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122일 앞둔 지금, 고 3들의 생활은 어떨까?
아침에 어머니의 일어나라는 잔소리와 함께, 힘들게 침대에서 일어난다.
요즘은 너무 피곤한건지, 모닝콜 소리를 잘 못 듣는다.
세수를 하고 바로 식탁 앞에 앉아서, 아직도 비몽사몽한 눈으로 밥을 먹는다.
켜놓은 TV에서 나오는 아침 뉴스로 대충 요즘 어떠어떠한 일이 있구나 파악한다.
아침이라 밥이 잘 안 넘어가지만 그래도 학교가면 배고플거라는 생각에 꾸역꾸역 밥을 다 먹고는 교복을 입고 집을 나선다.
학교로 가는 버스 안, 오늘도 앉을 자리가 없다.
한손에 들고있는 책 때문에 간신히 중심을 잡아 서서 불안하게 타고 간다.
하필 오늘 내가 서있는 자리는, 바로 입구 옆. 가끔 또래의 남학생이 버스에 올라타면 초라한 내 모습에 민망함을 느낀다.
그렇게 몇 정거장이 지나고, 예쁘고 깔끔한 모습의 고 1,2 학년들 틈에 껴서 버스에 내린다.
곧 가다가 친구를 만났다. 대충 질끈 동여맨 머리와 시원하게 넘겨버린 앞머리로 바로 고 3임을 알수가 있다.
친구와 서로 잔뜩 내려앉은 다크써클을 보며 니가 더 심하다 내가 더 심하다 도토리 키재기같은 논쟁을 벌이며 학교에 도착한다.
교문 앞에 학생주임 선생님이 무서운 눈을 하고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지만, 이제 선생님은 더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더이상 복장이나 두발로 걸릴것이 없기에.
교문으로 들어가기 전 꺾여진 골목에서, 부랴부랴 머리를 묶고 발목양말을 복숭아뼈까지 끌어올리는 아이들을 보고는 옛 생각에 한번 웃고는 지나간다.
교실에 도착하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날 반긴다. 여름엔 학교에서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줘서 학교 올 맛이 난다.
물론 조금, 시기를 늦게 틀어줬다는 것에 불만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에어컨 앞에 모여 바람을 쐬면서,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수업종이 치고,
1교시가 시작된다. 아침이지만 벌써부터 조는 애들도 있다, 원래 아침이 더 힘든 것 같다.
2교시는 체육인데 교실에서 자율학습을 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다들 조용하다가, 소근소근 대는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반이 시끄러워졌다.
급기야 옆반에서 수업하시는 선생님이 반으로 들어와 우리에게 호통을 치신 다음에야 조용해 졌다.
3교시, 배고프다는 아이들이 한 두명씩 늘어가고- 아침 안먹었다는 핑계를 댄 아이들이 매점으로 부리나케 달려가 입에 무언가 하나씩 물고는, 반으로 들어온다.
몇몇 아이는 화장지를 들고 화장실로 향한다. 하지만 곧 다시 교실로 울상이 되서 돌아온다.
"안나와....ㅠㅛㅠ"
4교시, 매점에 가지 않았던 아이들은 뱃속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를 숨기려고 노력하며 아까 내가 왜 매점을 안 갔을까 하는 후회와 함께 수업이 빨리 끝내기만을 기다린다.
그리고 점심시간, 오늘 메뉴는 뭘까 기대를 하며 급식소로 향한다. 그러나 오늘 메뉴는 별로였다.
먹고 나오면서 '우리 학교 급식은 왜 이러냐' 등의 불평을 줄줄이 늘어놓다가 매점으로 향한다.
점심 밥 먹고 아이스크림은 꼭 먹어줘야 한다. 요즘에 여름이다 보니 쮸쮸바 같은걸 주로 먹는다.
5교시가 끝난 후, 어떤 수업임을 막론하고 간에 반 아이들은 다 책상위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다.
특히 그 5교시가 문학이나, 잔잔한 목소리를 가진 선생님의 수업이었을 경우, 그 후유증은 6교시때도 이어져 수업이 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정신 못차리는 학생들이 많다.
6교시가 끝난 후 청소시간. 다시 활기를 찾은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놀기에 바쁘다.
그러다 호랑이 같은 담임선생님의 등장으로 모임은 와해되고 하나둘씩 빗자루를 집어들고 각자의 청소구역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교실 1분단 청소인 필자는 바닥에 이리저리 쌓여있는 책들로 인해 바닥 쓸기가 여간 힘든일이 아니다.
다들 책 넣을 공간이 사물함으로는 부족하거나, 또는 귀차니즘으로 인해서 옆 바닥에 책을 쌓아놓고 생활한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7,8교시가 지나가고 쉬는시간. 아이들은 꼬르륵거리며 시위하는 배를 붙잡고 매점으로 향한다.
이번 시간만 끝나면 저녁시간이지만, 배고픈건 어쩔 수 없다.
