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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istory_12758
    작성자 : 투더코아
    추천 : 4
    조회수 : 1027
    IP : 211.255.***.59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3/11/29 03:42:22
    http://todayhumor.com/?history_12758 모바일
    <연재>[투더코아의 詐欺 列傳]24.범수채택열전(范睢.蔡澤列傳)
    투더코아의 詐欺 列傳.
    http://www.podbbang.com/ch/6526 <ㅡㅡ팟캐스트로 들으시려면 이곳을 클릭 하세요~^^
     
    *범수.채택열전(范睢.蔡澤列傳)
     
    드디어 때가 도래하였다.
    그동안 여러차례 언급되며 필자의 손과 입을 간지럽히기만 하고,
    그러나 자세히 말할수 없었던 범수의 이야기를 할 시기가 돌아왔다.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이야기 하면서 가만히 살펴보면 여러나라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것 같지만
    결국 모든 이야기가 진나라와 연결 된다.
    그것은 진나라가 주변의 열국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때문일것이다.
    허구한날 진나라의 침략을 받아 골머리를 앓던 주변국들이 어떻게 위기를 타개했는가 하는 얘기도 재미있지만
    그런 사건을 일으킨 진나라야말로 당시 역사의 주인공이 아닐수 없다.
    그런 주인공인 진나라의 여러 인물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것은 역시 진소왕(진소양왕)
    이 아닐까 한다.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했다 하지만 사실 천하열국을 모두 잠식하고 멸망시킨 공적은 오히려 진소왕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소왕은 50여년간 왕위에 있으면서 진나라를 잘 다스리고 종주국 주나라는 물론 천하열국을 제패하여
    실질적으로 열국으로부터 입조를 받고 조공을 받기까지 했으니
    그야말로 가장 위대한 정복왕이라 아니할수 없다.
    그 위대한 업적을 쌓은 진소왕을 있게한것이 바로 정승 응후 범수이니 이야말로 숨은 조연으로서
    주연을 더욱 빛나게한 인물이라 볼수있다.
     
    범수는 처음에 곤궁하였고 나중에 죄인의 몸이었지만 어려움과 역경을 딛고,
    큰 포부와 경륜으로 마침내 천하의 강국 진나라에 들어가 일거에 정승이 되었으니
    그 인물의 범상함은 물론이요, 인생 역정의 고난을 뚫은 의지또한 높이 평가받을만 하다.
     
    이제 응후 범수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두위뇨기(頭爲尿器)
     
    범수(范睢:혹은 범저范雎라고도 한다) 는 위나라 사람이며 자는 숙(叔)이라 한다.
    범수는 위나라 대량출신이었는데 능히 천하의 이치를 말하고 능히 국가를 일으켜 세우고
    세상을 바로잡을만한 학식과 경륜이 있었다.
    범수는 위나라에서 벼슬을 하고 싶었지만 워낙 미천하고 가난하여 연줄도 없고 노잣돈도 없었기때문에
    우선 중대부 수가 의 집에 몸을 의탁 하고 있었다.
     
    이 당시는 제나라의 제민왕이 한참 교만무도하던 때라서 연나라 악의 장군과 주변 네나라 연합군이
    제나라를 쳐서 제나라가 거의 멸망지경 이었으나 제나라의 전단 이 연나라를 물리치고
    잃었던 국토를 회복하고 태자 법장을 세워 왕으로 모셨으니 그가 바로 제양왕 이었다.
     
    제나라를 치는 연합군에 합류했던 위나라는 사세가 이렇게 변하자 매우 당황 하였다.
    위나라의 위소왕은  정승 위제와 상의 하여 중대부 수가를 사신으로 보내어 제나라에 사죄하고
    친선을 맺도록 하였다.
    수가는 자기집 가신인 범수를 수행원으로 데리고 제나라로 가서 제양왕 앞에 나아가
    지난일을 사과 하고 화친조약을 맺을것을 청하였다.
    그러나 제양왕은 언성을 높이며 수가를 꾸짖었다.
    "지난날 위나라는 우리 제나라와 동맹을 맺은일이 있는데 이번에 연나라가 우리를 공격할때 어찌 했는가?
    너희 위나라는 우리 강토를 짓밟고 결국 우리 선왕까지 돌아가시도록 하는데 일조를 하지 않았는가?
    나는 위나라를 용서할수 없으니 썩 물러가라."
    제양왕이 대로한것을 본 수가는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벌벌 떨기만 하였다.
    이때 그 꼴을 보다못한 범수가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대왕의 말씀은 옳지 못합니다.
    저희 위나라와 제나라가 동맹을 맺고 송나라를 공격 했을때 제나라의 선군이신 제민왕께서는
    송나라를 무찌르고나면 그 땅을 우리 위나라와 나누어 가지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제민왕은 송나라를 쳐서 무찌른후 그 땅을 독차지 하지 않았습니까?
    뿐만 아니라 도리어 우리 위나라를 멸시하고 학대하였습니다.
    그러니 먼저 신용을 잃은것은 제나라가 아닙니까?
    그후에 제나라가 더욱 횡포하고 교만했기때문에 모든 나라가 연나라의 편이 된 것입니다.
    그러하거늘 대왕은 어찌해서 우리 위나라만 책망 하십니까?
    더구나 우리 위나라는 다른나라 군사에 비해 제나라에 별로 큰 피해를 입히지도 않았습니다.
    또한 연나라가 임치를 포위하고 있을때도 우리 위나라는 제일먼저 돌아가지 않았습니까?
    이정도면 우리 위나라가 제나라를 예의로서 대접한것인데 대왕께서는 제나라의 잘못은 생각지 않으시고
    우리의 허물만 말하시니 이는 양국의 우호에 좋지 않을 것입니다."
    이말을 들은 제양왕은 내심 충격을 받았다. 또한 범수의 언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제양왕이 수가에게 물었다.
    "이분은 뉘시오?"
    "예 저의 문하에서 사인을 보고있는 범수 라고 하옵니다."
    제양왕은 범수를 유심히 살펴보고는 두 사람을 공관으로 물러가 쉬게 하였다.
    그날밤 범수가 묵고있는 숙소에 제나라 신하 한명이 찾아왔다.
    그 제나라 신하가 범수에게 넌즈시 말하였다.
    "우리 대왕께서는 선생의 높은 재주를 사모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선생을 객경으로 모시려 하고 있으니 선생은 위나라로 돌아가지 마시고 우리 제나라에 머물러 주시기 바랍니다."
    범수가 사양한다.
    "나는 위나라 사신과 함께 왔으니 다시 사신과 함께 돌아가야 합니다.
    이런 신의도 지키지 않는다면 어찌 사람이라 하겠습니까?"
    제나라 신하가 돌아가서 제양왕에게 이 사실을 고하니 제양왕은 범수를 더욱 존경하게 되었다.
    그래서 제양왕은 다시 신하에게 황금 10근과 좋은 술을보내어 좋은 말로 범수를 설득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범수는 끝끝내 그 청을 사양하였고 제나라 신하는 그 후에도 여러차례 황금과 술을 들고 범수의 공관을 찾아왔다.
    제나라 신하가 마지막으로 말 하였다.
    "선생께서 제나라 신하가 되든 안되는 그것은 모르겠소. 그러나 이 황금과 술만은 제발 받아주시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돌아가서 우리 왕을 뵐수가 없소."
    범수는 더이상 거절할수가 없어서 술만을 받고 황금은 결국 끝까지 받지 않고 돌려보냈다.
     
