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들어 예게를 좀 보고 있는 미대생입니다.
간단히 소개를 드리면 저도 인문계에서 고등학교 2004년 당시 2학년 떄 미대 진학을 목표로 충실히 당시의 미대 입시를 치루고 2006년에 회화과에 입학했어요. 4년동안의 군생활과 외국생활을 포함한 긴 휴학이 있었고 12년에 복학해서 졸전을 준비하고 있네요. 회화과에 대한 것을 기준으로 설명을 좀 해볼게요
1. 일단 입시미술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오는데, 이것은 우리가 미대 시스템을 가져올 때 미국식 미술 교육을 가져왔기 때문이에요. 사실 유럽에서의 미술교육은 대부분 살롱을 통해 이루어졌고, 이곳은 현재 우리나라의 화실과 같은 곳이에요. 한명의 작가가 운영을 하거나 어떤 그룹이 운영을 하는 형태죠. 이에 주축이 되는 작가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해서 어떤 '파'가 생기기도 하죠. 피카소와 브라크, 클림트와 에곤쉴레 같은 관계들이 그런 살롱에서 이루어진 관계에요. 그 특색이 보이죠. 하지만 전쟁 이후에 대거의 미술가들과 평론가들이 미국으로 이주하게 되고 미국은 갑자기 예술붐이 일어납니다. 이 떄는 아카데미와 스튜디오가 미술교육의 주축이었어요. 미국에서는 작가들보다도 (그들의 예술을 옹호하는 위치의)평론가들이 큰 힘을 발휘하였고, 이들이 강단에서 미술을 교육 하는 것이 아카데미가 되었죠. 작가들은 개인 스튜디오를 가지고 개인의 작업을 하거나, 자본주의와 결탁하며 살롱의 형태가 아니라 팩토리의 형태를 띄게 됩니다. 앤디워홀 팩토리가 그 시작이었다면 재프 쿤스의 작업실이 그 끝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서론이 길었는데, 우리나라의 미대는 이 미국의 아카데미 형태를 가지고 옵니다. 시대상과 어우러져 미술교육은 인문학을 전제로 이루어졌고, 화실과 살롱처럼 어떤 특색을 짓는 장르도, 작업의 테크닉도 배울 수 없는 형태를 띄게 되죠(그럴 필요도 없구요). 그래서 미대는 이미 기술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을 원하게 되고, 이것을 가장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척도는 석고뎃생입니다. 뎃셍으로 몇십년간 유지되던 입시는 이래저래 많은 변화를 겪으며 석고 정물 수채화, 정물수채화, 발상과 표현, 사진과 정물이 있는 구상화 등등의 형태로 변하는데 이는 심각하게 각기 교수의 취향이 반영되기도 하고 부정도 너무 많았죠. 그리고 사실 미대에 와서 수채화를 쓰거나 건식파스텔을 쓰는 일이 개인의 취향이 아니고서는 거의 없어요.. 결국 입시미술은 그저 입시만을 위한 테크닉으로 변질되게 되버린 것이죠. (그러니 취미로 미술을 배우고 싶으면 화실을 찾아서 다녀보세요! 위대한 작가들이 화실을 운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취미로 그리는 법이나 기법을 배우는 데에는 충분할 거에요.)
물론 변화는 이래저래 이뤄지고 있어요! 학생들의 창의성이나 개성을 보기 위한 입시 전형들도 많이 연구되고 있고, 모 대학에서는 실기고사를 아예 없애기도 했죠! 이것들이 추후에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실기고사를 없앤 것은 미술계에서는 현재로서 조금 반발이 있는 느낌이에요.) 고로 입시미술을 나쁘게 보자면 딱 입시만을 위한 기술적 미술로 보여서 안좋을 수도 있지만, 그 근본은 기본 테크닉을 갖추는데 있습니다.(실재로 몇몇 대학에서는 들어오자마자 1학년 떄 추상화를 시키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게 단련되어진 기계적 습관을 좀 깨게 하기 위해서요)
2. 위에 언급했듯이 미대에서는 기술과 테크닉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다만 예술로 어떻게 접근하는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에요. 이론쪽으로는 우리가 소위 '뭐야 이건' 이라고 생각하는 뒤샹의 샘이나 이후의 전위예술들이 어떻게 예술로 보이는가를 배우는데 무려 3년이 걸립니다. 동시에 실기쪽으로는 과거의 위대한 그림들을 답습해요. 추상을 그리기도 하고, 하이퍼 리얼리즘을 그려보기도 하고, 몇몇 거장의 테크닉을 따라해 보기도 합니다. 특히나 현대 미술이 회화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다양한 것들을 배우기도 해요. 여기에는 사진, 영상, 판화, 설치, 뉴미디어등등이 포함되기도 해요. 하지만 작업은 전적으로 학생의 것이고, 특정 사조나 이즘을 주제로 과제를 내주기는 하지만 그것의 결과물은 천차 만별이죠. 그리고 기술이라는 것은, 가르쳐준다고 확 느는 것도 아니고 몇십년은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이라서 그리는 방법은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에요. 모든 학생이 붓으로 인한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 작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전시를 압둔 상태에서는 다른 장르의 작업을 해도 상관이 없어요. 즉, 영화에서나 나오는 것처럼 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실기실 안에서 깔끔한 이젤 앞에 앉아 붓질을 하지 않습니다(!)
