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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252727
    작성자 : 익명ZWNmZ
    추천 : 5
    조회수 : 356
    IP : ZWNmZ (변조아이피)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4/11/07 06:41:47
    http://todayhumor.com/?gomin_1252727 모바일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을래요
    일단 두서없는 속풀이가 될거 같아요.
    익명의 힘에 잠시나마 오유에 의존하고 싶어서 씁니다.
    그냥 저에 대한 이야기이자 고민 그리고 다짐입니다.

    중학교때까진 평범한 아이들 중 하나였는데,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봄이 다 끝나갈때쯤 전 혼자가
    되었어요. 불쌍한척은 싫으니 말하자면, 그 나이대의
    허영과 허언이 문제였던거 같네요.
    3년간 쭉 혼자였는데, 2년째엔 그냥 무덤덤해지며
    오히려 누가 다가오는게 싫었습니다.
    왕따치곤 폭력같은걸 당하지도 않았고 그냥 자연스레
    혼자여서 그런가 혼자 할 수 있는게 많아졌고 소풍때
    밥도 혼자 당당히 잘 먹었어요. 
    절대 내 자신이 초라하다고 생각치 않았어요.

    그러나 이 생활이 저에게 정말 안 좋은걸 줬어요.
    혼자 폰을 붙들고 전화하는척 하거나 가상 친구를 만드는
    등, 즉 자존감이 바닥을 친거죠. 
    친구가 생긴 대학생때도, 불과 얼마 전까지도 저는
    그렇게 살았어요. 스스로에 만족하지 못하고 노력은
    커녕 내가 만든 세계에 빠져 헛된 상상만 하면서.
    제 주변에선 눈치 챘을거에요. 

    저는 20년 넘도록 스스로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준적도
    없었고 왜 내가 실패하는지에 대해서도 스스로와 
    대화해보려 하지 않았어요.
    불과 몇달전까지도 스스로를 내팽겨치고 가상의 세계를
    제 안에서 부풀리며 한순간만 만족하다 다시 허무해지는걸 반복했고, 10년가까이 열등감과 피해의식 속에서
    살았습니다. 이걸 쓰면서도 정말 나한테 미안하네요.

    3월 즈음, 다이어트를 다짐함과 동시에 저 자신을 
    바꾸고 싶단 생각이 들어 자기계발서 책을 그대로
    따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책에서 자신감 관련 문구를 써놓고 매일 10번씩
    복창하라고 해서 문구까진 썼는데 도저히 말로 안나오더군요. 그 날의 두려움은 지금도 기억합니다.
    결국 전 부모님 앞에서 울며 하소연했고 다행히도 
    부모님은 절 격려해줬습니다. 덕분에 전 몇 달 뒤엔
    동생의 장난 몰카 앞에서도 그 문구들을 익살스레 
    읽을 정도가 되었죠.
    다이어트도 제법 성공해서 주변의 놀라움을 샀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몇번의 위기가 있었는데, 그 때마다 
    안정 기법을 쓰는등 하여 위기를 넘겼던거 같아요.
    그래서 전 제가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어요.
    예전처럼 남들이 무조건 나보다 잘났다가 아닌, 그들의 노력을 알게되며 노력의 가치를 깨달았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단 생각도 거의 안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잘 안 변한다고 하잖아요.
    얼마 전부터 다시 예전의 피해의식과 자기 학대성
    발언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다이어트와도 거리가
    멀어지게 되더군요. 
    그래서 또 저를 포기할 지경까지 갔던거 같아요.

    근데 오늘 문득 든 생각이 있었어요.
    내가 다이어트에 실패해서 속상해할게 아니라
    내가 나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는것, 스스로와 교류를
    하지 않으려는 것에 속상해야 하는게 맞지 않나?
    내가 뚱뚱했을때 스스로를 위해 끊임없이 뭔갈 
    했다면 나는 내가 뚱뚱했어도 날 좋아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내가 자꾸 나를 놓게되는건 아마 내 맘속 깊이
    있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아닐까? 

    아직 저는 실패한것도 아닌데 스스로를 여전히 믿지 
    못하고 두려워했던거 같아요. 
    넌 절대 바뀔수 없어. 넌 10년가까이 자존감이 
    없었는데 그게 쉽게 되겠어? 이런 생각들.
    근데 전 진짜 실패한게 아니에요. 아직 절반도
    안 왔는데 모든게 끝난거 마냥 돌아가려 했던거에요.

    사실 전 여기 오기까지 저를 돌보지 않은만큼 주변에도
    서툴어서 친구도 잃었고 가족에게도 제대로 해준게
    없어요. 
    근데 이젠 그러기 싫어요. 
    다가오지도 않은 실패를 생각하며 스스로의 가능성을
    단정짓고 불신하며 열등감과 피해의식 속에 살기엔
    제 자신이 너무 아깝습니다.

    스스로를 믿겠어요. 
    제가 아니면 누가 절 믿나요.
    저는 사실 그 누구보다도 저와 소통하고 싶어했고 
    그런만큼 스스로 맘만 먹으면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낼 수 있다는것도, 그걸 정말 지켜내고 싶다는걸
    이제서야 알았어요.
    일기장에나 쓸 내용이지만 단 한 분이라도 정말 
    좋으니 격려를 들으면 더 힘이 날거같아서 여기 써요.

    나중에 이런 제 간절함이 어느 정도 이뤄졌을때
    김제동씨처럼 강연을 하며 사람들을 돕고 싶은게 
    제 꿈입니다. 
    자랑같은 강연이 아니라 진짜 희망을 주고 싶어요.
    허상 속에서 자존감 대신 열등감과 피해의식을
    키우며 살았던 저도 이 정도로 노력할 수 있으니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읽어 주신것만으로도 감사해요.
    그냥 더 이상 겁내고 싶지 않은데 괜히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떨쳐지지 않는단 이유로 오유에 큰 짐덩이를
    배출했네요. 
    짐덩이를 배출했으니 단호한 결의를 다지며 또 
    싸우겠습니다. 그 동안 무관심과 열등감, 피해의식
    등으로 상처받았을 저 자신에게 미안함과 애정을 
    가지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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