    이런 사실을 안 수가는 범수를 불러 물었다.
    "제나라 신하가 여러차례 그대를 찾아왔다던데 그대에게 무슨 말을 하던가?"
    "제나라 왕이 저에게 황금과 술을 보내주었으나 황금은 받지 않고 하도 여러차례권하길래 술만 받아 두었습니다."
    "제나라 왕이 무엇때문에 그대에게 황금을 보냈단 말인가?"
    "자세한것은 모르오나 제나라 왕이 대감을 존경하여 저에게까지 그런 물건을 보낸것 아닌가 합니다."
    "그렇다면 정작 사신인 나에게는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자네에게만 선물을 보낸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이는 필시 자네가 제나라와 내통을 한것이겠지?"
    범수는 기가 막혔다.
    그래서 사실대로 이야기 하지 않을수 없었다.
     
    애초에 아랫사람 앞에서 제양왕에게 망신을 당했고 그 위기를 범수덕분에 모면한 수가는
    자존심도 상해 있었고, 또한 본국으로 돌아가서 보고할 성과를 얻지 못한 때문에
    범수의 행동이 내심 매우 못마땅 하였다.
    결국 아무 성과 없이 위나라로 귀국한 수가는 자신의 공 없음을 변명하기 위해
    위왕과 정승 위제에게 범수가 제나라와 내통하였다고 일러바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로한 위왕과 정승 위제는 그 당장에서 범수를 잡아들였다.
    포박당한채로 끌려와 바닥에 꿇어앉은 범수에게 정승 위제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범수 네 이놈 네가 어째서 제나라의 뇌물을 받고 제나라와 내통을 하였느냐?"
    "어찌 감히 그런일을 할수 있겠습니까? 저는 억울 하옵니다."
    범수는 애써 변명했지만 그런말은 통하지 않았다.
    정승 위제는 자백을 받아내기위해 옥졸들을 불러 범수에게 곤장을 때리게 하였다.
    범수는 백여대의 곤장을 맞으면서도 끝내 자백을 하지 않고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 하였다.
    그러나 더욱 격노한 위제는 더 심하게 곤장을 때릴것을 명하였다.
    옥졸들의 몽둥이가 사방에서 날아드니 범수는 뼈가 부러지고 살점이 튀었으며
    이가 부러지고 온몸에 선혈이 낭자하였다.
    이렇듯 참혹한 매질을 참다못한 범수는 원통하고 억울하다고 울부짖었지만
    정승 위제는 옥졸들에게 술을 먹이고 교대로 범수를 매질하게 하니 이들은 사람이라기 보다
    저승사자나 지옥의 야차와도 같았다.
    대여섯 시간의 매질에 결국 범수는 시체와도 같이 축늘어지고 말았다.
    옥졸들이 "범수가 죽은듯 합니다." 라고 보고하자 위제는
    "나라를 팔아먹은자는 죽어 마땅하다. 이래야 다른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될것이다."
    라고 말하고는
    "저놈을 거적에 싸서 변소 아래에 갖다버려라 그래서 죽은 뒤에도 남의 오줌이나 받아먹도록 하여라."
     
    어느덧 밤이 되었다.
    죽은줄 알았던 범수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깨어났다.
    지키고 있던 옥졸이 인기척에 깜짝놀라 살펴 보니 범수가 죽지않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힘없이 말하였다.
    "내가 이지경이 되어 비록 잠시 정신이 들었지만 결국 살아남지 못할것 같으니 나를 우리집에 좀 데려다 주게.
    어차피 죽을 목숨 그래도 내집에서 죽을수 있도록 좀 도와 주시게나.
    만약 나를 도와주면 내집에 황금이 댓냥 있으니 그걸 모두 자네에게 주겠네."
    옥졸이 황금이란 말에 솔깃해서 대답했다.
    "그럼 죽은듯이 꼼짝말고 계시오. 내 안에 들어가서 적당히 둘러대고 나오리다."
     
    당 안에서는 위제가 여러사람과 술을 마시며 크게 취해 있었다.
    옥졸이 들어와 아뢰었다.
    "뒷간에 둔 시체에서 비린내가 매우 심하게 납니다.
    송장을 두어두느니보다 밖으로 내가는것이 나을듯 합니다."
    주변의 손님들이 "안그래도 어디서 안좋은 냄새가 난다 했는데 이게 그냄새구나.."하며
    위제에게 말했다.
    "범수는 이미 죽었는데 송장을 두었다가 뭘 하겠습니까?
    시체를 내보내고 새로운 기분으로 한잔 합시다."
    이에 위제는 범수의 시체를 내다가 묻지 말고 들에 버려 짐승과 까마귀들의 밥이 되도록 하라고 명하였다.
    옥졸은 사람들이 안보는 틈을 타서 범수를 손수레에 싣고 빠져나갔다.
    집에 도착한 범수는 옥졸에게 집안의 황금을 내주고는
    "이 거적을 가져다가 들에 버리게. 그래야만 자네가 피해를 입지 않을것일세." 라고 말했다.
     
    옥졸이 물러간후 아내가 온몸에 약을 발라주고 술과 음식을 먹였다.
    범수가 아내에게 말했다.
    "위제는 내가 죽은줄 알고 나를 내보냈지만 술이 깨고나면 다시 의심하여 나를 찾을것이오.
    들판에 내 시체가 없는것을 알면 반드시 우리집으로 찾으러 올것이니 그때엔 다시 살아날 길이 없소.
    당신은 어서 성문밖의 정안평이란 친구를 찾아가서 이리로 데려오시오.
    또한 오늘밤 안으로 발상하고 곡을 하시오. 그래야만 남들의 의심을 풀수 있소."
    이리하여 범수의 아내는 정안평을 불러와서 정안평이 범수를 업고 자기집으로 피신 시켰으며
    범수의 집에선 초상의 곡소리가 울려퍼졌다.
     
    다음날 아침 과연 술에서 깬 위제는 범수가 살아있지 않을까 의심하여 옥졸을 시켜 범수의 시체를 살펴보게 하였는데 잠시후 돌아온 옥졸은
    "짐승이 물어갔는지 피묻은 거적만 남고 아무것도 없습니다." 라고 보고하였다.
    위제는 그래도 미심쩍어서 범수의 집으로 사람을 보내어 봤다.
    그 사람이 돌아와서 보고하였다.
    "범수의 아내는 자기 남편이 죽었다는걸 이미 알고 발상하고 울고 있습니다."
    그제야 정승 위제는 머리를 끄덕이고 의심을 풀었다.
    범수는 정안평의 집에 숨어 상처를 치료하고 한달여 후에 정안평과 함께깊은 산속으로 숨어 버렸다.
    범수는 자기의 이름을 장록 이라 바꾸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가 범수인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얼마후 진나라에서 왕계라는사람이 사신으로 위나라에 왔다.
    왕계가 위왕을 만나 인사를 올리고 공관으로 물러나 쉬고 있을때
    정안평이 역졸로 가장하고 왕계의 주변으로 접근해서 왕계를 시중들었다.
    왕계는 시중을 잘 들고 싹싹하게 구는 정안평이 마음에 들어서 그를 매우 친밀하게 대해주었다.
    왕계가 사신의 임무를 마치고 돌아갈 때가 가까웠다.
    왕계가 정안평에게 물었다.
    "너희 위나라에 숨은 현자가 있느냐?
    내가 서쪽 진나라로 돌아갈때 모시고 갈만한 인재가 있거든 나에게 소개해 보아라."
    정안평이 짐짓 아닌체 하며 대답 하였다.
    "우리 마을에 장록선생 이라는 분이 계시는데 그 장록선생은 지모와 학식이 매우 높으며
    재주가 범상치 않습니다.
    하오나 그분은 위나라 정승에게 약간의 죄를 지어 세상에 나오지 않고 숨어살고 계십니다."
    "그럼 그분을 한번 모셔와 볼수 있겠느냐?"
    "장록선생은 죄를 입을것이 무서워서 낮엔 결코 도성안에 들어오지 않으니 밤에나 모시고 올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정안평은 한밤중에 몰래 장록.즉 범수를 데리고 진나라 사신의 숙소로 갔다.
    왕계가 장록선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는 천하의 대세를 꿰뚫고 있으며 세상 만물의 이치와 조화를 통달한것이 이야말로 천하의 기재라  생각하게 되었다.
    왕계는 매우 기뻐하며 장록선생에게 자기와 함께 진나라로 가자고 권하였고
    장록선생은 이에 쾌히 동의 하여 마침내 왕계가 진나라로 돌아갈적에 그 행렬을 따라 가게 되었다.
    며칠후 교외에 숨어있다가 왕계의 행렬에 합류한 범수 일행은 왕계와 함께 수레를 타고 진나라의 경계로 들어섰다.
     
