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즈컨에 다녀온 동생이, 게임스탑에서 Call of Duty : Ghosts(이하 고스트)를 사왔다.
원래 배틀필드 시리즈보다는 콜 오브 듀티, 특히 인피니티 워드의 모던 워페어 시리즈의 광팬인 나는 이번에도 그들이 나를 실망시키지 않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게임을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1. 싱글 플레이.
얼마 전 리스폰 스튜디오(인피니티 워드의 설립자가 액티비전 사장과 갈등을 빚은 후, 60여 명의 직원을 데리고 나가 만든 스튜디오. 현재 EA의 투자를 받아 타이탄 폴을 개발하고 있으며, 2014년 출시 예정이다.)가 타이탄 폴 관련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책임 프로듀서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그 기술을 쓸 수 있어서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프레임 레이트다."
크라이시스, 프로스트 바이트 엔진 등이 버전 업 할수록 더더욱 화려한 기술을 자랑하는 반면, 그들의 개발철학은 그와 반대의 노선을 걷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그들이 예전에 개발해 뒀던 인피니티 워드 엔진에도 그대로 살아 숨쉬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인피니티 워드의 콜 오브 듀티는 (그래픽에)발전이 없다.'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은 아마도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엔진으로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그래픽은 이 게임의 주요한 평가 요소가 아니다.
실제로 그래픽의 발전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게임의 그 어떤 씬에서도 프레임이 떨어지지 않는 것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콜 오브 듀티 답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스포일러를 할 수는 없으니 자세한 얘기는 못 하겠지만, 항상 블럭 버스터 영화와 비교를 당했던 모던 워페어의 시나리오와 대동소이하다.
딱 하나 스포일러를 하자면, 이 게임은 속편이 나올 것이다.
싱글 플레이는 전형적인 '인피니티 워드가 만든 콜 오브 듀티'였다. 이것만큼 정확한 평가가 더 있을까?
어떤 맛인지 느껴보고 싶으면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1편을 해보길 바란다.
2. 멀티 플레이
이 멀티 플레이의 변경점이 나로 하여금 이 리뷰를 쓰게 만들었다.
이건 정말 구제불능의 쓰레기...라고 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인피니티 워드가 만든 멀티 플레이어 게임과 외부 스튜디오가 만든 멀티 플레이어 게임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으며, 그리고 이 고스트의 멀티 플레이야말로 인피니티 워드제 멀티 플레이의 명맥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들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될 것이다.
(1) 전반적인 데미지의 강화
이제 피격 후 태세를 가다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체감적으로 많은 총기들의 데미지가 전작들보다 상향되었다.
만약 내 뒤에서 총기를 발사하는 소리가 들렸다면, 나는 두 번 째 발사음은 들을 수 없다.
소음기를 장착하여 데미지가 떨어진 뒤에도 역시 몇 발 안에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총기의 데미지가 상승한 것을 보정하려고 (2)번과 같은 처리를 한 듯 한데, 이것은 거대한 판단 착오이다.
(2) 조준 보정의 약화
현재 플레이 중인 XBOX 360 버전의 멀티 플레이에서는 조준 보정 기능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지금까지와 같이 가벼운 마음으로 콘솔용 멀티 플레이어 게임을 즐기던 많은 라이트 유저들은 고스트의 멀티 플레이를 접한 후 한 동안 헤매게 될 것이다.
이 느낌은 정말 엿같다. 이동 간 사격은 정말 안 맞는다. 그렇다 보니 움직이는 것보다는 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 더 안전하다.
그리고 이 단점은 다음 문제와 함께 극대화된다.
(3) 광활한 맵. 복잡한 구조
일부 맵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맵들이 3층짜리 복층 구조를 가지고 있다. 모든 맵이 3층 짜리 건물이라는 소리가 아니고, 이전 작품들에서는 맵의 일부분만이 아주 큰 고저차를 가지고 있었다면, 이번 고스트의 멀티 플레이어 레벨은 그런 고저차를 맵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다.
맵이 복잡해지다 보니 숨을 곳도 많아졌다. 상승된 총기 데미지, 캠핑을 장려하는 조준보정의 삭제, 광활한 맵.
많은 유저들이 복잡한 맵 한 군데에 숨어 캠핑을 한다.
빠르게 이동하며 교전지역이 수시로 바뀌는 것이 모던 워페어 시리즈의 멀티 플레이의 묘미였다면, 고스트에서는 그런 것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4) 플레이 타임이 길어짐.
맵이 넓고 플레이어들이 잘 움직이지 않다보니 10분이라는 플레이 타임 안에 75킬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경기는 10분을 초과하거나, 거의 수십초 남겨둔 상태에서 끝난다.
이건 정말 지루하다.
특히 60:30으로 지는 상황에서는 빨리 게임이 끝나기만을 바라는데 그것조차 여의치 않다.
(5) 퍽, 킬 스트릭의 변경
이 점에 대해서는 별로 논하고 싶지 않다.
다만 한 가지, 킬 스트릭에서 케어 패키지가 삭제되었고, 필드 오더라는 시스템으로 변경되었다.
필드 오더란, 퍼스트 블러드로 인해 죽은 플레이어의 시체 위에 가방 모양이 표시되는데, 이 가방을 획득하면 즉각적인 미션이 부여된다.(적의 배후에서 공격하여 사살하시오.(1명)과 같이)
그리고 이 필드 오더에 성공하면, 무작위의 킬 스트릭이 들어있는 케어 패키지를 받게 된다.
그런데 이 필드 오더를 성공시키기가 쉽지 않다.
필드 오더를 획득한 상태에서 죽으면 이 필드 오더를 떨어트린다.
결과적으로 케어 패키지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은 능숙한 플레이어 뿐이다.
이건 정말 엿같은 일이다.
(6)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가?
인피니티 워드의 개발자가 대거 이탈한 것은 모던 워페어 3가 발매되기 전이다. 따라서 인피니티 워드에 남은 인력들은 멀티 플레이의 개발을 외부 스튜디오에 위탁해야 했는데, 그것이 바로 레이븐 스튜디오.
이번 멀티 플레이는 모던 워페어 1~3으로 이어진 인피니티 워드만의 테이스트가 완전히 빠진 게임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인피니티 워드가 리스폰 스튜디오로 간 사람들을 모두 불러모으지 않는 한,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멀티 플레이어는 계속 이렇게 엿같을 것이다.
3. 총평
그렇지만 난 이 게임을 계속 해볼 것이다.
멀티 플레이어는 거지같지만 이런 데에 도전해서 능숙한 플레이어가 되는 것도 한 재미다.
그러나, 아직 구입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거 사지 말고 배틀필드 4를 사라'고 말해주고 싶다.
적어도 이번 싸움은 역사와 전통을 유지한 상태에서 개발한 배틀필드의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