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엄마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또 실제로 그러진 못할 걸 압니다. 그러니깐 더 속 터집니다.
한 달 전쯤 파혼을 했습니다. 엄마는 평소에도 혼수, 예단, 예물로 민감했습니다. 아들내미가 그렇게 자랑스러웠는지, 뭐가 그렇게 손해 보는 장사인건지.
한 달전쯤엔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데려다놓고, 일장 훈수를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여자친구는 울고, 개판나고 여자친구는 그만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전 그 다음날 따로 찾아가 엄마랑 대판 싸웠습니다. 서로 소리지르고 물건 던지고 시발 진짜 개판이 났었습니다.
이제까지 인성교육, 교육, 교육 노래를 부르던 부모님, 본인 스스로들 해서는 안될 말들, 가려하지 못하고 이렇게 개판을 내놓으니 정말 지옥같은 한달을 보냈습니다. 여자친구의 부모님까지 알게 되어 딸 이런 집안으로 시집 못보낸다고 그 쪽 집도 난리가 나서, 직접 찾아가서 빌고, 빌었지만, 상황이 개판 난 것을 되돌릴 수 없었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제가 사과하는게 아니라 내 부모가 사과를 해야하는데 애초에 그걸 제대로 깨달았으면 이 꼴이 안났겠죠...
일평생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습니다. 나름 좋은 교육 받고 좋은 가정환경을 가졌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깟 돈 몇 푼때문에 예비 며느리 앉혀다가 개소리들 짓거리는 내 부모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 가 없습니다. 애초에 내 부모 돈 없는 거 알아서, 미리 사전에 여자친구 부모님이 서운해하시는거 조율하고, 공평하게 하는 걸 주장하며 내 부모를 위해서 그렇게 원만한 결혼할려고 노력했건만...왜 남자가 집해와야하는 건 옛날 사고 방식이니 공평하게 간다고 하는걸 내가 노력했다고 생각 안하는 걸까요. 그리고 왜 또 옛날 사고 방식대로 집안 행사나 제사를 신경써야 한다고 하는 걸까요. 왜 책임은 없고 권리만 누리려고 할까요. 내 부모는. 왜 시발.
보름 정도 시간이 지나고 여자친구와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아빠를 통해 엄마와는 연끊겠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난 부모 안뒀다고 생각할꺼라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일상 생활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아직 연끊겠다고 하는게 보름밖에 안되서 그런지... 자꾸만 망령처럼 내 머리속을 순식간에 가득채우고 모든 것에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자꾸만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지게 만듭니다. 여자 친구와 연락을 다시 주고 받는 것도, 헤어지자고 했다가 다시 만날 때의 그 기쁨에 잠시 괜찮았지만, 분노와 고통이 떠나가질 않아요. 내가 왜 이런 삶을 살아야 하나 진짜 죽이고 싶습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개소리때문에 더 고통스럽습니다.
내 나름대로 난 정상적이지 않은 부모를 택하지 않고, 여자친구를 택했다고, 스스로 결정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여자친구를 붙잡고 있을 자신이 없습니다. 이딴 꼴을 내고도 결혼을 하겠다고 내 부모가 참석하지 않은 결혼식을 하는건 그쪽 집안도 싫어할거고, 그렇다고 결혼식을 안하는 것도 싫어할거고. 내 결혼식에 내 부모가 참석하는 꼴은 더 꼴보기 싫고. 지금 여자친구와 헤어지더라도, 내 인생에서 정상적이고 행복한 결혼식은 물건너 갔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미칠 것 같습니다. 많이 울고, 또 소리도 지르고, 쌩쇼를 다했습니다. 여자친구와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만나서 재밌는 시간을 보냈지만, 같이 있는 시간에서 조차 불현듯 내 엄마, 내 인생, 내 결혼식, 내 행복을 망치기 위해서 작정한듯 한 그 한심한 표정과 작태. 그래놓고는 니는 부모를 이해못한다고 말하는 병신같은 소리가 반복재생으로 되감기 됩니다.
이쯤되니 뭔 말만해도 제가 비꼬와 듣고, 별 의미없을 수도 있는 말도 심각하게 받아드리고,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님에도 세상을 망해간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자친구가 딩크족도 괜찮겠다고 말했었습니다. 우리들의 재산으로는 아이를 키울 수 없을 것 같다고. 우리 인생이 사라질 것 같다고. 그 이야기에 감화해서 깊이 생각했는데, 문득 저도 애 없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결혼도 할 필요없다고 생각이들었습니다. 오유에서 많은 유부남, 유부녀들이 결혼은 지옥이라고 말했잖아요. 이혼 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었을 때도 결혼이란 건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요.
그 말을 듣고 문득 내가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왜 이 고통을 감내해야 하지? 애는 왜 낳고, 결혼은 왜 하지? 내가 왜 여자친구와 결혼할려고 하지? 이게 고통스러울텐데. 자주 여자친구의 미소도, 나한테 껴앉는 향기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점점 더 자주 고통이 주체가 되질 않습니다. 회사 기숙사에서 뛰어내리면 이게 끝날까 고민도 했고요.
머리가 완전히 돌아버릴 것 같습니다. 여자친구가 내 엄마를 또 욕하면 같이 시발 욕하지만, 그럴 땐 진짜 돌아버릴 것 같습니다. 진짜 만나도 막 웃다가도 다시 병신같은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웁니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여자친구와도 별일도 아닌걸로 싸우고 이제 연락도 안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별일 아닌데, 제가 제정신이 아니라서 별일로 키웠죠. 이 별일이 끝내도 어차피 행복해지는 것도 아닌데. 뭘 더 노력해야 할까요.
주변 사람에게 이야기해봤자, 술안주로 소비되는 걸 보고는 이제는 입을 닫습니다. 사회생활도 점차 원동력을 잃어갑니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던 카톡 단체방도 나가기를 누르고, 처음 몇 번 친구들 만나 하소연하는 것도 더이상 하지 못합니다. 인생에 의미도 못찾는 이 상황에서 내가 선택했다고 생각한 여자친구마저 제 스스로가 붙잡을 자신이 없습니다. 내가 많이...망가진 것 같습니다. 그냥...그런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