    그때 저멀리에서 누런 먼지가 일어나며 한떼의 말과 수레가 다가오고 있었다.
    범수가 왕계에게 물었다.
    "저기 오는 사람들이 누구입니까?"
    왕계가 그 행렬의 깃발을 알아보고 대답했다.
    "저 행렬은 우리나라 승상 양후가 국경을 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양후는 진나라의 정승이며
    진나라 소왕의 외삼촌이며 소왕의 어머니 선태후의 아우였다.
    그래서 진나라의 모든 정권을 한손에 쥐고 모든일을 맘대로 휘두르는 막강한 권력자였다.
    범수가 왕계에게 말했다.
    "양후는 진나라의 모든 권세를 잡고 있어서 외국에서 인재가 들어오는것을 몹시 싫어한다니
    오늘날 여기서 나를 본다면  좋아하지 않을것이오.
    내가 여기서 모욕을 당하고 그에게 치사한 꼴을 당하게 생겼으니 나는 저 통속으로 숨어야 겠소."
    범수가 통속에 숨은 후에 양후와 왕계의 두 행렬이 마주쳤다.
    왕계가 수레에서 내려와 승상 양후 위염에게 인사했다.
    양후도 왕계에게 인사하며
    "나랏일에 수고가 많소이다."
    하고 답례하며 위로했다.
    양후는 다시 몇마디 인사치레를 한후에 왕계의 수레를 훑어보며 이야기 했다.
    "대감은 혹시 외국의 손님이라도 데려오지 않으셨소?
    요즘 공연히 잘난척하며 세치 혀를 놀리는 유세객이란 것들이 설쳐대며 돌아다니고 있는데
    나는 그런 유세객 놈들은 천하에 쓸모 없는것들 이라고 생각하여 하는 말씀이오."
    왕계는 "그런자를 데려올리가 있습니까?" 라고 대답 하였다.
    이윽고 양후와 왕계는 작별하고 서로의 갈길로 떠났다.
    잠시후 양후의 행렬이 안보일때쯤에 범수가 통속에서 나왔다.
    그는 다짜고짜 말도 없이 달아나려 하였다.
    왕계가 놀라 그 이유를 물었다.
    "내가 통속에서 보니 양후는 성미가 꼼꼼하고 의심이 많은듯 하더이다.
    조금전 수레를 훑어보는것을 보니 그 눈에 의심이 가득하더군요.
    그는 좀전에는 그냥 갔지만 수레를 수색하지 않은것을 후회하고 반드시 다시 사람을 보내어 이 수레를
    뒤질것입니다.
    나는 일단 몸을 피해야만 할것 같습니다."
    범수는 뒷 수레에 타고있던 정안평을 불러내려 함께 숲속으로 달아났다.
    과연 왕계의 수레가 10리쯤 더갔을때 뒤에서 급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20여 명의 군사가 수레를 정지시키고 말하였다.
    "우리는 승상의 명을 받고 왔습니다.
    혹시 대감의 수레에 외국 유세객이 숨어있지않은가 살펴 보라는 명을 받았으니
    대감께서는 너무 허물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들은 수레속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수레엔 아무런 특별한것이 없었고 그제야 그들은 왕계에게 공손히 절하고 바람처럼 돌아갔다.
    왕계가 깊이 탄식 하였다.
    "과연 장록선생은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이구나.."
    행렬이 5~6리를 더 가자 숲속에 숨어있던 장록선생과 정안평을 만날수 있었다.
    왕계는 그들을 다시 수레에 태우고 마침내 진나라 도읍 함양성으로 들어갔다.
     
    이일을 두고 어느 사관이 논평한것이 있다.
     
    신릉군은  선비3000명을 길렀지만
    위대한 인물이 진나라로 달아난것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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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계는 궁으로 들어가서 진소왕에게 다녀온 경과를 보고하고 위나라에서 장록이라는 선비를 데려왔다고
    보고하였지만 진소왕은 장록을 그냥 숙사에 머물게 하고 만나주지 않았다.
    장록선생은 그후 일년정도를 그곳에 머물며 거친음식을 먹고 세월만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결국 진소왕은 장록선생을 불러들이지 않았다.
     
    어느날 장록선생이 할일이 없어 거리를 돌아다니는데 양후위염이 대군을 이끌고 출정하는 모습을 보았다.
    주변사람들에게 물으니 양후가 제나라를 공격하러 가는 길이라고 하였다.
    제나라는 진나라로부터 수천리나 떨어져 있었고 그 사이에는 한나라와 위나라가 있어
    제나라를 공격하는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양후가 가까운나라를 놔두고 먼 제나라를 친다하니
    장록선생은 이를 매우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나중에 알아본즉 양후의 봉읍인 도 땅이 제나라 강수땅과 가까이 있어
    양후가 자기의 영지를 확장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킨 것이었다.
    이는 국가를 위한것이 아니고 순전히 양후 개인을 위하여 나라의 군사를 쓰는것이었으니
    이를본 장록선생은
    "이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다."
    라고 생각하여 진소왕에게 편지를 썼다.
    ㅡ이 편지 역시 매우 장문의 긴 이야기가 열전에 기록되어 있지만 책에 나온 글을 베껴 쓰는것이
    귀찮기도 하고 너무 남의것을 베껴먹는것 같아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ㅡ
    아무튼 이 편지에 말하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객사에 있는 외신 장록은 죽음을 무릎쓰고 이 글을 올립니다.
    자고로 왕이란 공있는자에게 상을 주고 죄있는 자에게 벌을주며 재주있는자에게 벼슬을 주어 녹을 주고
    능력있는 신하를 버려두지 않는다고 합니다.
    신은 객사에서 대왕의 부르심을 기다린지 1년이 되었는데도 대왕을 뵈옵지 못하였으니
    만일 신이 필요하시다면 잠시 시간을 내어 신의 말씀을 들어 보시고.
    그렇지 않다면 신을 벌하십시오.
    왕계는 대왕께서 사랑하시는 신하인데 그가 추천한 저를 만나주지도 않으시는것은 신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만일 그렇지 않다면 저에게 기회를 주시어 대왕을 뵈올 수있는 영광을 베풀어 주십시오.
    그때 만일 제가 드리는 말씀이 쓸모 없는것이라면 저는 달게 벌을 받을것이옵니다."
     
