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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diet_127851
    작성자 : 아빠별
    추천 : 11
    조회수 : 737
    IP : 175.194.***.52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20/03/04 14:41:15
    http://todayhumor.com/?diet_127851 모바일
    빨간피클님께 부치는 편지. -별이아빠의 우울증 극복기-
    빨간피클님의 식이장애 극복 과정을 길게 보면 전체적으로 좋아지고 있잖아요? 최근에 극단적 식이를 가졌던 결과로 극단적 식이장애를 거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쨌든 위기상황이니 만큼 의사의 힘을 통해 잘 극복하실 수 있을 겁니다.

    사람은 자신의 경험으로 좋았던 것을 남에게도 추천하잖아요, 제가 얘기하는 것이 절대 정답이 아닙니다. 수많은 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것 뿐. 행여나 제 이야기로 인해 '육아 스트레스'가 가중 되지는 않을까 걱정 되어 많이 주저했습니다. 그래도 한 번 얘기 해봐요. 이 글은 육아에 대한 얘기이고, 육아를 통해 제 우울증을 대면하는 얘기입니다.

    사람은 살면서 크건 작건 스트레스를 받고 불합리한 대우를 받습니다. 그것을 적절하게 밖으로 내뿜으며 해소하면 좋은데, 그렇지 못할 경우 문제를 가지게 되죠. 하나는 약한자를 짓밟아 정서적 회복(자신감)을 하는 가해자로 성장하는 것이고, 하나는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우울증을 겪게 됩니다. 알콜중독, 약물중독, 식이장애등은 덤이죠. 그래서 유럽에선 일찍이 육아에 방점을 찍고 육아휴가, 육아지원, 가정폭력등에 많은 노력을 합니다. 

    저는 언제부터인지 기억 못할 정도로 어려서부터 정서적 장애를 지니고 성장했어요. 우울증, 공황장애, 자해, 알콜중독, 자살미수. 이렇게 발전했죠. 전 제가 잘못 태어난 존재, 이 세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잘못된 존재라 여겼어요. 그 오해?가 풀린 것은 육아공부를 하면서 부터입니다.


    제 성장과정을 제가 분석해본 결과예요.

    저를 키운 어머님은 당시 육아서라는 것도 없었고, 남편은 한달에 한번 들어오는 말단경찰이셨고, 첫째 딸을 낳은지 2년만에 저를 낳았습니다. 첫 딸을 낳고 산후우울증에 시달리셨을 테고, 시어머님도 친정어머님도 도움을 주실 상황이 아니셨고, 둘 째 아들은 그렇게 최악의 상황에서 홀로 육아를 하셨을 겁니다. 

    부모님은 전형적인 경상도분이셔서 부드러운 면이 전혀 없는 성격. 저는 태어나길 소위 '순둥이'였습니다. 아기 때 울지도 않았대요. 제가 파악한 제 성격은 겁 많은 여린 존재. 엄격하고 화 많은 부모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전략은 착한아이가 되는 것이었어요. 소위 '착한아이 병'으로 성장합니다.

    만 3세까지 부모로부터 세심한 돌봄을 받지 못했을 것이고, 부모님은 권위와 윽박지름으로 아이를 제압했고, 그 때부터 저는 '세상은 두려운 대상'이라 인식하게 됩니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늘 높게 유지하고, 정작 긴장해야 할 상황에선 너무 높은 스트레스호르몬 수치로 얼어버립니다. 본래 긴장하는 상황에서의 적당한 스트레스호르몬은 근력과 순발력등의 신체능력뿐만 아니라 두뇌능력까지 최고로 올려주죠. 하지만 저는 평소에도 그정도, 혹은 그 이상의 스트레스호르몬 높이를 가지고 생활합니다. 학교 수업에 들어서기만 해도 얼어버립니다. 선생의 얘기를 듣지 못해요. 집에 돌아와 책을 읽어도 겁 먹어 책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친구랑 어울리지도 못하고 책상에만 앉아있는데 성적은 바닥을 칩니다. 어려서부터 어리숙한 모지리 취급을 받았죠.

    그러한 상태로 대학을 가야하니 어마어마하게 자신을 채찍질합니다. 그때부터 공황장애를 앓으며 자해를 했습니다. 어찌어찌 대학 들어가서 개망나니 생활을 했고, 유학가서 혼자의 생활을 하게 되며 처음으로 책을 읽습니다. 책 내용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어요. 그 책이 데카르트의 철학책이었습니다. 헐...

    유학생활에서 음악을 새로 시작했어요. 워낙 사랑했던 기타라는 악기였기에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갖습니다. 반면 지옥을 경험하죠. 무대위에서 연주를 해야 하는데, 무대에 오르기만 하면 얼어서 '도래미'도 못 쳐요. 저는 연습부족으로 인한 자신감 부족이라 여겼고, 더 혹독하게 연습합니다. 연습 자체가 행복하기도 했지만요. 그렇게 무리한 연습으로 손가락 신경이 망가졌고, 2년여간의 투병생활 끝에 자살시도를 두 번 합니다. 당시에 심각한 알콜중독에 수면제를 하루 7알씩 먹으며 잠을 잤어요.

