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아닌 그냥 일상적인 우리집의 평범한 이야기
추운 겨울,
히키코모리의 삶을 추구하는 집사지만
배가 너무 고파 삼선 슬리퍼를 신고 편의점을 뛰어가
연어가 통으로 들어있다는 광고 문구에 혹해 집어온 '통 연어 마요'
통은 보이지 않고 쪼가리만 보인다.
사라진 통만큼 분노도 치밀어 올랐다.
맨밥을 우적우적 씹으며 다짐했다, 이 굴욕을 잊지 않겠노라고
그렇게 겨울을 버티고 봄이 올때쯤 너희들은 태어났다
태어날땐 넷이었지만 너희들은 곧 셋이 되었다
한 주먹도 안되는 너를 들고 병원을 다니며
별의별 검사를 다 해봤지만 너가 왜 아픈지 알 수가 없었다
강제로 너에게 우유를 먹이며 살아보라고
조금만 더 크고 살면 원인을 알아내 내가 고쳐주마라고 약속했지만
넌 삼주를 넘기지 않고 가버렸지
지금도 곰곰히 생각해본다,
내가 뭘 놓친걸까
무엇을 해야 네가 살 수 있었을까
너무 짧았던 네 삶을 생각하면 그저 서럽기만 하다
다행스럽게도 남은 너희들은 잘 자라주고 있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잘 자라주고 있단 말이지
저녁에 잠 들고 아침에 일어나면 커져 있을 정도로
그나저나 니들 아버지는 왜 저렇게 항상 피곤해하는걸까?
집에서 먹고 자는 일이 일상이면서
꼭 일주일 철야 뛰고 온 우리들 아버지처럼 말이다
니들 만드는 일이 심히 힘들었나보다
그래, 니들 만든 일이 너무 장해서
9만원짜리 고양이 전용 침대를 사줬다
니들 아버지 침대 9만원
내가 쓰는 침대 매트리스도 9만원
나의 여왕님
여왕님답게 만져주세요, 긁어주세요 따윈 없다
"긁어"
동영상에 나오는 만져주세욥~하는 고양이도 나에겐 사치다
여왕님 덕분에 나의 M기질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여왕님에게 명령받는걸 이리 좋아하는걸 보니
어쩌면 누가 때려주면 꽤나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한다
창문을 열어줄 수 있는 때가 오고 있다
전봇대 위 새를 보는게 큰 낙인데
창문을 열 수 없어 티비로 대리만족을 해야 했던
너희들에게는 꽤나 기쁜 일이지
그리고 아기고들은 잡초처럼 커가고 있다
좋은거 사줘도 왜 박스만 보면 환장하는지
집사 인생 거진 10년이 다되어가도 항상 의문이다
이모 삼촌들에게 인사 좀 해보랬더니
건방지다 뒷발
하지만 분명 이모 삼촌들은 그 건방진 뒷발의 젤리를 보며 환호하겠지
이제 슬슬 어른고 사료도 탐낸다
사료 알갱이가 커서 한개 먹으면 입에 꽉 찰텐데 고집스런 녀석들-_-
그나저나 밥상머리 예절은 국 끓여먹었냐
니 애미가 그렇게 가르치디?
이눔 어디 어른 밥상에 발을!!
하니
나는 몰라요, 나는 죽었어요
라고 반격을 한다.
이길 수가 없다...거의 절대 반격 수준이다.
배방구 백번 하는 걸로 쌤쌤치자.
요즘 한참 정의감이 넘치는지
내 발만 보면 쫒아와서 아킬레스건을 물어댄다
그래, 너희는 용사고 난 공주를 납치한 마왕이다 ㅋ
내 유일한 안식처인 침대
너네들이 내 아킬레스건을 노리면
냉큼 침대로 올라와 너희를 놀리지
여긴 너희들이 아직 올라올 수 없는 유일한 내 안식처이니까
분하다고? 분하면 더 자라던가
라고 한게 한시간 전이었는데....
겨드랑이가 뜨끈뜨끈해 눈을 떠보니 이게 무슨....
"할머니 할머니, 이 폭신폭신한 것은 무엇인가요?"
"아기고야 사랑스런 아기고야, 네가 뜯고 있는 그건 베개란다"
"할머니 할머니, 이 동글동글한 것은 무엇인가요?"
"아기고야 사랑스런 아기고야, 네가 물고 있는 그건 할머니 발가락란다"
"할머니 할머니, 이 말랑말랑한 것은 무엇인가요?"
"아기고야!!!!!! 망할 아기고야!!!!!!!!!! 네가 씹고 있는 그건 할머니 겨드랑이 살이란다!!!!!!!!!!!!!!!!"
여름이 오고 있다. 그리고 너희들은 자라고 있다.
잡초처럼....미친 앙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