    1년여 동안 장록을 잊고 있던 소왕은 편지를 읽고 장록의 언변이 대단하게 생각되어
    수레를 보내어 장록을 불러들였다. 
    장록은 수레를 타고 함양궁으로 들어가서 왕을 만나게 되었다.
    진소왕이 약속한 장소로 오고있는데 멀찌기서 진소왕을 본 장록은 모른척 하고 궁궐 내를 마구 돌아다니며 구경 하였다.
    환관들이 깜짝 놀라서 그런 장록을 제지하려 하였으나 장록은 아랑곳 하지 않고 궁궐 내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러니 자연히 궁궐내에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한 내시가 큰소리로 장록에게 말하였다.
    "네 이놈. 여기는 왕이 계시는 궁궐이다. 어찌 그리 무례하게 행동 하는가?"
    그러자 장록이 짐짓 모른척 맞 받아쳤다.
    "왕이라니? 진나라에 무슨 왕이 있단 말이오?
    내가 알기론 진나라엔 태후와 양후가 있을뿐이라고 하던데?"
    "이런 무엄한 놈을 보았나?"
    궁궐이 시끌벅적 해지고 저만치서 그런 모양을 보고 대화를 들은 진소왕이 나즈막히 말하였다.
    "모두 그만 두어라.그리고 이분을 내궁으로 모시어라."
    주변이 정리되고 왕과 장록선생이 마주앉았다.
    진소왕이 주위를 돌아본후 말하였다.
    "사과 드리겠습니다. 과인은 진작에 선생의 가르침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장록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소왕이 주변을 모두 물리치고 장록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선생께서 과인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시겠습니까? 부디 그것을 과인에게 말해주시오."
    그러나 장록은 그저 예..예..(唯 唯) 라고만 할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에 소왕이 장록앞에 무릎을 꿇고 청했다.
    "선생이 과인에게 가르침을 주지 않으시니 어찌하리요..
    선생께선 과인과 더불어 말하고 싶지 않으신지요?"
    그제야 장록이 대답 하였다.
    "어찌 감히 그렇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외국에서 온 떠돌이 신세일 뿐이고 대왕과도 오늘 처음 뵈었으니 깊이 친하지도 못합니다.
    그런데 이제 제가 왕께 드리고자 하는 말은 모두 대왕의 친척과 혈연에 관한 일이니
    만일 대왕께 한번 말씀드렸다가 왕께서 제 말을 받아주지않으시면
    저는 그 죄를 입어 주살되고 말것입니다.
    지금부터 말씀드리는것은 진나라의 흥망성쇠에 관한것인데 제가 말씀드렸다가 대왕께서 제 말을 믿어주지 않으신다면 저는 몸을 망칠것이고 다시 말씀드릴 기회는 없을것이니
    저는 제 몸이 죽는것을 두려워 하는것이 아니고 실은 이런 이야기를 다시 할수 없을까 두려워 하기때문에
    감히 말씀을 드리지 못한것입니다."
    이말을 들은 진소왕은 다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장록에게 말했다.
    "선생께선 그런 말씀 마시오.
    나는 선생을 사모하여 주변을 모두 내치고 단둘이 앉아 가르침을 청하는것이니
    선생께서는 위로는 태후 로부터 아래로는 신하에 이르기 까지 가리지 말고 뭐든 말씀하시오.
    내어찌 선생의 말을 의심하겠소?"
    진소왕은 이곳 내궁에 당도했을때 장록선생이 "진나라에 태후와 양후가 있을뿐 왕은 없다." 고 한 말을
    들었기때문에 느낀바가 있어 이처럼 절박하게 장록에게 가르침을 구한 것이었다.
     
    그제야 장록선생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대왕의 나라는 금성천리라 하여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있고 강한 군사가 백만이며 병차가 천대입니다.
    그러한데도 천하를 통일하지 못하고 있는것들은 신하들이 자기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때문입니다.
    신이 듣건대 양후 위염은 한나라와 위나라를 건너 제나라를 친다하니 이것은 국가를 위한것이 아니고
    자신의 봉읍을 넓히기 위한것입니다.
    그래서 양후의 재산은 점점 늘어 마침내 국가의 재산보다 많으며 그 권세또한 모든것을 제 맘대로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경양군.고릉군.화양군등 이나라의 사귀 라 하는 신하들의 재산을 모두 합하면 진나라의 국고보다 열배는 많습니다.
    예전 제나라의 최저는 그 권세가 군주를 능가하여 마침내 그 임금을 죽였으며
    옛 진(晉)나라는 신하들의 권세가 너무 커지자 마침내 군주를 죽이고 신하들이 그 나라를 조각조각 나누어 가지고 스스로 왕이라 칭하였습니다.
    이제 천추만세후에 이 진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 대왕의 후손이 아니고 다른사람일까 두렵습니다."
     
    진소왕은 이 말을 듣고 모골이 송연해짐을 느꼈다.
    "선생께서 이미 과인의 문제를 말씀하셨으니 이제 그 해결책도 지시해 주십시오."
    장록선생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진소왕에게 여러가지로 외척세력과 권신들을 정리할 계책을 일러주었다.
    또한 비밀을 유지하고 과단성 있게 일을 처리하도록 주문 하였다.
    그래서 진소왕은 그 다음날 아무일도 없는것처럼 승상 양후를 궁으로 불렀다.
    양후가 궁에 들어오자 진소왕이 말하였다.
    "승상께서는 그동안 수고가 많으셨소 이제 그대의 봉읍으로 돌아가 편히 쉬시오."
    그리고 진소왕은 경양군.고릉군.화양군도 모두 함곡관 밖으로 추방하고 선태후를 심궁으로 옮겨 정사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처럼 전광석화처럼 일을 단행하니 양후나 고릉군 등도 어찌 손을쓸수 없엇다.
    진소왕은 양후의 인수를 거두어서 장록을 정승으로 삼았다.
    도 땅으로 떠나는 양후의 짐수레는 치차 1000승이 넘었고 그 진귀하고 보화로운 물건이 왕실의 것보다
    훨씬 값진것이 많았다.
     
    진나라에서는 장록선생,즉 범수를 정승으로 삼고 응 땅을 봉하였다.
    그리하여 범수는 응후라 부르게 되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가 범수인지 아무도 몰랐고 세상에서는 그를 응후 장록 인줄만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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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승 장록은 멀리 제나라를 치는것을 중지하고 가까운 위나라를 치도록 하였다.
    이것이 즉 원교근공. 먼 나라와는 친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부터 공략한다는 계책이었다.
    그렇게 되자 위나라는 가만히 있을수가 없어서 중대부 수가를 사신으로 진나라로 보내었다.
     
