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베 간 미국 술집에서 쌈질한 글 보고
옛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쪽팔린 기억을 한 번 떠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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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2003년 1월 중순의 어느 추운 겨울날.
일본에서 교환유학 중이던 저는 부푼 마음을 안고 비디오가게로 향했습니다.

참고로 제가 있던 곳은 키타큐슈. 
일본 야쿠자의 발상지이자 일명 펀치파마라고 불리우는 얇게 말아서 뽀글뽀글하게 한
야쿠자 전용 헤어스타일이 키타큐슈에서 생겨난 것이라는 것을 알아두셨으면 좋겠습니다.

비디오가게 앞마당에는 다마스랑 똑같은 낡고 허름하고 작은 흰봉고차가 서있었고,
저는 일본에도 다마스가 있쿤하! 다마스가 베낀건지 이게 베낀건지라는 생각을 하며
봉고차 운전자석 문 옆에 자전거를 세우고 자물쇠를 채운 후 비디오 가게로 당당하게 들어갔고,
약 10분 후 므흣한 비디오 한아름^^;과 
머릿속 가득 알흠다운 환상을 안은 채 비디오가게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바로 제뒤로 한 허름한 바바리코트를 입은 중년 남성이 따라나왔습니다.
(얼굴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옷차림과 풍겨나오는 기운으로 중년 남성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음)
그리고 저는 자전거 바구니에 비디오를 싣고 자물쇠를 풀고 있었는데 그 순간 들려오는 한마디,

"도케!(비켜!)"

저는 22세의 혈기왕성한 나이였고, 
내가 먼저 가게에서 나왔으며,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이미 중년아저씨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기에
"에이씨"라고 한마디하며 천천히 자물쇠를 풀었습니다.

그러자 이어지는 답변

"야리따이노까!(하고 싶은 거냐!)"

자물쇠를 다 푼 저는 '하긴 뭘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스윽 올려서 얼굴을 바라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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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경악하며
'내인생은 여기서 끝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트는 허름했지만 그 안에 입은 것은
우리가 보통 동대문에서 사는 5~6만원짜리 싸구려 정장이 아닌
최소 50만원은 할 것 같은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양복.

얼굴 칼자국에서 느껴지는 관록과 

예수님 그림 볼때 머리 뒤에 동그랗게 그리는 오오라처럼 느껴지는 포스.

깍두기 스타일에 흰머리가 드문드문 절반정도 섞여있어서 공포를 더해주는 헤어스타일.

덜덜덜...그렇습니다! 그는 야쿠자였던 것입니다.

저는 바로 꼬리를 내리고
"이이에(아니오)..."
라고 말했고

'그 분'께서는 
"몽꾸아루까!(불만있냐!)"라는 마지막 한마디로 종지부를 찧으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스미마셍(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며 잽싸게 자전거를 타고 도망갔습니다.

전 그때 자전거도 시속100km로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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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그 때 당시에는 심장이 1초에 1539회 정도 뛸 정도로 쫄았었고
눈 앞에는 주마등이 스쳐지나갔으며
조폭이라는게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그런 웃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요점 : 일본에서 상대를 쫄게 하려면 단 세마디, 
도케(비켜), 야리따이노까(하고 싶은 거냐), 몽꾸아루까(불만있냐).

쪽팔린 기억 올려봤습니다.
추천 좀 해주세요...^^;

짤방은 야쿠자 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