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백마 탄 백수
작가 : 이대리 ([email protected])
팬카페 :
11편 재방송 으아앗! 죽은 거 아냐?? 미치겠다! 미치겠어!!
콩닥콩닥 뛰던 심장에 가속도가 붙어 진동모드로 돌입하는 순간이다.
신이시여! 왜 저에게 행복과 불행을 종합선물세트로 주시는 겁니까!!
그 넘의 몸을 흔들며 고함을 질러댔다.
『빨리 일어나! 빨리 안 일어나요!!』
『.....』
『아저씨~! 제가 잘못했어요! 일어나세요! 제발 일어나 주세
요! 아저씨~ 흑흑!!』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몰라 조마조마 하고 있는데 저 밑에서 호루라기를 불며 부랴부랴 달려오는 방범대원아저씨가 보였다.
허걱~! 돗댔다!!
그 동안 수 없는 위기를 경험해봤지만 이번 건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다.
위기모면에 노장으로 노련함을 자랑하던 내가 결국 이렇게 누명을 쓰고서 대박인생의 쉼표를 찍게 생겼구나.
『아저씨~! 빨리 일어 나봐요! 제발 요!!』
있는 힘을 다해 그의 몸을 마구 흔들어 대봤지만 죽은 시체처럼 미동도 없고 숨도 쉬질 않는다.
으아아~! 이젠 복권이고 뭐고 모든 게 끝장이다! 국가의 러브콜 받는 일만 남았구나! 아~ 저주의 운명이여~!
내 심장박동 소리와 비례해 방범아저씨의 호루라기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오자 갑자기 그 날치기범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벌떡 일어난다.
오잉?
『아, 아저씨...』
놀란 토끼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데 그는 놀란 왕개구리 눈으로 뛰어올라오는 방범대원의 모습을 보더니 순식간에 일어나 반대 길로 잽싸게 달아난다.
허걱~! 뭐야?
쇼였구나!
저 개같을 넘! 손에 칼만 있었으면 쫓아가서 찔러버렸을 거다.
아후~! 열 받아!!
방범대원이 방망이를 들고 허겁지겁 달려오더니 나의 몸을 살피며 말한다.
『다친 곳은 없습니까?』
『헥헥, 없어요.』
『정말 훌륭한 일을 하셨습니다. 이럴 게 아니라 같이 경찰서로 가서 상이라도 받읍시다.』
『헥헥, 핸드백 찾았으니 됐어요.』
방범대원의 호의를 무시하고 지갑을 털기 위해 으쓱한 골목길로 대피했다.
휴~ 백년 감수했네. 개보다 못한 넘! 나중에 지나치다 만나면 반 죽여버릴 테다.
잠깐, 비록 그 날치기범 때문에 작전이 빗나가긴 했지만 어떻게 보면 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그녀의 집에서 눈치보며 터는 것보다 아무도 없는 으쓱한 골목에서 터는 것이 더 안전하니까.
개보다 못한 넘은 아니었구나. 개같은 넘으로 해주자. 아니, 개보다 더한 넘으로 해주자.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잽싸게 핸드백을 여니 검정색 지갑이 보였다.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감동의 도가니탕을 맛보게 될 순간이다.
가슴속 10m 깊이에서 '행복'이란 두 글자의 감정에 대가리가 꿈틀꿈틀 치솟아 오르며 지갑을 꺼내는 순간, 끝없이 펼쳐진 바다 지평선에 떠오르고 있는 거대한 선박처럼 언덕 밑에서 흔들거리며 휘황찬란하게 떠오르는 그녀의 대굴통이 보였다.
『야~! 한대수! 잡았냐~?』
신발~!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구나!
왜 이렇게 기회를 안 주냐. 정말 철저한 압박수비다.
『응~ 찾았어~!』
지독스러운 뇬!
숨을 헐떡거리며 바로 앞까지 달려오더니 의심스런 눈초리로 내 동태를 살핀다.
『허허, 뭐하고 있던 거야?』
뭐하고 있긴! 지갑 털고 있던 거지!
우수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빠진 거 없나 살펴보고 있었어.』
『뭐가 빠졌는지 니가 어떻게 알아. 이리 줘.』
그러면서 핸드백을 가로채간다.
신발! 목숨걸고 찾았는데 이렇게 쉽게 빼앗기다니! 허무하다! 허무해!!
『그 쓰댕은!』
『도망갔다.』
『씨퐁~ 술이 확 깨네! 근데 너 정말 대단하다. 날치기를 잡다니 말야.』
그럼, 10억 들고튀는데 오사마빈라덴이라도 못 잡을까!
『난 불의를 보곤 절대 못 사는 성미다.』
『칫~! 아무튼 핸드백 찾아줬으니 오늘 숙박은 무료로 해준다.』
쪼잔한 뇬! 10억 찾아줬더니 겨우 10만원 내주는 꼴이구나.