    수가가 사신으로 온다는 말을 들은 범수는 아무도 모르게 거지처럼 남루한 옷으로 갈아입고
    수가가 머물고 있는 객사를 찾아가서 기웃거렸다.
    범수를 본 수가는 깜짝놀랐다.
    "그대는 범수가 아닌가? 어찌하여 그대가 이곳에 있는가?
    죽은줄 알았더니 살아있었구만. 그래 그동안 별일 없었는가?"
    "죽지않고 겨우 살아남아 이곳에 와서 숨어 살고 있습니다."
    "그래 고생이 많았겠구만. 그래 생계는 어찌 꾸려가는가?"
    "그저 남의집 품삯을 받으며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습니다."
    "저런 안됐군. 자네의 재주로 왜 진나라에서 유세하지 않았는가?"
    "유세가 다 무엇입니까? 저는 죄를 짓고 숨어사는 몸이니 죽지않고 살아있는것만 해도 다행입니다."
    "그래...몹시 곤궁해 보이는군.."
    수가는 범수가 홑옷을 입고 추위에 떨고있는것을 보고 불쌍하게 생각하여 자기의 솜옷을 한벌 꺼내어
    범수에게 주었다.
    "저에게 이처럼 은혜를 베푸시니 감사합니다."
    "그래..그런데 진나라에 새로 재상이 된 분이 장록이란 분이라던데 자네는 혹 그 분에대해 이야기를 들은것이 있는가?"
    "예 훌륭한 분이십니다. 지금 진나라의 모든 정권을 그분이 다 가지고 계십니다."
    "그래...그렇군..
    이번에 내가 이나라에 온것은 장록 재상을 만나려 함인데 혹시 자네는
    장록재상에게 다리를 놔줄만한 사람을 알고 있는가?"
    "예 마침 저희 주인어른이 장록 재상과  친분이 아주 깊으십니다.
    저희 주인은 저를 매우 신임 하시니 제가 우리 주인에게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아..마침 잘됐군 자네가 꼭좀 힘좀 써주게나.
    그런데 불행히 내가 타고온 수레가 부서지고 말이 병들어서 움직일수 없으니 어디서 네마리 말이 끄는 수레를 한대 빌릴곳이 있겠는가?"
    "그것은 제가 저희 주인에게 말씀드려서 우리 주인의 수레를 빌려보겠습니다."
    "그것참 다행이군 자네의 도움으로 내가 일이 수월하게 되었네 그려.."
    범수는 곧장 돌아가서 네마리 말이 끄는 수레를 몰고 객사로 돌아왔다.
    범수는 수가를 수레에 태우고 직접 수레를 몰아 승상부로 향했다.
    범수가 수레를 몰고 승상부로 들어서자 사방의 군사들과 일꾼들이 모두 엄숙히 인사를 하고 엎드려 절하였다.
    수가는 매우 이상하다생각하여 범수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
    "저들이 어째서 자네와 나를 보고 저리 최고의 예우를 하고 있는것인가?"
    "그것은 저희 주인의 수레를 보았기때문입니다.
    저들은 이 마차의 주인에 대하여 경의를 표하는것 입니다.지금 저의 주인도 이곳에 승상과 함께 계십니다."
    "자네의 주인도 매우 존경을 받는 인물인가보군.."
    승상부의 문 앞에 이르러서 범수가 수레에서 내리며 말했다.
    "여기서 잠시 기다리십이오.제가 들어가서 제 주인과 재상께 면회를 신청하겠습니다."
    범수가 안으로 들어간지 시간이 한참 되었으나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답답하고 초조해진 수가는 문지기에게 물었다.
    "시간이 한참 되었는데 범수는 왜 나오지 않는가?"
    "범수가 누구요?"
    "내 수레를 몰고온 마부 말일세."
    "이놈이 미쳤구만 감히 우리나라의 재상을 마부라고 하다니."
    수가는 새파랗게 질리고 말았다.
    어쩔줄을 몰라 하고 있는데 안에서 사람이 하나 나왔다.
    "들어오시랍니다."
    수가는 그대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럴수도 없었다.
    수가는 할수 없이 죄인처럼 무릎으로 기어 안으로 들어갔다.
    큰 당 앞에 이르자 장막뒤에 높은 자리에 범수가 앉아서 수가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죽여주십시오."
    "네가 네 죄를 아느냐?"
    "제가 어찌 저의 죄를 모르겠나이까?"
    "네죄가 얼마나 되는지 아느냐?"
    "저의 머리칼은 셀수 있지만 저의 죄는 셀수도 없이 많사옵나이다."
    "너의 죄는 세가지이다.
    나는 제나라와 내통하지 않았는데 네가 정승 위제에게 나를 모함하였다.
    이것이 네 죄의 하나다.
    그때 내가 위제에게 맞아 죽게 생겼는데 너는 그것을 전혀 말리지 않고 보고있었다.
    그것이 너의 두번째 죄이다.
    위제는 나를 변소에 던져놓고 돌아가며 내 몸에 소변을 보게 하였다.
    그때 너는 그것을 말리지도 않았으며 또한 너역시 나에게 오줌을 싸지 않았느냐?
    그것이 너의 세번째 죄이다."
    "그저 죽여주십시오."
    "네가 나에게 한 행동은 너를 죽여 네 시체를 찢어버려도 시원치 않겠지만
    그러나 나는 너를 죽이지는 않겠다."
    수가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정승 범수를 바라볼수 있었다.
    "좀전에 너는 초라한 나에게 옛정으로 솜옷을 한벌 주었다.
    그 솜옷 한벌이 네 목숨을 살린것이니 어서 썩 물러가거라."
    수가는 정신이 아뜩 하였으나 범수가 목숨만은 살려준다고 해서 땅바닥에 머리를 짓 찧으며 사죄하고
    짐승처럼 기어서 물러갔다.
    범수는 그길로 궁으로 들어가서 소왕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이름이 범수인데 그동안 신분을 속인것에 대해 사죄 하였다.
    소왕은 범수에게 그처럼 깊은 원한이 있었다는것을 알고 범수를 위해 위나라를 쳐서 위제의 목을 베어
    범수의 원수를 갚아주겠다고 하였다.
     
    범수가 여러나라 사신들을 대접하느라 큰 잔치를 베풀고 여러 사신을 초대하였다.
    수가는 그 초청을 받고 승상부에 와서 행랑채에 들어 기다렸다.
    시간이 점심때를 지나 잔치가 한참 무르익은듯 한데도 범수는 수가를 부르지 않았다.
    매우 시장해진 수가는 허기를 참으며 기다릴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한 일꾼이 와서 수가를 불렀다.
    수가는 "이제야 나를 부르는구나.." 하며 잔칫자리에 오르려 하였다.
    그러나 힘센 장사들이 수가를 제지하며 마루 아래에 여물통앞에 그를 눌러 앉혔다.
    여물통에는 볶은 콩이 한바가지정도 담겨 있었는데
    수가는 몹시 수치스러웠지만 감히 항거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그 여물통의 볶은콩을 다 먹었다.
    범수가 굽어보며 말하였다.
    "너는 위나라에 돌아가는대로 위왕에게 말하여 위제의 목을 당장 끊어다가 바치라고 하여라.
    그렇지 않으면 대량성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말것이다."
    수가는 머리를 조아리며 예.예. 대답하고는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치듯 위나라로 돌아갔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때 진나라에서 돌아온 수가의 말을 전해들은 위안리왕은 범수가 진나라 정승이 되어 위제의 목을 요구한다는 말을 듣고는 크게놀라 어쩔줄을 몰라하였다.
    그런 소식을 들은 위제는 나약한 성격의 위안리왕이 자기를 잡아다가 진나라에 바칠것으로 생각하고
    정승의 인을 버리고 조나라로 달아나서 평원군 조승의 문하로 숨었다.
    이에 위안리왕은 많은 예물을 수레에 실어 범수에게 보내고 위제가 달아나서 그의 목을 바치지 못함을
    알리고 사죄하였다.
    진소왕은 어떻게든 범수의 원한을 갚아주고 싶어서 한 계책을 세워
    조나라 평원군을 진나라로 초청 하였다.
    진소왕은 평원군이 진나라로 오자 다짜고짜 위제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러나 평원군은 일언지하에 거절하여 말했다.
    "존귀할때 교제하여 사귀는것은 비천하게 되었을때 도움을 받자는것인데 위제는 저의 벗입니다.
    벗을 배신할수도 없는일이지만 위제는 제 집에 있지 않으니 왕께 잡아바치려 해도 바칠수가 없습니다."
    자기집에 위제가 있는것을 숨기고 딱잡아 떼는데에는 진소왕도 할말이 없었다.
    진소왕은 하는수 없이 평원군을 공관에 억류하고 조나라 왕에게 편지를 보냈다.
    "조나라 평원군이 지금 진나라에있으며 우리범승상의 원수 위제는 지금 평원군의 집에 있습니다.
    왕께서는 즉시 위제의 목을 진나라로 보내주십시오. 만일 그렇지 않으면 우리 진나라는
    부득이 군사를 일으켜서 조나라를 칠것이며 평원군 역시 영원히 함곡관 밖으로 나갈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무시무시한 편지를 받은 조왕은 크게 겁을 먹고 평원군의 집에 있는 위제를 잡아다가
    그 목을 베어 진나라에 바치려 하였다.
    그러나 그런 소문을 들은 위제는 평원군의 집을 탈출하여 다시 조나라 정승 우경의 집으로 숨었다.
    우경은 아무리 생각해도 겁많은 조왕이 위제를 살려줄것 같지가 않았다.
    우경은 갑자기 허리에 찼던 정승의 인수를 풀어 놓고 위제에게 말하였다.
    "우리 조효성왕은 진나라를 호랑이보다도 무서워 하니 반드시 그대를 잡아 진나라로 보낼것이오
    그러니 우리는 이곳에 있을수 없소.
    내 듣건대 위나라 공자 신릉군은 천하의 의사라 하니 우리를 숨겨줄것이오.
    또한 신릉군은 이나라 평원군과도 매우 각별한 사이이니 의리를 저버리지는 않을것이오."
    두사람은 그날밤으로 조나라를 벗어나서 위나라 대량땅으로 갔다.
    신릉군의 집 부근에 당도한 우경은 위제를 잠시 기다리게 하고 자신의 명자를 신릉군의 집에 들여보냈다.
    그때 신릉군은 마침 목욕을 하고 있다가 사인이 들고 들어온 명자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조나라 정승 우경이 내집에 온것은 필시 중요한 일이 있어서 일것이다.
    너는 나가서 내가 지금 목욕중이라 알리고 손님을 방으로 모셔서 잠시 기다리시라 하여라.
    그리고 무슨이유로 오셨는지 여쭈어 보아라."
    사인이 나가서 신릉군이 시킨대로 하고는 우경에게 우슨일로 오셨는지 물어 보았다.
    우경은 사인에게 지금까지의 일을 설명하였고
    사인은 다시 신릉군에게 가서 그 이야기를 전하였다.
    신릉군이 속으로 생각했다.
    '이것 참으로 난감하게 생겼구나.위제를 받아 들였다가는 진나라가 우리 위나라를 그냥 두지 않을것이고.
    그렇다고 나를 찾아 먼길을 온 사람을 모른척 할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일을 어찌 할꼬?'
     
