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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270342
    작성자 : 익명ZGlrZ
    추천 : 5/4
    조회수 : 726
    IP : ZGlrZ (변조아이피)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14/11/26 17:10:29
    http://todayhumor.com/?gomin_1270342 모바일
    헤어지러 갑니다.
    1년 조금 안되게 사귄 남자친구와 오늘 마지막으로 만나기로 했습니다.

    휴... 남자친구인지 섹스파트너인지도 모르겠네요...
    300일 넘는 시간이 짧은 시간은 아닌 것 같은데
    그 사람과 추억이라고 할 만한 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아요.
    머리속에 그 사람의 얼굴을 그리면 항상 뒷배경은 모텔방 아니면 식당만 그려지네요...

    남들은 커플이 되면 주말마다 놀러다니기 바쁜데
    한번도 어딜 같이 놀러간 적이 없었어요.
    그 흔한 셀카 한장 같이 찍은게 없네요...

    극장에서 영화 한번 같이 보는게 제 소원이라고 얘기했더니
    그래... 마지막인데 너 보고 싶은 영화 보자...라고 해서
    오늘 퇴근후에 영화 보고 헤어지기로 했어요.

    왜 이렇게 바보같이 저만 일방적으로 맞춰주면서 사귀었냐면요...
    저는 세컨드였거든요...
    바람 상대...

    제가 고백해서 사귄지 한달쯤 되었을때 그 사람이 말하더라구요...
    자기 여친 있다고...
    여친이 중요한 시험 준비한다고 시험 끝날 때까지 연락하지 말자고 했는데
    자기는 그게 헤어지자는 뜻으로 느껴진다고...

    여친과는 자기가 고백해서 사귀게 되었고
    처음에 여친이 세번이나 고백을 거절했는데
    그래도 콩깍지가 씌어서 쫓아다니다 네번째 고백에 사귀게 된 거라
    자기가 고백해놓고 시험 준비하는 여친에게 헤어지자고 하면 너무 이기적인 것 같으니
    시험 끝나면 확실하게 헤어지겠다고... 1년만 기다려 달라고 하더군요...

    참... 사람 마음이라는 게 정말 자기 뜻대로 안되는 것 같아요.
    여친 있는 남자나 유부남이
    곧 헤어질거라면서 자기에게 호감을 표시한다고 고민하는 친구가 있으면
    저는 늘 단호하게
    헤어질거라는 말에 속지 말고, 헤어진 후에 생각하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제가 좋아하니까 왜 그게 안되던지...
    왜 그리 바보같이
    헤어질거라는 말에 속아넘어갔을까요...

    여친과 헤어질 때까지 1년만 기다려 달라는 말에 속아서
    남들이 보는 앞에서는 손도 못잡고
    그 흔한 셀카 한장 같이 못찍고
    모텔에 같이 있다가 간식거리를 사러 나갈때도 제가 나가고
    선물을 보내려고 주소를 물어봐도 가르쳐 주지 않는 그 사람을
    그저 이해하려고만 했었네요...

    그동안 여친이 자기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고 힘들게 했는지
    저를 만날 때마다 하소연하고 여친 흉을 보던 그 사람...
    제 원래 직장이 여자 고객은 거의 없고 남자 고객이 주된 곳이라서
    다른 남자에게 친절하게 웃는게 싫다, 직장을 옮기면 좋겠다는 그 사람 말에
    제가 급여도 더 적고 일도 더 힘든 여초직장으로 옮겼더니
    제가 자기에게 진심이라는 걸 알게 되어서 부담스러웠는지
    그때부터는 더 이상 여친 흉을 보지 않고
    저를 만날 때마다 행복한 표정으로 여친과의 추억을 늘어놓더군요...

    저와 함께 식사를 하다가도 옆 테이블에서 주문한 음식을 보고 환하게 웃으면서
    아, 저거 내 여친이 좋아하는 건데... 너는 저런 거 안 좋아하지?
    제가 정말 불편해하고 제 체형에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의 옷을 저에게 권하면서
    내 여친이 이런 거 입었을때 이쁘던데... 너도 괜찮네.

    바보같이 그 사람에게 예뻐 보이려고 아픈 관절로 1년 가까이 하이힐을 신고
    일할때 유니폼을 입는 관계로 출퇴근 복장이 자유로운 직장에서
    쟤 뭐야?라는 동료들의 눈총을 받으면서 정장을 입고 다녔네요...
    만나지 않는 날도 그 사람은 저에게 오늘은 뭐 입었는지 궁금하다고 셀카를 보내달라고 했거든요...
    바보같이... 오늘 입은 옷 예쁘다는 그 한마디에 하루종일 행복해서...
    그러고 보니 단 한번도 저에게 예쁘다고 한적은 없었네요...
    옷 예쁘다, 구두 예쁘다고 했을 뿐...

    그 사람 마음이 저에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여친에게 상처받은 일들을 하소연하던 그 사람의 말을 곱씹고 또 곱씹으며
    그래 분명히 헤어질 거라고 했잖아... 내가 더 예뻐지면 될거야... 붙잡을수 있을거야...
    그런 생각으로 저혈당에 손을 덜덜 떨면서도 하루종일 샐러드만 먹고...
    퇴근하면 직장에서 집까지 두시간 넘게 걸어가고...
    그러고 지냈네요...

    배고프다, 힘들다고 얘기하면
    다이어트는 원래 힘든거야. 지금도 운동이 너무 부족한거 같아. 왜이렇게 살이 안빠지니 라고 대답하던 그사람...
    이제 여친 시험이 끝나서 그녀에게 돌아간답니다.
    여친이 그동안 너무 보고 싶었다고 얘기하는데 거기다 대고 헤어지자는 말은 못하겠다네요...
    저에게 여친 흉을 본 게 자기의 오해였고 여친에게 너무 미안하다구요...

    매달려 볼까 생각했지만...
    그사람이 그동안 했던 말이 사실이라면 여친도 그 사람에게 마음이 없으면서 솔로가 되기 싫어서 헤어지지 않는 거지만...
    그 말들이 정말 사실인지 이제는 모르겠어요...
    만약 그 말들이 사실이라서 여친에게 버림받고 저에게 온다고 해도
    저에게 손톱만큼도 맞춰주지 않는 사람... 제가 일방적으로 맞춰주기도 지쳤구요...

    이름도 얼굴도 나이도 모르는 그 사람의 여친에게 너무 미안해요...
    그래도 사진같은건 한장도 남기지 않았으니
    부디 평생 모르기를... 상처받지 않기를 바랄게요... 미안해요...
    당신이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시험만 끝나면 헤어질거라는 그 말에 속아넘어가서 미안해요...

    남의 남자 건드렸다고 욕먹을거 알아요...
    그냥...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어요...
    이제는 누가 저를 좋아한다고 해도
    여친 있는 남자나 유부남이 아닐까 의심부터 될거 같아요...

    울만큼 울어서 이제 나올 눈물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또 눈물이 나네요... 정말 바보같고 한심해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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