을 가르치려면 기초부터 튼튼히 해야지.』


    얼마나 튼튼히를 주장하는지 이 사람이 건설업계에 종사했다면 아마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은 한 오백년 후에 무너졌을 것이다.


    5시간동안 쉬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며 자세를 배우다가, 쓰러지기 일보직전에 스쿼시장에서 퇴장했다.


    2년 동안 땀 흘린 일이 없었던 내가, 이렇게 땀을 쏘나기로 쫙 빼버리니까 몸이 소 붕알처럼 축 처지고, 숨가쁜 심장의 고동은 멈출 생각을 안 한다.


    헥헥, 복권 찾으러 왔다가 별 쇼를 다하는구나.


    박부장과 함께 2%를 마시며 쉬고 있는데, 레슨이 끝난 미래가 금세 옷을 갈아입고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부장님 저희 오빠 언제 끝나요?』


    『왜, 신입사원 환영회라도 하게?』


    『제가 오늘 저녁 쏘려고요.』


    『음, 좀 이따가 영업 나가 있는 직원들에게 소개시켜 줘야 하니까 밥만 먹고 다시 들어와.』
    『감사합니다. 오빠야~ 어서 씻고 나와.』


    아싸~ 땡잡았다.


    안 그래도 청소시간까지 어떻게 시간 때울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미래덕분에 말끔히 해결되는구나.


    3차까지 갔다가 문 닫을 시간에 들어와야지.


    샤워실로 들어가니 언제 들어왔는지, 동이녀석이 샤워를 마치고 거울 앞에서 광을 내고 있었다.


    분명, 미래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이 녀석도 나갈 준비를 하고있는 것 같다.


    지금까진 내가 몰랐지만 이렇게 내가 이곳에 버티고 있는 이상 앞으론 좀 고달플 거다.


    미래랑 같이 센터를 빠져 나오는데 동이녀석이 강아지마냥 쫄레쫄레 뒤를 따라온다.


    『왜 따라 오냐!』


    『나도 이쪽으로 가야돼.』


    『먼저 가라.』


    길을 활짝 열어주었다.


    『아냐, 먼저가.』


    『말로 할 때 고인지 스톱인지 결정해라!』


    『잠깐 쉬었다 갈게.』


    『그럼 우리 갈 때까지 푹 쉬고 있어라.』


    그러면서 다시 발을 옮기려고 하는데 미래가 나의 팔을 잡아끈다.


    『오빠야~ 동이오빠도 데리고 가자. 친구잖아.』


    미래의 말이 끝나자 동이녀석 실실 쪼개더니 2열 종대 대열을 1열 횡대로 만들어버린다.


    아후~! 이 재수 없는 넘이랑 붙어 있으면 꼭 안 좋은 일만 생기는데!





    컷~!








    나누어 줄수록 더욱 풍요로운 따뜻한 말 한마디가 용기를 주고 사랑을 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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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리의 꼬릿말입니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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