    우경은 한참을 기다렸으나 신릉군이 나오지 않자 몹시 화가 났다.
    "신릉군은 내가 온 이유를 듣고서 난처한 모양이구나.
    내가 사람을 잘못 보았다. 그의 소문을 믿고 여기까지 온 나의 잘못이다.
    신릉군은 소문과는 다른 졸장부였구나."
    우경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사인에게 말했다.
    "내가 사람을 잘못 알고 왔다.나는 돌아갈테니 그대는 어서 가서 그대의 주인을 안심시켜라."
    우경은 분연히 신릉군의 집을 나왔다.
    신릉군은 우경이 갔다는 말을 듣고 그제야 나와서 문하 선비들에게 물었다.
    "여러분이 보기에 우경이란 사람의 인품이 어떻습디까?"
    그러자 후생이 웃으며 대답 하였다.
    "우경은 세치혀로 조나라 정승의 자리에 오른사람이오 그런 그가 위제가 다급하여 도움을 청하자
    만호후의 지위와 재상의 인수를 집어던지고 위제를 위하여 이곳까지 찾아온것입니다.
    의리를 위하여 이렇듯 부귀를 초개처럼 버리는 사람이 천하에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런데도 대군께선 그런 높은 인격을 못알아보시고 우리에게 물으십니까?
    대군은 어찌그리 일처리가 어두우십니까?"
    후생의 서릿발같은 꾸짖음을 들은 신릉군은 눈앞이 아찔했다.
    크게 부끄러워진 신릉군은 머리를 말릴 여가도 없이 의관을 정제하고 수레를 내오게 하여
    허둥지둥 우경을 찾아 쫓아갔다.
    한편 신릉군의 집 부근에 숨어서 우경을 기다리던 위제는 시간이 한참 됐어도 우경이 돌아오지 않자 매우 초조했다.
    얼마후 저 멀리서 우경이 오는 모습을 보니 달랑 혼자서 처량하게 걸어 오고 있는것이었다.
    직감적으로 신릉군의 도움을 받지 못한것을 알아챈 위제는 크게 낙담했다.
    "내가 한때의 불찰로 범수에게 큰 죄를 지었는데 이제 나의 목숨을 구걸하여 또다시 여러사람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으니 이 죄를 어찌 씻을수 있겠는가?
    더이상 천하에 죄를지을수 없다."
    말을 마친 위제는 칼을 뽑아 스스로 목을 찌르고 죽고 말았다.
    이것을 본 우경은 급히 달려들어 말리려 하였으나 이미 위제는 죽은 후였다.
    우경은 위제의 시체를 끌어안고 슬피 울었다.
    그때야 신릉군이 멀리서 수레를 몰아 달려오는것이었다.
    우경은 신릉군의 꼴을 보기싫어서 즉시 일어나 숲속으로 몸을 숨겼다.
    신릉군은 수레에서 뛰어내려 위제의 시체를 어루만지며
    "이 무기가 잘못 했소." 하고 통곡하였다.
    그후 우경은 평원군.우경열전에서 서술한대로 산속에 숨어 평생 저술에 몰두하며 곤궁한 삶을 살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한편 조효성왕은 위제가 우경과 달아났단소식을 듣고 대로하여 사람을 풀어 여러나라에 그들의 행방을 수소문했고 마침내 그들이 위나라로 간것을 알았다.
    그래서 위나라에 사신을 보내었는데 그때는 이미 위제가 자결한 후였다.
    사신이 위제의 머리를 내줄것을 청하였다.
    신릉군은 차마 위제의 머리를 내줄수 없어서 거절하였으나 사신이 신릉군에게 간곡히 설득하였다.
    "대군과 평원군은 매우 절친한 사이가 아닙니까?
    평원군이 위제를 아낀 마음도 대군과 다를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평원군은 아직도 진나라에 억류되어있지 않습니까?
    위제가 살아있다면 제가 어찌 감히 이런 청을 드리겠습니까?
    그러나 아깝지만 위제는 이미 죽은 사람입니다.
    대군께서는 죽은사람의 목을 아끼시어 언제까지나 평원군을 진나라에 버려두시렵니까?"
    이렇게 설득 하는데에 신릉군도 어쩔수 없었다.
    신릉군은 비단으로 위제의 목을 싸서 좋은 나무로 만든 상자에 그 머리를 담아 사신에게 내주었다
    신릉군은 통곡하며 목없는 위제의 시체를 장사지내고 좋은곳에 묻어주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리하여 평원군은 진나라에서 풀려났고 위제의 머리는 진나라 승상 범수의 손에 전해졌다.
    범수가 아랫사람에게 위제의 머리를 내주며 분부했다.
    "이놈의 머릿가죽과 살을 모조리 벗겨내고 해골에 옷칠을 하여 가져오라."
    범수는 그 옷칠한 해골을 요강으로 사용했다.
    범수는 위제의 해골에 오줌을 눌때마다 저주하였다.
    "너는 빈객들을 시켜 나의 몸에 오줌을 누게 하였다.
    이제 너는 저세상에서 평생 내 오줌이나 받아먹어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범수는 소왕에게 등용되어 정승이 된후 눈부신 활약을 하였다.
    위.조.한을 공략하여 국토를 넓히고 진나라를 부강하게 하였다.
    범수는 자신을 진나라로 데려와서 왕에게 소개해준 왕계와 자신을 살려준 정안평의 은혜를 갚기위해
    진소왕에게 그들에게 벼슬을 줄것을 청하였다.
    그해서 진소왕은 왕계를 하동태수에 임명하고 정안평을 장군으로 삼았다.
     
