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베간 글이 도메인 쪽으로 접근하셨길래 상표권 측면으로 접근해 볼게요.
이번 건을 도메인 측면에서 접근하면 계속 이런저런 의문이 들 수 있는데, 도메인에 대한 권리분쟁은 사실상 상표 쪽 논리를 그대로 끌어오신다고 보니 이쪽 측면에서 보시는 게 별 무리가 없을 겁니다.


상표법 제1조는 이렇습니다.

' 제1조(목적) 이 법은 상표를 보호함으로써 상표사용자의 업무상의 신용유지를 도모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함과 아울러 수요자의 이익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

간단히 말해서 상표권을 보장해주는 목적은 상표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걸 재산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있지만, 훨씬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해당 상품이 어떤 놈이 만들어내고 서비스하는 건지를 알게 해주는 '출처 표시 기능'입니다.

조금 더 단순하게 말하자면, 상표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상표사용자와 소비자 사이의 신뢰관계'를 상징하는 표식인 셈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상표권은 기본적으로 '사용'을 해야 인정 받는 권리입니다. 들고만 있어도 유지가 되는 특허권이나 디자인권하고는 개념이 달라요.(물론 이쪽도 일정 기간 이상 사용을 안하고 있을 때에는, 발전된 기술이나 디자인으로 사회적 이익을 확보하려는 공공의 이익에 어긋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신청에 의해 로열티 좀 내고 기술을 강제로 쓸 수 있게 됩니다.)

보통 생각하시는 '사용하지 않는 재산'의 개념은 내가 땅을 가지고 있고 그 위에 건물을 올릴지 말지 고민하는 모양새라고 했을때, 사용하지 않는 상표권은 공원 잔디밭에서 '마 여기 내가 쓸거야!'하고 소리쳐 놓고 돗자리 안 피는 겁니다. 한참 그 자리 안 써놓고는 다른 누가 와서 돗자리 편다고 뭐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고, 그 자리를 돈 받고 팔 수도 없습니다.



다시 또 말하자면 상표권이 보호하는 건 '상표권자가 그 상표를 가지고 있을 권리'가 아니라 '소비자가 해당 상표를 보고 상품의 출처를 인식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쩔어주는 모양새의 상표가 있다쳤을 때, 그 상표를 만드느라 든 수고는 저작권법으로 따로 보호 받는 것입니다. 이번 건은 단순한 보통 명사를 도메인으로 등록한 것이고 이 건에서는 해당할 건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이런 경우가 있나 해서 봤는데, 자세히 사례 검토해보면 이번 건 그냥 처음에 등록한 아재가 알고 그랬건 모르고 그랬건 상표권 브로커질 한 거나 다름 없어요.
안 쓰던 주소를 쓰기 시작한 것도 네이버가 라인을 서비스한 이후이고, 나중에 다음카카오로 리다이렉팅 시켜놓은 것은 '내가 이거 너한테 팔아먹으려고 했던 거야!' 라고 성내는 것 밖에 안되잖아요.
한국에서 서비스하지 않았으니 상관 없지 않느냐 라고 하실 분을 있을텐데, 이런 거 하는 브로커들이 가장 손쉽게 하던 짓이 '외국에서는 유명한데 한국에서 아직 런칭 안한 브랜드' 상표나 도메인 선점해서 팔아먹는 거였습니다. 법규는 그런 거 막으려고 다시 강화되었구요.
'돈 받을 목적' '사용해서 유입자 끌어올릴 목적' '네이버에서 이걸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게 할 목적' 어떤 것이 되었든 전부 상표법 상 부정한 사용에 해당합니다.



법원이 제일 우선으로 놓고 판단한 건, '네이버의 권리'가 아니라 저거 잘못 들어가서 헛손질하고 짜증날 '소비자의 이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