    한국으로 돌아와 예술을 완전히 포기하고 혼자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습니다. 장애인활동보조를 하며 살았어요. 그들의 집에 얹혀살며 시급받아 생활했죠. 그때 옆지기가 나타나 인생의 전환점을 갖습니다. 결혼을 했고, 옆지기가 제 우울증을 간파하여 책으로 이해시켜주었고, 제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싸워주기 시작합니다. 수면제를 7알에서 1알로 줄였을 때쯤 별이가 뱃속에 들어섰어요. 

    멀쩡한?사람도 아이를 가지면 우울증에 시달린다는데, 저는 자신 없었습니다. 딱 이틀 고민하던 부부는 그래도 한번 낳아보자는 결정을 합니다. 솔직히 저는 당시 '육아하다 죽어보자'라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이곳에서 몇 번 얘기 드렸듯, 별이를 키우며 제 불면증이 좋아집니다. 
    옆지기에게 저는 '너느 밤에 잠을 자라, 어차피 나는 잠 못자는 몸이니 밤새 내가 젖 먹이고 토닥이 하겠다'하며 안락의자에 누워 별이를 배 위에 올려 재웠습니다. 그 자세로 저는 영화를 보며 밤을 지샜죠. 그리고 기적이 일어납니다. 처음으로 수면제 없이 잠을 자게 되죠. 별이의 포근함에 호르몬 균형이 맞춰지기 시작합니다.

    그 때부터 육아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제 문제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 되었는지 알기 시작했죠. 별이의 이상행동으로 상담센터를 찾아갔을 때도 선생은 아이보다 부모를 진찰했고, 저에 대해선 단호하고 명확했습니다. '부보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자라셨군요.'

    불행하게도? 별이는 엄마를 닮지 않고 저를 닮았습니다. 태어나서부터 울지 않았어요. 울어야 폐 속 양수가 나오는데 눈만 껌뻑이고 울지를 않아 간호사가 별이를 많이 때렸죠-_-;; 겁 많은 별이는 어린이집 아이가 팔을 깨물어 멍이 들어도 아무말 도 않고 그냥 가만히 앉아만 있었답니다. 그냥 아빠 판박이인 거죠. 그래서 저는 제가 받지 못한 것을 별이에게 주기로 합니다. 예를 들자면, 별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별이 결정을 따릅니다. 무엇이든 다 물어봐요. 그것에 위생 건강 안전에 문제 없는 것이라면 모두 따라줍니다. 5살때 까지도 어린이집에 내복입고 갔어요. 그 옷이 좋다는데, 그거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저희 어머니 난리 치셨죠. 저희 어머니는 '뭐든 별이한테 물어노'하시며 빈정 대십니다.

    아이를 몇 년 키우다 보니 문제가 점점 커지는게, 저희 어머님과 함께 사는 일이었습니다. 50 먹어가는 부부가 자신의 삶을 마음대로 꾸리지 못하는 것도 크지만, 육아에 대한 태클이 컸어요. 제가 읽은 모든 서적을 어머님께 보여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께선 제게 했던 모든 실수를 똑같이 별이에게 반복하셨습니다. 정말 저를 철저히 무시하시는 분입니다. 저에 대해 기억하시는 게 없고, 제가 무슨 얘기를 하면 '아구, 알았다 알았다'하며 무시합니다.. 어머니에 대한 불평만 써도 A4 10매는 나올 겁니다. 이런 얘기는 혼자서만 삼키고 있어야 하는 건데, 영화 [조커]를 보며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조커가 엄마를 죽이는 장면이었어요. -_-;;;

    그렇게 분가를 했고, 돈 없는 저는 분가를 위해 집의 많은 부분을 직접 지었고, 이제 셋이서 단란한 삶을 시작하는데.... 가족이 저를 그냥 내버려두질 않습니다. 누나는 전화를 할 때마다 '엄마 버리고 가니까 행복하냐'라는 식으로 욕을 퍼부으며 스트레스를 주고, 때 맞춰 어머니는 다쳐 병원에 입원하십니다.

    옆지기는 얘기해요, '너희 집안은 뒤집혔어, 네가 딸이고 너희 언니가 아들이야. 어쩌면 가족들은 너를 그렇게 철저히 무시하냐.' 실제로 그렇습니다. 제가 뭐 하려 하면 '네가 뭘 하냐..'하며 혀를 찹니다. 그리고 제가 뭘 해냈는지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요. 뭔가 잔심부름이 있으면 모두 저를 시킵니다. 예술가는 공식백수인가봐요. 심지어는 공방수업 있는 날도 일 시킵니다. "그거 수업 한 번 좀 빼~"하면서 말이죠.

