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초등학교시절 그리고 중학생,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 나는 정신에 좀 이상이 있는거 같았다.
머리를 묶을때 조금도 단 한가닥의 머리카락이라도 삐져나오지 않았으면해서 수십번을 다시 묶고 맘처럼 되지 않자 머리방울을 거울에 던지고 그대로 주저앉아 울었다.
내가 지나다니는 길에 동생이 앉아있기라도하면 그 순간 짜증을 주체하지 못하고 왜 길목에 앉아있냐고 화를냈으며
친구들에게 상처가되는 말을 뱉고 친구가 상처를 받아도 난 장난으로 한 말인데 왜 오버냐고 화를 냈다.
그 외에도 사소한 것에 목매며 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울고 화내고 주위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글로는 표현이 어렵지만 짜증이 심하고 동생을 못살게구는 어린이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부모님만 있으면 나는 아주 모범적이고 착한 아이였고
내가 화를 내도 아무말못하는 사람들 한테만 나는 짜증내고 욕했다.
그게 초등학생때였다.
중학생1학년땐 나의 이런 성격때문에 친구들과 잦은 트러블이 있었고 그 후 점차 내 병(?)은 나아졌다. 아주 완전히는 아니지만..
고등학교 올라와서 친해진 친구가 있다. 원래는 중학생때부터 알던 친구지만 친해진건 고등학생때였다.
나랑 친한 친구들은 전부 착하고 속이없나?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었지만 이 친구는 정도가 심했다. (이렇게 표현하는게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매사에 기분나쁜일이 없어보였다.
중학생때까진 단순히 친구들과 싸우지 않기 위하여 표면적으로 나의 병을 고친 듯이 보였다면
이 친구를 만난 후부터는 내 생각들이 바뀌기 시작했다.
세상 사람들이 내 생각처럼 행동하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것을 중학생때 깨닫게 됐다면
이 친구를 통해서 그 사람들을 바꾸려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배웠고 나의 잣대로 사람을 평가하는게 얼마나 어리석은지 배웠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것이 얼마나 못난것인지, 사람을 도울때의 기쁨이 어떤것인지도 배웠다.
친구는 이 모든것을 절대 말로써 나에게 설득하지 않았다. 오로지 행동으로 나에게 보여줬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이 친구를 닮고 싶어했나보다.
그렇게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오며 지금의 내가 되었다.
내가 얼마 살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고마운 사람을 꼽으라면 두명이다.
첫번째는 나에게 행동으로 너는 잘못된 거라는걸 보여준 지금의 둘도 없는 단짝친구이며
두번째는 내가 엄청나게 괴롭혀도, 본인이 나보다 키도 훨씬 크면서도 나에게 한번도 손댄적 없는 내 여동생이다.(나라면 몇번을 때리고도 남았다.)
내가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항상 미안한 사람들이다.
나는 예전보다 남을 더 배려할 수 있게 되었고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으며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은 동생과 그때 이야기를 하며 그땐 정말 언니가 병이 있었던게 틀림없다고 얘기하고 나도 내가 미쳤었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가끔은 두렵다.
예전에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한 사람들 중 가족에게만 유독 못되게 구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에겐 세상 모두가 강자고 가족이 약자인 것이다.'
나는 어쩌면 세상 모두가 나에게 강자여서 모두에게 친절한게 아닐까.. 예전의 내 동생이나 친구처럼 나에게 약자인 사람이 또 나타난다면 나는 또 못된 사람이 되는게 아닐까.. 내 정신병은 현재진행형인건 아닐까..
내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때마다, 그 때와 비슷한 감정선을 느낄때마다 화를 가라앉히고나면 나는 아직 정신병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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