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4층 가게에 있었구요 - 이미 저번 지진 이래로 개점 휴업 상태였는지라 손님은 없었습니다 - 제 옆엔 나루가 이런 자세로 자고 있었죠. 지난달
25일 지진이후로 가게 나루 전용의자옆엔 이동장을 항상 놓아두었습니다.
전 그때 가게 카페와 오유에 올릴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며칠전에 베그나스 호수에 낚시를 하러 갔었거든요. 손님도 거의 끊기다시피 했고,
머리도 복잡하고 해서 이웃 한국 식당 사장님과 출조한 것인데요...그림같은 풍경에 덤으로 고기도 잡고
정말 맘편히 다녀온지라 사진도 올리고 글도 다듬고 있을 때즘이었습니다. (다행히 오유에도 '민물낚시'게시판이 있더군요)
그때, 지진이 왔습니다. 이젠 바로 압니다.
'이건 좀 크다!'
바로 자던 나루를 이동장에 넣고 계단을 통해 건물밖으로 나왔습니다. 나루는 다행히 제 품에서 벗어나지 않고 이동장에 들어가 주었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지진 오는 순간 녀석은 딱 눈을 뜨고선 몸을 의자 방석에 딱 붙힌채 우왕좌왕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제가 없었다면 바로 튀어 나갔겠죠.
밖에 나와서 찍은 동영상 몇 개를 올립니다.
나루는 연신 두려움에 엉엉 울더군요.
밖으로 나왔는데도 아스팔트가 좀 울렁거려 멀미가 났습니다. 그렇게 한 15분쯤 밖에서 있었을까... 가게에
가스밸브도 잠그고 문도 닫아 걸고 나와야겠기에 잠깐 올라갔습니다. 그때 멀리 고르카에서 무너진 마을과 집을 복구하던 직원 크리스나가
가게로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저번 지진이후 마을이 완전 붕괴되어 그간 고향 고르카에 있던 녀석이었거든요. 어찌되었든
안부를 묻고 할 경황도 없이 가스밸브를 잠그고, 창문을 닫고 하는데 2차 여진이 왔습니다.
"down down! go outside outside!"를 외치며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렇게 저번 지진때처럼 근처의 한국 식당으로 대피했습니다. (거긴 넓은 공터가 있고, 식당도 2층이고해서 대피처로 좋거든요)
거기서도 여진은 계속 오고 있었습니다.
가게문은 닫았고, 하루를 그렇게 이웃 한국 식당에서 보냈습니다. 나루는 이동장에서 처음엔 서럽게 울더니 이내 가만히 있더군요.
다행히 지진은 잠잠해졌습니다. 나루는...고양이 나루는 아예 숙소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나루를 믿고 나름 큰 결심을 했는데요. 밤에 이웃 식당 사장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간단하게 술을 했는데요...
식당 구석에 있는 이동장...문을 열어 버렸습니다.
나루는 아주 똑똑하니까...저번에도 집을 나갔다가 이틀만에 찾아왔고...하니 풀어놓고, 숙소방에 밥그릇, 물그릇 두면 들어와서 먹고,
잘 때도 들어올거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이웃 식당은 규모가 크고 넓은 정원과 마당이 있고, 담장이 쳐져 있어서 안심이 되기도 하구요.
이렇게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혹시나 급박한 상황에서 이동할 때 나루 찾고 이동장에 넣고 ....하다보면 오히려 더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구요,
만약 숙소에서 잠 자다가 위험한 상황이 되면 제가 나루를 지키지 못할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아시다시피 고양이는 아주 민첩하고
촉이 빨라서 그런 상황에서 바로 안전한 곳을 찾아 갈 것 같아서요.
이런 저런 걱정스러운 얘기, 앞으로 장사 어떡하나 하는 얘기, 이번 지진에 피해가 얼마나 되나 하는 얘기를 하다 밤이 깊어서 숙소방으로 들어가서 잠을 청했습니다. 물론 얕은 잠이죠. 사실 지난달 25일 지진이후로 잠을 깊게 잘 수가 없습니다. 이것도 무슨 장애같기도 한데요..
새벽 2시쯤 되었을까?
역시...우리 똑똑이 나루는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냥~'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조금 열린 방문을 비집고 들어오더니 - 여러 방 중에 제가 그 방에서 자고 있는 것을 밖에서 놀다가도 용케도 바로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