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권우성·박상규 기자]
ⓒ2006 오마이뉴스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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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1일 오후 6시 10분]
#1. 실내 테니스장 천장의 '용(龍)'
서울 잠원동 테니스장 천장 가운데 '용(龍) 입주상량(立柱上樑) 귀(龜), 2005년 11월 23일 이명박'이란 문구가 쓰인 명문이 걸려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집을 지을 때 기둥을 세우고 보를 얹은 다음 마룻대를 올리는 의식인 상량식을 치를 때 넣은 일종의 '상량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시장 이름과 함께 '영원'을 뜻하는 귀자, '임금'을 상징하는 용자가 상량문에 새겨진 것에 대한 외부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이를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나름의 정치적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역사학 전공자인 열린우리당 유기홍 의원은 이 시장 이름이 들어간 것과 관련, "옛날에 큰 건물을 지을 때 임금이 자기 이름을 올리는 경우는 가끔 있었으나 이례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우원식 열린우리당 황제테니스 의혹진상조사단장은 이를 보고 "이 시장이 이 테니스장에 그렇게 공을 들인 이유를 알겠다"며 "임금을 뜻하는 '용 龍'자와 '거북 龜'자가 새겨진 것을 보니 이명박 시장의 마음을 알겠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같은 상량문은 통상 많이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래전부터 화마, 즉 나쁜 것을 막아준다는 의미로 '용'과 '귀'자가 많이 쓰였다는 게 문화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대부분 건물주 이름을 넣는데, 공공건물에 이명박 시장 이름을 넣은 것은 좀 생각해볼 일"이라고 말했다.
▲ 우원식, 안민석, 유기홍 의원 등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이 방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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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1일 잠원동 실내 테니스장 안에 들어선 우원식 단장을 비롯 유기홍·안민석 열린우리당 의원은 탄성을 연발했다. 박상호 강남교육청 관리국장도 "정말 대단하네"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승운 서울시교육청 행정과장도 "이거 가설 건축물 아니야? 이렇게 좋은 테니스장이 무슨 가설물이야? 정말 잘 만들었네"라고 말했다.
870여평, 높이 14.7m의 잠원동 실내 테니스장은 먼저 규모에서부터 사람들의 눈을 크게 만들었다. 타원형의 돔 지붕 아래, 실내에서 경기할 수 있는 테니스 코트는 모두 3개. 바닥에는 푹신푹신한 우레탄이 깔려 있다. 샤워실과 휴게실도 완비돼 있다. CCTV도 눈에 띄었다.
코트 측면은 투명 유리창으로 돼 있어 밖을 내다볼 수 있다. 그러나 관중석은 없다. 경기를 구경할 수 있는 시설 자체가 없는 것. 이 때문에 "소수 VIP만 이용하는 '황제테니스장'이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이곳에는 총 42억의 공사비가 들어간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시종일관 "이건 가설물이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박상호 강남구청 관리국장을 불러 서울시가 학교부지 용도변경에 대해 논의했는지 추궁했다. 그러나 박 관리국장은 "서울시와 용도변경에 대해 협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진짜 가설 건축물이 맞나?"라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또 10년째 반포동에 살고 있다는 안길회 전 한신타워아파트 주민대표도 "서울시에서 용도변경에 대해 주민 공청회를 연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주민 대부분은 학교설립이 어렵다면 공원이 들어서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실내 코트가 3개면 복식으로 테니스를 쳐도 12명이 이용하는 거 아닌가? 주민들이 몇 명인데 지금 장난하나. 이 시장은 자신이 황제처럼 사니까, 모두들 황제인 줄 아는가 보다. 천장에 '용'자를 써 놓은 것 보니, 이 시장은 이곳에 대권정복의 깃발을 꽂은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안씨 말이 이어질 때 반포3동 동장이 실내 테니스장에 잠깐 얼굴을 비쳤다. 그러나 그는 기자들이 다가서자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 테니스장과 담을 접하고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테니스장의 둥근 지붕이 보인다. 이 학교에서는 1학년 학생들이 가건물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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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원동 실내 테니스장은 학교부지에 들어섰다. 바로 옆에는 반원초등학교가 있다. 반원초등학교는 지난 2005년 학생 수가 늘어나 결국 운동장 한쪽에 가건물을 지었다. 모두 8개 교실이 있는 가건물에서는 현재 초등학교 1학년 학생 282명이 공부하고 있다.
구병주 반원초등학교장은 "아이들이 늘어나 지난해 봄부터 1학년 아이들이 가건물에서 공부하고 있다"며 "학교 부지에 테니스장이 아닌 교실을 지어주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 교장은 "이곳 반포동·잠원동 일대는 유해환경이 없어 아이들 교육에 좋다, 학생들이 줄어들 것이라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의 견해도 비슷하다. 6살, 4살 아들을 키우는 정두옥(37)씨는 "당연히 학교가 들어서는 게 좋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역시 7살 아들을 키우는 이숙경(37)씨도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첫째가 학교설립이고, 둘째가 공원을 만드는 것"이라며 "주변이 모두 아파트촌이고 사람들도 많은데, 코트가 3개밖에 없는 실내 테니스장을 몇 명이나 이용하겠냐"고 지적했다.
일대 부동산 업자들도 "자녀교육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강남 한복판에서 학교부지에 테니스장을 짓겠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자는 "학교 부족으로 아이들 교육에 문제가 생기면 수십억이 투자된 테니스장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 잠원동 테니스장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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