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에 블로그에 썼던 글인데, 이 게시판 성격에 맞게 수정해서 올려봅니다. 뭐 동의 하시는 분도 있을 것이고 동의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 그래도 왜 책을 읽는지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시라는 의미로 끌고와 봤습니다.
굉장히 길게 쓰고 또 장황하게 설명하겠지만, 책 읽는 방법에 대한 제 대답은 언제나 한줄 입니다. 책은 읽고 싶을 때 읽어야 제대로 읽히고 계속 읽을 수 있다. 종종 제 블로그에 자주 링크되어 들어오는 단어 중에는 "독서토론 잘하는 법", "책 잘 읽는 법"등이 있습니다. 자신이 읽어야 한다는 생각보다 자식들에게 어떻게 읽혀야 책을 좋아하게 될까라는 생각을 가진 부모님들의 검색 단어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많은 부모들이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나는 책을 안 좋아하지만 내 자식은 책을 많이 읽게 만들어야겠다'라구요. 그런데 부모 자신이 재미 없어하는 책을 자신의 자식이 읽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책을 읽지 않으면서 자식에게 책을 읽으라 하는 부모의 말을 자식은 얼마나 경청할 까요?
반대로 내 부모가 나에게 책을 읽으라 권하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빠르게 이해가능 하리라 생각됩니다. 자신은 안 읽으니 학원이라도 보내야 하는 것일까요? 제 생각엔 학원을 보내서 강제로 읽게 하는 것보다 부모님이 먼저 책을 읽는 편히 효과도 빠르고 훨씬 교육적이고 저렴하지 않을까요?
더불어 아이와 같은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아이의 생각을 들어주는 노력이 아이가 독서토론이라는 것을 배워가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때 조심할 것은 부모의 생각을 아이에게 강제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아이의 생각을 먼저 수용하고,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아이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수용하고 이해하게 될테니까요. 이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면이기도 하지요. 우리 사회에선 자주 타인에 대한 이해보다 내 생각을 강요하고 옳다고 주장하며 싸우고 있지요. 그러면서 어른들이 주최하는 독서토론이나 사회 문제를 토론하는 자리에선 언제나 적과 싸우는 파이터들만을 치켜 세우게 됩니다.
저는 독서토론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신과 다른 생각에 대한 수용성을 길러주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학원계에서는 창의성이니 뭐니 해서 홍보를 하지만요. 창의성 강조가 부모들에게 잘 먹혀드는 단어기는 해요. ㅡㅡ;; 자연스레 독서토론의 정의(?)까지 나왔네요. 물론 저만의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독서토론은 나와 다른 생각을 이해하는 자리다.
제가 독서토론을, 아니 더 폭을 넓혀서 토론이라는 것을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서 말싸움 하는 것이라고 혐오(?)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이런 토론은 토론이라는 것을 통해서 말싸움 하는 말싸움 꾼을 만들어보이려고 할 뿐 진짜 토론이 가진 목적을 잃어버리게 하거든요. 토론은 어떤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찾기 위한 자리가 많은데, 합의 보다 적을 만들고 서로 싸우기에 급급하니 말이죠. ㅜㅜ
기본적으로 "사람은 완벽하지 못하다."를 전제 조건으로 깔고 이야기 하는 저 인지라 '내가 틀릴수 있는 가능성을 언제나 어느 방향이든지 열어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만과 독선만이 남아서 쉽게 다른 사람들을 깔보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 대해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나와 같지 않으면 다른 편이라고 선을 긋게 됩니다. 물론 모든 면에서 다 수용할 수는 없습니다. 저도 전제를 저렇게 깔고 이야기 하지만, 가끔 흥분하면 저 문장을 잊어버리기도 하거든요. 그럼에도 항상 되뇌이는 문장입니다.
쉽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적으로 만드는 이들의 치명적인 약점은 같은 편이라 생각했던 사람이 보이는 약간의 태도 변화에도 쉽게 흔들린다는 점입니다. 인터넷 용어로 이런 현상이 오면 "멘탈붕괴"의 징조를 보이게 됩니다. 멘탈붕괴의 가장 많은 반응은 사실 아님이 밝혀졌음에도 근거들을 무시하며 끝까지 우기기, 다음으로는 아무말 않고 잠수타기... 정도가 있습니다.
토론은 싸우는 자리가 아닙니다. 다름을 확인하고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확인해나가며 보충하고 좀 더 나은 생각을 해가는 자리지요. 특히나 독서토론은 더욱 더 그렇습니다. 독서토론은 책을 가지고 찬반을 나눌 꺼리가 많지도 않고 또 그래야할 이유도 없습니다. 소설책을 읽고 나는 좋은데 너는 왜 나쁘다고 말하냐면서 싸울 것인가요? 마지막에 내가 말 한마디 더하고 혹은 말을 많이 하고, 이런 저런 유명인사들의 말을 끌어왔으니 이긴 것인가요?
아니요. 독서토론은 나를 좀 더 다듬는 자리일 뿐입니다. 나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의 다른 시선을 알아갈 수 있는 자리입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오프라인으로 만들어지는 집단지성이 되겠네요. 다만 흔히 말하는 집단지성의 규모에 비하면 너무나 작고 보잘 것 없이 보이기는 하지만요.
잡담이 굉장히 길어졌네요. 원래는 딱 두 줄만 남기려고 했는데...
그럼 남기려던 두 줄을 남기고 이 글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가장 좋은 책 읽는 법이란 읽는 사람이 스스로 재미가 있고 흥미를 가지고 책을 펼치는 것이다.
독서토론이란 책을 가지고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을 확인해 내 생각을 풍부하게 하며,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