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어는 생략하고 쓰겠습니다.
난민 아재 아... 아닙니다..
대선이 있던 날, 얼마나 추웠는지 기억이 난다.
부산은 겨울이 그닥 춥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영하 7도를 넘나들던 그 날씨에 투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파트 화단에서 고양이를 만났다.
지금 생각하면 어미를 더 기다리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생각을 하지만 고양이에 대한 이런 저런 지식이 없던 집사도 아닌 그냥 평범한 아저씨가 뭘 알았을꼬..
몇 십분을 지켜보다 어미가 돌아오지 않자 이 날씨에 아이가 얼어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단 덜렁 주워들고 들어왔다.
경비 아저씨는 옛날 분이신지라 "그래, 우유 주면 살끼야." 하셨지만.. 내가 이 녀석을 잘 키울 수 있을거란 생각보단 걱정이 앞섰다.
실제 녀석의 크기였다. 난감했다.
동물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서둘러 집을 나섰지만 평소 관심도 없던 동물 병원이 생각이 날 리가 있나..
바로 아파트 앞에 있는 동물병원을 두고 멀리까지 가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고양이의 암수 구분도 못하고, 저 정도 크기의 고양이가 한달은 되었을거라고 이야기를 하는 의사의 말을 믿고 챙겨준
분유와 젖병 그리고 포도당을 들고 집으로 왔다.
검사비만 13만원.
-이렇게 먹이면 안됩니다. 그 땐 몰랐어요. 처음 이렇게 먹인 이후로는 제대로 먹였습니다.-
고양이 커뮤니티들은 가입하고 승인이 나는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려서 급한대로 DC에 갔었다.
갤러들이 고양이 잘 보는 병원을 검색해 보고 가라고 해서 다음날 다시 고양이를 잘 본다는 처음 갔던 병원 맞은편에 있는 작은 병원으로 갔다.
숫컷, 생후 10일 추정,
그렇게 녀석과 나는 같이 살기 시작했다.
A4 박스에 패트병에 더운 물을 넣고 수건으로 말아 따뜻하게 해주고, 박스 아래는 최대한 푹신하게 해 주었다.
윗부분을 수건으로 덮어 어둡게 해 주었다.
혹시라도 녀석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봐 한시간에 대여섯번은 수건을 열고 녀석을 살폈다.
녀석이 안정을 찾아가는 것이 보였다.
분유 먹이는 것에는 요령이 생겼으나 배변 유도는 잼병이었다.
항상 소변만 보고 대변은 보지 않는 녀석이 걱정이 되어 며칠만에 다시 병원에 갔다.
진단을 하신 선생님들이 일단 관장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셔서 저 조그맣던 녀석이 관장을 했다. 일단 속에 찬 것이 빠져나와서 인지 편해 보이긴 했다.
이후로는 분유 잘 먹고, 소변은 씩씩하게 보면서 점점 고양이처럼 변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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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열어보면 이렇게 자고 있고..
한참 솜털이 자라서 이렇게도 자고 있고,
처음에는 궁금했다. 왜 고양이가 사람처럼 등을 데고 누워 자는지..
초보 집사의 질문에 '자기가 안전하다고 생각되면 저렇게 잔다'는 선배 집사들의 답글이 달렸다.
왠지 흐믓했다.
어서 녀석이 이 박스 안을 나와서 움직였으면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여전히 녀석은 먹고 - 싸고 - 자고만을 반복했다.
슬슬 귀도 생기고 고양이처럼 되어가는 녀석의 모습을 보며 나는 녀석이 참 못났다고 생각했다.
어디 캐터리나 품종이 있는 고양이들에 비하면 말 그대로 똥고양이, 길고양이라고 생각을 했었고 그래도 내랑 같이 사는 고양이니 나는 이 고양이를 좋아해야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양이는 사랑 받는 만큼 예뻐진다.
그렇다.
아무렇게나 만들어줘도 정말 이쁘게 잘 써주는 착하고 이쁜 고양이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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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뒷편은 나중에 또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