    진나라가 백기장군을 시켜 조나라를 장평땅에서 크게 물리치고 조나라 병사 40만을 생매장 한후에
    범수가 소대의 계책을 따라 조나라 공격을 멈추게 하고 백기를 회군케 하였다.
    그래서 무안군 백기와 승장 범수의 사이가 틀어지고 말았다.
    나중에 위기에 빠진 진나라는 백기에게 참전할것을 명했으나 백기가 거부하였고
    범수의 참소로 인해 백기는 사졸로 강등되어 변방으로 가다가 자결을 명 받은일에 대하여 이미 설명한 바가 있다.
    그후 위나라와 조나라를 공격하였으나 신릉군 공자무기의 신출귀몰한 용병술로인하여 무참히 패하고 말았던일을 독자들은 기억할것이다.
    그때 조나라를 공격하던 정안평은 결국 군사2만을 거느리고 조나라에 항복하고 말았다.
    또 하동태수로 가있던 왕계가 적군의 뇌물을 받고 정보를 일러주는등 외국과 내통하다가 발각되어
    능지처참을 당하고 말았다.
    진나라 법에는 연좌제가 있어서 어떤사람이 죄를 지으면 그를 추천한 사람까지도 똑같이 그 죄를 입도록 되어있었다.
    정안평과 왕계의 일로 큰 죄를 뒤집어 쓰게된 범수는 매우 난감한 처지가 되었다.
    범수는 궁앞에 멍석을 깔고 그위에 무릎을 꿇고 석고대죄하여 진왕의 처분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러나 진소왕은 범수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에 모든 죄를 사하고 그를 전보다 더 귀하게 대우하였다.
    그러나 명장 백기가 죽고 진나라는 전에없이 연전연패하니 진소왕은 근심이 가득하여 그러한 불만을
    자주 토로하였고
    그런 말을 들을때마다 범수는 가시방석에 앉은듯 마음이 편치 않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때에 연나라 사람 채택 이라 하는자가 있었다.
    채택은 학식이 높고 언설이 뛰어나서 자기의 재주를 믿고 여러나라에 유세했으나 어느곳에서도 등용되지 못하였다.
    채택은 이리저리 흘러다니다가 위나라 대량땅에 이르러 당거라는 유명한 관상쟁이를 만나게 되었다.
    채택이 관상쟁이 당거에게 물었다.
    "나는 천하에 이름을 날릴 유능한 선비인데 아직도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으니 언제쯤이나
    높은 지위에 오를지 관상을 좀 봐주시오."
    관상쟁이 당거는 채택을 이리저리 살펴본후 말하였다.
    "당신의 상은 아무리 보아도 알수없으니 참으로 이상하오.
    옛부터 성인은 관상으로 알아볼수 없다 하니 그대는 성인이 아닌가 하오."
    "내가 장차 부귀할것이란건 나도 알고 있소 그런데 앞으로 나의 수명이 얼마나 될지 그것이나 말해보오."
    "선생은 앞으로 43년간은 더 살것이오."
    채택이 크게 기뻐하며 껄껄 웃고는 말했다.
    "내가 장차 고량진미를 먹고 높은 수레를 타고 황금으로 만든 인수를 허리에 차고 천하를 호령하기에 그정도면 충분하오이다."
    그후 채택은 조나라와 한나라를 떠돌아다녔으나 결국 등용되지 못하고
    길에서 강도를 만나 노자는 다 빼앗기고 거지꼴이 되었다.
    결국 채택은 걸식을 하며 진나라까지 흘러들어가게 되었다.
    그때에 채택은 진나라 승상 범수가 매우 곤란한 처지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채택은 한 여관에 들어가서 주인을 불러 큰소리치며 말했다.
    "좋은 쌀로 밥을 짓고 좋은 고기로 반찬을 만들고 좋은 술을 내오시오.
    나는 곧 진나라의 정승이 될 몸이니 그때에 넉넉히 갚아드리리다."
    여관주인은 기가막혔지만 채택의 기세가 하도 등등하여 물었다.
    "그대는 누구신데 이나라의 정승이 되겠다는 말이오?"
    "나의 이름은 채택이오.
    나는 천하의 지혜있는 선비요 나는 진왕을 만나러 이곳에 왔소이다.
    내가 한번 진왕을 만나기만 하면 진왕께선 정승 범수를 내쫓고 바로 나를 정승으로 삼을것이오."
    이말을 들은 여관주인은 어이가 없어서 채택을 내 쫓으려다가 그냥 참고 식은밥을 내주었다.
    이때 그 여관에서 술을 마시던 손님중에 범수의 문하사람이 있어서 그 말을 다 듣고 즉시 범수에게 가서 그일을 일러바쳤다.
    범수는 그말을 듣고 대로했다.
    "나는 삼황오제의 일로부터 제자백가의 설을 모두 알고 있다.천하의 어떤 웅변가도 나의 앞에서 모두 굴복하였는데 어떤놈이 감히 나의 정승자리를 빼앗을수 있단 말이냐?
    너희들은 어서가서 그놈을 당장 잡아다가 대령하여라."
    승상부의 사람들이 채택을 잡으러 여관으로 몰려왔다.
    채택은 오히려 껄껄 웃으며 "내가 직접 만나러 가려했더니 오히려 잘 되었다."
    고 큰소리를 치며 그들과 함께 범수의 부중으로 갔다.
     
    채택은 범수와 마주하였으나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고 매우 거만하게 인사를 하였다.
    "네가 나를 대신해서 진나라 승상이 되겠다고 말한 그 미친놈이냐?"
    "그렇소이다."
    범수가 내려다보며 큰소리로 꾸짖었다.
    "너따위 보잘것없는자가 무엇으로 나를 끌어내리고 정승의 자리에 오를수 있단말이냐?"
    "승상. 참으로 딱하시오.
    어찌그다지도 앞날을 내다볼줄을 모르시오?
    무릇 천지의 이치는 춘하추동이 차례로 돌아가듯 모든일에는 다 때가 있는법이오.
    자고로 성공한 자는 물러가야 하고 뒤에오는자는 앞으로 나아가는법이오.
    이제 승상은 물러날 때가 된것이오."
    "내가 물러나지 않는데 누가 나를 몰아낼수 있단말인가?"
    "진나라의 상군이나 초나라의 오기.또 월나라 대부 문종은 큰 공을 세웠지만 모두 명대로 살지 못하고
    비참한 죽음을 당했습니다."
    범수는 그 속뜻을 알고 가슴이 섬뜩 했다.
    속으로 '이자가 보통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을 했지만 모른척 하며 이야기 했다.
    "그들처럼 되면 안되는 법이라도 있는가?
    상군은 진효공을 잘 섬겨 나라를 부강케 하고 많은 영토를 개척 하였다.
    또 오기는 초도왕을 위해 귀족들의 세력을 꺾어 눌렀으며 군대를 강하게 하여 오나라와 월나라를 평정하고
    북으로는 삼진을 몰아낸공이 큰 사람이다.
    또 월나라 대부 문종은 월왕구천을 도와 월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들었으며 마침내 오나라를 무찔러서
    월왕 구천의 원한을 갚아주었으니 그 세사람이 명대로 살지는 못했으나 이만하면 공로가 크다 할수 있지 않겠는가?"
    채택이 천천히 대답하였다.
    "무릇 군주가 성인이고 신하가 현명하다는것은 국가의 행복일것입니다.
    그런데 비간은 충신이었지만 은나라를 보존하지 못했고 오자서는 지혜로웠지만 오나라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지혜로운 신하가 있어도 그 군주가 현명치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듯이 상군.오기.문종은 훌륭한 신하였지만 그 군주는 그렇지 못하였기 떄문에 이 세사람이 큰 공을 세우고도 그 댓가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불우하게 죽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불우하게 죽은것 자체를 부러워 할 사람이 있습니까?
    그렇다면 관중은 위대하다 할수 없고 공자는 성스럽다 할수 없을것입니다.
    그러니 완전한 성공이란 온전한 명성과 온전한 몸을 함께 가지는것입니다.
    승상께서는 지금의 진나라 왕께서 예전의 진효공이나 초도왕 또는 월왕구천보다 신하에 대한 믿음이 클것이라고 보십니까?"
    "음...글쎄..."
    그렇다면 승상께선 스스로의 공이 상군이나 오기.또 문종보다 높다고 생각하십니까?
    "나의 공이 그들보다 높진 못하지..."
    "그러면서도 승상께서는 그들보다 더 큰 권세를 가지시고 봉록은 그들보다 훨씬 많으시니
    이것을 위태롭다고 생각지 않으신단 말입니까?"
    범수는 드디어 당황하였다.
    채택이 이때를 놓치지 않고 계속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승상께서 만약 지금의 자리를 탐하여 물러나지 않고 있다가 닥쳐올 불행은 그들보다도 훨씬 위태로울 것입니다.
    해가 중천에 뜨면 서쪽으로 옮겨가고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이 있습니다.
    만물이 왕성해지면 쇠퇴하는것은 천지의 이치입니다.
    이제 승상께서는 물러나실 때가 되었습니다."
    범수의 입에서는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채택이 다시 말했다.
    "무릇 성공한 사람이 망하는것은 바로 욕심 때문입니다.
    이미 이룬것이 큰데도 더 큰것을 탐하기 때문입니다.
    승상은 이미 자신의 원한도 갚았고 이 진나라에서 더이상 올라갈 지위도 없습니다.
    더 커질것은 없고 자꾸 죄만 나타나고 있으니 이제 상군과 오기의 뒤를 밟으시렵니까?
    승상께선 이 기회에 정승의 인수를 내려 놓으시고 현인을 등용하고 은퇴하여
    숲속에 거주하고 냇가를 산책하며 소나무와 같은 수명을 누리고 자손대대로 응후의 작위를 계승한다면
    천하가 당신을 존경하고 높이 칭송할것입니다."
    한참을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던 범수는 크게 깨달은듯 무릎을 치고 벌떡 일어나서 말했다.
    "좋소. 그대의 말이 옳소이다. 내 어찌 선생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을수 있겠소?"
    범수는 채택에게 예를 올리고 공관에 모셔 극진히 대우 하였다.
    며칠후 범수는 궁으로 들어가서 진소왕을 뵙고 아뢰었다.
    "산동에서 온 채택이라는 인물이 매우 현명하여 천거하옵니다.
    채택은 저보다도 만배나 현명하며 그 학식과 재주가 매우 높습니다.시국을 달통하고 천변만화의
    도리에 정통하니 저는 이만한 인물을 본적이 없습니다."
    진소왕이 매우 기뻐하여 채택을 불러들여 만나보니 과연 그의 언변은 청산유수였고
    그의 대답은 추호도 막히는곳이 없었다.
    이에 진소왕이 채택을 객경으로 삼았다.
    범수는 병들었다 핑계를 대고 정승의 직을 사직하려 하였으나 진소왕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범수는 마침내 병이 깊다고 핑계대고 자리를 깔고 누워 입궐하지 않았다.
    진소왕은 할수없이 범수의 인수를 거두고 채택을 진나라 정승으로 삼았다.
    그후 진소왕은 채택을 강성군에 봉하였고 범수는 응땅으로 돌아가서 편안하게 살다가 여생을 마쳤다.
     