수업종이 치고 나서야 문을 열고 오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입에 무언가 우물우물 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덧 저녁시간!
1학년이나 2학년, 그 시절에는 밥을 빨리 먹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급식소로 달려갔었지만,
(그리고 그렇게 달려가서 순위권 안에 들면 왠지 기분이 좋았었다 -_-)
고3이 된 지금 이제 그런 아이들은 흔치 않다. 몸도 무겁고... 귀찮기도 하고, 늦게가면 밥을 많이 주기 때문에.
다들 교실에 앉아서 단어를 외우거나, 반의 컴퓨터를 켜서 잠시 싸이를 하거나,
혹은 급식을 신청하지 않은 아이들은 매점에서 라면을 사가지고 와서 반에서 라면냄새를 풍겨가며 맛있게 먹는다.
거의 저녁시간을 30분 정도 남겨놓고 느릿하게 급식소에 도착해, 푸짐한 급식을 받아들고 가까운 자리에 앉아 먹는다.
요즘 하는 얘기들은 거의다 수시에 대한 얘기들이다.
고민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대학에 대한 얘기들을 나누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고 3인지라 수업도 열심히 듣기 때문에, 가끔 선생님이 해주시는 재밌는 경험담들을 듣고 친구들에게 그대로 말해주기도 한다.
1,2학년때는 연예인, 어제본 TV 이야기들이 주를 이뤘었는데. 이제 나도 진짜 고3이구나 싶다.
그렇게 밥을 먹고 양치를 하고, 야자시간이 시작된다.
한 30분정도 하다가 잠이 슬슬 오는데 그럴때는 복도로 나가서 찬바람을 쐬며 공부를 하다가 다시 교실로 들어온다.
그런데 요즘은 밖이 덥기 때문에 교실 뒤로 가서 서서 공부를 하다가 들어온다.
그렇게 길고 긴 야자 1교시가 끝나고, 가방을 매고 집에 가는 1학년들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쉬는시간에 또 왁자지껄 소란스럽게 놀다가 종이 치며 제자리로 돌아가 다시 공부에 돌입한다.
끝나기 10분 전, 아이들이 하나 둘 가방 챙기는 소리들로 조금씩 소란해지기 시작한다.
이미 다 준비 끝내놓고 종치기만 기다렸다가 종이 치자마자 나가는 애들도 있다.
나는 풀리지 않는 수학문제를 종칠때까지 잡고 있다가, 결국 샤프를 탁 던지고는 가방을 챙겨서 친구와 함께 집으로 향한다.
늦게 끝나서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으므로, 가끔 체육복 입은 그대로 집으로 향하기도 한다 -_-
수능날이 가까워져서 그런건지, 요즘 집에 가면서 하는 얘기들은 주로 대학과 수능에 대한 한숨, 걱정들이다.
우리 잘 할수 있을까?
서로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다가 마지막에 우리 진짜 열심히 하자~ 라는 말로 끝을 맺고 서로의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 잠시 거실에 앉아 티비를 보며 쉬고 있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가 인강(인터넷 강의)을 듣기 시작한다.
얼마 전 유료 강의를 신청했는데 벌써 며칠 남지 않았다. 아직 완강하려면 멀었는데...
속도를 1.4배속으로 하고 강의를 듣는다.
그렇게 연달아 2~3강을 듣고나면 어느덧 시간은 1시를 넘어간다.
그리고 내 눈도 반쯤 감겨 있다. 그러다 갑자기 방안에 들이닥친 어머니로 인해 다시 정신을 차리고, 강의를 듣는다.
하지만 도저히 못듣겠다. 몇분 듣다가 컴퓨터를 꺼버리고 책상은 공부하던 그대로 둔 채 잠이 든다.
그리고 눈을 뜨면, 어느덧 아침이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시간 개념도 없이 지내는 날이 많다.
요일을 확인하고는- 아, 벌써 또 이렇게 지났구나. 씁쓸하게 웃어 넘긴다.
고등학교 생활은, 그 중에서도 특히 고 3 생활은, 정말 빠르게 지나가 버리는 것 같다.
처음 반 배정을 받고 반 아이들과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던 것이 정말 '엊그제' 같은데,
벌써 수시를 쓰고, 이제 서로 입학할 대학을 향해 뿔뿔히 흩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고 3이 되기 전엔 , 휴일도 없는 이 생활을 어떻게 견디나 싶었고-
지금도 계속 반복되는 이 생활에 가끔 지겹고, 지치기도 하지만
학교 가면 이제는 가족 같은 친구들을 보며 웃을 수 있고,
오히려 1, 2학년 때보다 더 즐거운 것이 고 3 생활 같다.
이제 이 생활도 4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내 인생에서 다시는 되돌릴수도, 되돌아 갈 수도 없는 시간.
공부도, 친구들과의 관계도 모든 열심히 해야지.
대한민국 고3,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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