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종종 사이트 글 즐겨 보다가 한동안 멀리 했었네요. 주로 베오베 게시판에 접속해서 눈팅하곤 했었지요. 다양한 장르의 글이 많아서 제 이해의 폭을 나름 넓혀준 것도 같습니다. 특히 고민게시판 글들을 읽으면 어찌나 절절한 사연들도, 사정도 많던지.. 그런 제가 여기에서 썰을 풀 줄은 몰랐네요. 글쓰기 버튼을 누르며 확인한 제 닉네임을 보고 피식할 정도였으니까요.
네, 아무튼 저도 힘든 구석이 있어서, 상처받아서 위로 좀 받으려고 손가락을 놀리는 중입니다. 다들 이쪽 초등학교 세계가 나름 온실같다는 표현을 하시며, 행복한 줄 알아라, 밖은 지옥이다, 는 둥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제 나이 30대 초반입니다. 이쪽 세계에 몸담으면서 저도 그렇게 생각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나 정도면 처지가 좋은 사람이라고, 아이들이랑 지내는 환경 생각하면 그래도 나는 낫다고..
참.. 사람이 많이 떨어지더라구요. 나름 공부 좀 했다는 축에 들었었는데, 그래서 자부심도 갖고, 나름의 사명감도 품었었는데 안되는건 안된다는 느낌을 받으니 이게 사람이 축축 떨어지는 느낌. 괜한 부심 떠는거 같다고 생각했으나, 저란 사람은 공부 빼곤 그다지 내세울게 없는 사람이거든요. 제가 저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 외모는 중하, 성격도 소심, 결단성 부족, 기능이나 지식습득 능력 평균 아래.. 등등입니다. 그냥 악으로 깡으로 허리 아파가며 치질로 고생해가며 나라에서 정한 수능 제도나 대입 시험, 임용 시험 기준에 통과했을 뿐입니다. 그거 빼곤 남는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란 놈이.
제가 좀 느린 구석이 있어도 어떻게든 해낸다는 오기는 잃지 않은 사람인데, 요샌 힘이 좀 많이 부칩니다. 나의 선한, 아니 잘해보고자 하는 의도만으로는 안되는게 있다는 느낌. 남탓해서 얻을 것 하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제도나 시스템만 탓하게 되고 저는 '에휴 모르겠다' 나자빠지는 제가 참 그렇습니다.
오늘 아이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했습니다. 선생님이 좀 더 마음이 넓고 현명한 사람이었다면 너희 모두를 품어주고 이해해줄 수 있을텐데, 그게 안돼서 미안하다, 사과를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섭섭한게.. 저도 있죠, 사람인데 왜 없겠습니까. 그래도 그 녀석들이 실수를 하고 사고를 쳐도 아직은 어리거든요. 모든 것을 저 혼자 짊어지고 길을 열어주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최소한 저는 길잡이만큼은 되고 싶었기에 아쉬움이 많이 생기더라구요.
생활을 하다보면 감정의 끝을 보는 때가 있습니다. 어느 직종이나, 어느 상황에서나 모두 마찬가지일거라고 생각해요. 사는건 다 비슷하겠죠. 하지만 그 후를 생각해 볼 때, 스물스물 떠오르는 대안이나 어떤 막연한 다짐, 이런 것들이 그래도 희망으로 떠올라야 생의 의지를 갖고 다시 나아갈텐데 오늘은 힘이 좀 많이 빠져버렸습니다. 이에 대한 책임 역시 그 어느 누구도 아닌, 저라는 것을 인정함에도 말이에요.
저에게도 사실 장점은 많이 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분명 저에게도 있어요. 이게 제가 몸담은 직종에서, 그리고 제가 맡은 아이들에게 유의미한 경험을 주고 또 받고도 싶습니다. 오늘은 그게 좀 잘 안돼서 이렇게 글을 쓰는거지만요.
저 배부른 소리 한다, 생각 거두어주시고 그냥 초등교사도 감정이 많이 지칠 때가 있구나,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가 못난이라는 것을 인정하지만, 못난이라도 인생 나름대로 잘 살아봐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