    강성군 채택은 진소왕을 잘 보필하였으나 진소왕이 재위 56년만에 죽고 그 뒤를 이어 진효성왕.진장양왕이
    즉위하였는데 이 두 왕은 어쩐일인지 즉위하고 얼마안있어 바로 죽고 말았다.
    그리하여 마침내 진나라를 통일하는 진시황제.즉 진왕 정이 즉위를 하였다.
    진왕 정이 즉위하자 승상자리에 있던 강성군 채택이 생각하였다.
    "오늘날 새로 등극한 왕은 여불위의 은덕으로 왕이 된사람이다.
    내가 승상자리에 버티고 있다가는 나에게 큰 화가 미치겠구나."
    채택은 즉시로 정승의 인수를 반납하였고 그 뒤를 이어 여불위가 진나라의 정승이 되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사마천은 이  열전의 말미에 이렇게 말하였다.
    "한비자의 말중에 '소매가 긴 사람은 춤을 잘추고 돈이 많은 사람은 물건을 잘산다'는것이 있다.
    그 말은 옳은것 같다.
    범수와 채택은 둘다 변설이 종횡무진하고 권모술수와 웅변이 능했다.
    그런데도 다른나라에서 성공하지 못한이유는 그들의 계책이 졸렬해서가 아니고 유세한 그 나라의 실력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이 두사람이 비록 나그네신세로 진나라에 들어갔지만 연속해서 경상의 지위에 오르고 천하에 그 공적을
    드날린것은 참으로 진나라의 힘이 다른 열국과 달랐기 때문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상으로 범수와 채택의 이야기를 살펴 보았다.
    범수는 죽음의 문턱에서 구사일생으로 몸을 일으켜 서쪽 진나라로 들어갔고 왕의 부름을 받지 못해
    곤궁한 세월을 보냈으나 편지 한통을 써서 일약 천하의 강대국 진나라의 승상이 되었고
    선태후와 양후를 비롯한 진나라의 사귀를 몰아내어 왕권을 강화하였고  열국을 정벌하여 진나라가
    육국을 멸망시키고 천하통일을 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약간의 죄를 지었으나 채택의 계책을 받아들여 끝까지 부귀영화를 누리고 편안하게 종신하였다.
    채택또한 가난한 선비였지만 깊은 학식과 화려한 구변으로 하늘을 나는 새까지도 떨어뜨리던
    범수의 뒤를 이어 진나라 승상의 자리까지 차지 했으며 그또한 스스로 물러날 때를 알았기때문에
    역시 편안하고 부귀하였다.
    이들은 나아갈때와 물러날 때를 알았기 때문에 말년에 치욕을 당하지 않았으며
    그 후대에까지 이름을 남겼으니 가히 현명한 자들이라 할수 있겠다.
     
    본문에도 나왔듯이 상군.오기.문종등 수많은 현명한 인재들이 고귀한신분에 오르고
    막강한 권세를 누렸으나 끝내 물러날 시기를 놓쳐서 말년에 비참한 최후를 당한것과는 비교해볼만하다
    하겠다.
     
    상군이나 오기.문종 등이 그리 미련한사람이거나 어리석은 인물이 아닌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러날 때를 놓쳐 그러한 말로를 걷게 되었으니
    사람이 때를 안다는것이야말로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제 우리나라의 현실을 돌아볼진대 물러날 때를 잘 생각해 보아야 할 사람이 눈에 띤다.
     
    군사정변으로 정권을 잡았으면서도 그 정권을 놓고 물러날 때를 알지 못하여
    몇번씩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정권을 유지했고.
    드디어 유신이라는 해괴한 방법을 동원하여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하고는
    결국에는 총애하는 수하의 총부리에 죽음을 당한사람이 있었음에도
    또 그의 딸이 자기 아버지의 발걸음을 답습하고 있다.
    부당한 선거개입으로 정권을 찬탈 하였으며 그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끔찍한 공안정국을 만들어 가고 있는 이 정권은 결국 물러날 때를 놓쳐버리면 그 말로가 어떨것이라는걸 알지 못하는듯 하다.
    저 상군.오기.문종등은 살아생전에 막대한 공을 세우고도 저리 비참한 최후를 당하고 말았거늘
    태생부터 죄만 짓고 공덕은 없는 정권이 그 물러날때 마저도 알지 못하고 끝까지 버티기만 한다면
    그 최후는 또 어떠할 것인가?
     
    수나라의 장군 우중문은 살수 대첩에서 을지문덕의 시 한수를 받아 보았다.
     
    그대는 공이 매우 높으니
    이제 족한줄 알았으면 물러가길 바라노라.
     
    그러한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우중문은 결국 대패하여 30만의 대군을 물속에 수장시키고 말았지 않은가?
    이제 우리 국민이 말할차례이다.
     
    정권은 잘 들어두기 바란다.
    족한줄 알았으면 물러나기 바라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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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3/11/29 16:08:44  114.202.***.91  북치는청년  81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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