3. 미대생은 생각보다 엄청 많은 인문학 지식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개인의 관심사가 어디냐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고 그 시대에 맞는 예술들이 어떻게 나왔나를 파악하려면 역사의 흐름, 철학의 흐름 등을 꿰뚫는 것은 소양으로서 필요해요. 우리가 소위 말하던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시대도 끝났다고 평론가들은 칭해버렸죠. 뭔지도 모르는 시대가 끝났다고 하니 무슨말이여 싶겠지만 대부분의 철학자들과 평론가들은 2008년을 기점으로 신자본주의는 쇠퇴를 시작하였고, 포스트 모던은 종말을 고했다고 생각합니다. 뭔지 파악하지도 못한 채 끝났다고 단정 지어져 버린 포스트 모더니즘을 탐구하려면 모더니즘을 연구해야 하고 그 모더니즘의 뿌리는 저 멀리 르네상스 시대로 올라갑니다. 르네상스 시대는 그리스 로마문화의 부흥이었으니 다시 그리스 로마시대로 올라가고.. 결과적으로 현대 철학과 현 시대를 관통하는 생각을 알기 위해서는 필요에 따라 플라톤부터 배워야 하는 상황이 오기도 해요. 게다가 역사적 지식이 중요하기도 하죠. 특히나 전쟁 전후로는 세계관 자체가 변하는 때고 지금도 끊임없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에 역사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기도 해요. 이것마저도 변해가는 추세일 것 같고 우리는 그 변동기에 살고 있네요. 하지만 아직까지도 미술계에서도 가장 주목하고 있는 철학자들이 얼마전 내한하여 강연을 한 '슬라보예 지젝'같은 사람들이니 인문학이나 철학적 지식에 대한 필요성이 급감하지는 않을 것 않네요. (참고로 지젝은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철학자입니다. 21세기에 맞는 공산주의를 당돌하게 제시하기도 하는데, 좌우개념을 떠나서 원리원칙이나 근본적인 것에 대한 질문을 하죠. 관심있으신 분은 '멈춰라, 생각하라'라는 책을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애요.)
입시미술에 대한 얘기들이 많아서 그냥그냥 써보려고 했던게 마지막까지는 무슨 소리를 하면서 쓰는지를 모르겠어요.
지금도 지워버릴까 엄청 고민중이긴 하지만 호오오옥시나 조금의 정보라도 얻어가는 분이 계실 수도 있고, 지적을 해주셔서 제가 잘못알고 있는 지식을 더해주실 수도 있으니깐 올릴게요
+그림을 걸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조금씩 계시던데 17,18일에 서울역에서 하는 '사심없는 그림'이라는 아트페어를 찾아 참고해보세요. 아시아프가 열렸던 문화역서울에서 열리는데, 미대생들이 봐도 욕할정도로 헐값에 가격을 권장 및 책정하고 있고 그 와중에 커미션까지 띠어가서 누가 왜 내는지는 모르겠지만 10호(53*45.5cm)까지는 권장가격 2만원-최고가격 4만원, 30호(90.9*72.7cm)는 권장가격 5만원-최고가격 8만원, 100호(162.2*130.3cm)가 권장가격 20만원-최고가격 30만원이니깐..............사는 사람 입장에서 맘에 드는것만 찾으면 뭐.............(정말 거의 재료값입니다. 혹은 재료값도 안나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