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브샤브 같은 요리가 땡길 때가 있습니다.
한국식 샤브샤브도, 일본식 나베요리도 맛있지만 자극적인 맛이 필요할 땐 중국식 핫팟! 훠궈만한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수련이 부족하고 내공이 충분치 못한지라 수프를 직접 조제하지는 못하니 가까운 중국 슈퍼에가서 소중한 물건을 구해옵니다.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서 꽤 오랫동안 중국인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해봤지만 귀찮으니까 그냥 사먹으라는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그런 맛을 낼 수 있다니, 문명의 이기는 참으로 두렵고도 위대합니다.
이미 치트키 수준의 만능 수프가 준비된 이상 같이 끓여먹을 재료들만 준비해놓으면 모든 것이 간단하게 끝이납니다.
아무리봐도 청경채인 채소를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채에 받쳐두었습니다.
너무 쉽습니다. 오늘은 그야말로 요리도 아닌 것 같습니다.
팔팔 끓는 수프에 넣어 먹을 재료들은 취향대로 마음껏 고르면 됩니다.
피쉬볼이나 여러 어묵, 맛살류 등을 기본적으로 준비하고, 일반적인 유부는 아니지만 기름에 튀긴 두부같은 것을 사왔습니다.
요게 스펀지 처럼 국물을 잔뜩 머금기 때문에 씹어먹으면 국물이 찍! 하면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 맛도 좋고 재미도 있습니다.
그 밖에 요리하다 남은 새우, 오징어 쪼가리도 곁들여주고 감자와 버섯류 (사진은 목이버섯입니다.) 그리고 숙주나물까지 냉장고에 있는 아이들 중 좋아하는 것들을 최대한 잔뜩 꺼내봤습니다.
참고로 목이버섯은 건조되어 있는 녀석이라 찬물에 10분정도 불려서 준비했습니다.
훠궈를 해먹기위해 중국마트에서 값싸게 구입한 전용 냄비에 생강, 마늘 양파등을 기름없이 살짝 볶아주었습니다. 그을음이 생기지 않도록 살짝만!
그리고 문명의 이기가 점철된 만능 수프와 건더기를 각각 구역에 맞춰 붓고 물을 부어줍니다. 정량대로 다 붓지 않고 간을 살짝 보면서 조절했더니 맛이 더 깔끔해졌습니다.
저 고추더미와 라유는 언제봐도 먹음직스럽네요.
본격적으로 테이블을 세팅하기에 앞서 요 국물들은 한번 팔팔 끓여주었습니다. 시간도 단축되지만 아까 넣은 생강, 마늘을 비롯한 향신료가 적절히 우려나올 시간이 필요합니다.
요런 요리에 가장 중요한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고기입니다.
저 늠름한 자태를 보세요. 바라만 봐도 흐뭇함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정육점에서 샤브샤브용 고기를 사왔습니다. 차돌박이를 섞으셔도 맛있고 양고기 샤브샤브도 맛있습니다.
너무나도 간단하게 모든 준비가 끝나버렸습니다. 팔팔 끓은 냄비를 테이블로 옳기고 각종 재료들과 함께 맛있게 먹는 일만 남았습니다.
건져낸 건더기들을 찍어 먹을 소스는 땅콩소스를 미처 생각하지 못해서 해선장과 스리라차 칠리소스를 섞어 급조했습니다.
땅콩소스는 다음 기회에 연구해봐야겠습니다.
어쨌든 각종 재료로 우려낸 육수의 마지막을 장식할 우동사리까지 모처럼 기분좋게 포만감 넘치는 식사를 했습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조금 알아보면 중국 슈퍼마켓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준비도 간단하고 좋아하는 재료를 골라 먹는 재미도 있고, 아직 드셔보시지 못한 분들도 기회가 된다면 편하게 집에서 한번 드셔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