    결국 누나랑 전화로 또 쌍욕 날리며 싸우다 전화번호 차단했습니다. 어머니께 가서 다 얘기했어요. 내가 어떻게 존중받지 못하고 살았는지. 그리고 누나와는 인연 끊고 살거라고. 그 날 처음으로 어머님으로부터 사과 받았네요. 참 웃긴게... 그렇게 어머니에 대한 감정이 악랄했는데, 단 한마디의 사과에 녹아내리더군요. 그 이후로 엄마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제가 뭐 해다드리면 고맙다는 인사 꼬박 해주시고요.

    분가하여 이사한 이후의 이 과정에 받은 홧병으로 제 신체가 더 무너진 것 같습니다. -_-;;

    요즘 코로나로 모든 게 정지 되어있죠. 뭐 어디가서 더 일할 것도 없고, 계단도 잘 못 오르는 제 신체로 어디 갈 수도 없습니다. 아이 입학은 연기되고 있고, 옆지기와는 마음 편히 먹기로 했어요. 빚 차곡차곡 쌓이지만 올해 중반부터 스퍼트 올리기 위한 '휴식'의 시간으로 갖자고. 별이와 행복을 쌓아 보자고.

    요즘 저의 일과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새벽 5시쯤 깨요. 10시 정도면 온 가족이 잠에 드니 수면시간은 충분합니다. 5시에 일어나 집안 온도 맞추고, 청소하고 밥해먹고 빨래 정리하고, 뭐 인터넷 좀 들여다 보고 있으면 별이가 먼저 일어나요. 이층에서부터 내려오는 별이는 계단 두 개 남겨두고 멈춰서서 팔을 번쩍 올립니다. 안아줘요. 그렇게 안고 몇 분 돌아다닙니다. 정말 행복한 시간이예요. (별이는 단 한 번도 유모차에 앉히지 않았어요^^ 항상 제가 안았다능)
    물 한잔 먹이고 화장실 보내고, 그리고 별이에게 '아침 뭐 먹을래?'의 답변을 듣는 데까지 30분은 걸립니다 ㅋㅋ

    육아서가 알려준 육아의 원칙은 정말 잘 지키려 노력합니다. 때리지 말것, 소리지르지 말것(하지만 종종 소리 질러요 ㅜㅜ), 부모가 일관성 가질 것. 아이를 존중해줄 것. 그 외에도 제가 받지 못한 것을 별이이게 주고하는 것이 저의 육아원칙입니다. 항상 상냥하고 부드럽게 대하기. 내가 잘못한 것에 대해선 내가 먼저 사과하기. 사랑한다는 얘기 자주 해주기. 답답하더라도 끝까지 기다려서 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할 수 있게 유도하기. 

    제가 화를 내고 별이와 싸우거나 엄마와 별이가 싸웠을 경우, 적당히 시간이 지나면 별이를 꼭 끌어 안고 얘기를 나눕니다. 부모가 잘못한 부분은 꼭 사과를 하고요.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목소리로 별이에게 설명해줘요. 별이와 엄마아빠가 왜 싸우게 되었는지. 별이 얘기도 잘 들어주고요. 사실 위생 건강 위험에 관한 상황이 아니면 싸울 일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 모든 육아의 과정이 알고보니 제 스스로에 대한 위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받지 못한 것을 별이에게 줌으로서 스스로 치유되는 느낌이랄까요? 별이가 제 품에 안겨 어깨에 얼굴을 폭 파묻거나, 새벽에 깨어 옆에서 자는 모습을 보다가, 가끔은 울컥울컥 눈물이 솟기도 하고요. 늘 별이를 더 행복하게 못해주는 것 같아 가슴이 아리고요. 그러는 과정이 행복하고 그렇네요.

    누나와 싸우고 어머니와 불편한 관계를 정리한 과정은 매우 적은 부분입니다. 가장 큰 부분은 별이와의 관계에서 제 정서적 문제가 좋아지고 있어요. 다름 아닌, 제가 받지 못했던 것을 별이에게 주는 과정을 통해서 말이죠. 그러기 위해 많은 공부도 했고, 앞으로도 더 많이 공부해야 하겠죠.

    그렇다고 빨간피클님께 '육아를 더 잘해라'라고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대가 어떻게 육아를 하는지도 전혀 모르고요. 제 이야기의 핵심은 이겁니다.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을 하고, 그것을 어떻게 대면하고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라는 것. 저는 그 것을 육아에 대입한 것 뿐입니다. 빨간피클님의 해결점은 육아가 아닌 다른 곳에 있을 가능성이 더 크겠죠. 어쨌든 제 경험이 해결의 실마리를 푸는데 미세먼지 만큼의 도움이라도 될 수 있을까 하여 글을 써봅니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니, 우리 조금씩 더 행복해져요. 그 목표를 향해 조금씩 노력하면 조금씩 상향그래프를 그릴 겁니다. 그렇게 믿어요.
    아빠별의 꼬릿말입니다
    바빠서 퇴고 없이 그냥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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