맘대로 해라. 어차피 그 10억도 내 손에 들어오게 될 테니.
『잠깐!』
그녀가 걸음을 멈추며 고개를 내 쪽으로 쓰윽 돌린다.
『왜?』
『술도 다 깬 것 같은데 집으로 가지 그래?』
허걱~!
『아이~ 왜 그래~ 나 이 시간에 들어가면 문도 안 열어 준단 말야.』
『뭔가 좀 수상한데. 알았어. 약속은 약속이니까. 가자!』
휴~ 다음 작전도 미수로 그칠 뻔했네.
이번 작전에선 기필코 찾아내자!
뒤에서 누군가 미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그녀의 집에 도착했다.
정말 웃긴 상황의 연출이다. 납치장소에 납치범과 인질이 같이 하룻밤 묵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곳에 다시 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지만, 그녀와 단둘이 있다는 점에 심장이 제 박동 수를 유지했다.
그냥 모르는 척 하고 오늘 확 덮쳐볼까?
미칠넘! 거사를 앞두고 애정행각이나 펼칠 생각을 하다니.
『불쌍해서 재워주는 거니까 야리꾸리한 생각하지 마라!』
웁스! 예리한 뇬!
『걱정 마라! 니 밀크박스에서 딸기우유 나와도 그런 생각 안 한다!』
『쓰댕이 죽을려고!』
『말이 그렇다는 거지. 식칼은 왜 들어?』
『잠이나 자련다.』
무서운 뇬!
그녀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침대 위에 大자로 뻗어버렸고 난 거실에서 그녀가 잠들 때까지 코를 골면서 자는 척 했다.
앗! 드디어 잠든 것 같다.
슬그머니 일어나서 다음 작전으로 돌입했다.
작전 명! 숨어있는 1인치를 찾아라!!
그녀의 방에 검은고양이 네로처럼 사뿐사뿐
침입해 지갑을 들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조용히 문턱을 넘어 뒤뚱뒤뚱
거실로 나왔다.
잽싸게 화장실로 들어가 지갑 속 내용물들을 하나씩 들춰내며 변기통 위에 올렸다.
근데 지갑까지 훌훌 털어 봤지만 로또복권은 보이질 않고 프로덕션 명함들로만 가득하다.
갑자기 한숨의 강풍이 일더니 심장 깊숙이 싸늘함이 느껴진다.
신발! 지갑 속에 없다면 어디에 있는 거냐!
막막한 심정으로 변기통에 팔을 올린 채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데 명함들 사이에 빛나고 있는 주민등록증이 보였다.
김유나. 800603-xxxxxxx
으잉? 80년생?
나보다 한 살 어리잖아!
잠깐, 정보라가 아니라 김유나?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긴 생 머리에 뽀얗고 갸름한 얼굴이 그녀와 붕어빵이었다.
동생이 있었나?
아니, 성이 다르니까 동생은 아니구나.
그럼 사촌동생인가? 사촌동생이랑도 이렇게 닮을 수가 있나?
근데, 어디서 들어본 이름에다 한번쯤 봤던 얼굴 같은데...
미칠넘! 지금 이런 쓸데없는 생각이나 펼칠 때냐!
내용물들을 잽싸게 지갑 안에 처넣고 그녀의 방에 다시 갖다 두었다.
그녀의 거친 호흡소리를 들으며 방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을 낱낱이 파헤쳐 보았다.
그러나 침대 밑부터 시작해서 서랍, 저금통, 옷장, 책, 앨범 등 눈에 보이는 건 모조리 다 뒤져봤지만 복권은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았다.
이번엔 거실로 튀어 나와 신발장부터 시작해서 싱크대, 냉장고, 정수기, 휴지통, 가스렌지 순으로 샅샅이 뒤져봤지만 끝내 복권은 보이질 않았다.
으아악! 미치겠다! 도대체 복권은 어디 있는 거냐!
지금까지 밑 빠진 독에 물 붓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울화병으로 쓰러질 것 같다.
잠깐, 그녀가 머무는 곳이 이 집 말고 또 한곳이 있구나.
스포츠센터!
그래, 혹시나 탈의실 락카에 넣어뒀던 옷에서 빠졌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아니, 그럴 가능성이 높다. 분명 치마 주머니에 그 복권을 넣었을 테고 치마 주머니의 깊이가 얕아 락카에 옷을 구겨 넣을 때 종이가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죽어가던 희망이 다시 펄펄 끓기 시작한다.
그 동안 끓었다 식었다를 수 차례 반복했던 희망이지만, 이번엔 끝까지 펄펄 끓어서 수증기가 승천하는 현상을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근데, 거길 어떻게 확인 하냐?
머리를 박박 긁어대며 아이디어발굴 작업을 하고 있는데 사선으로 새하얗게 떨어지는 비듬이 방바닥에 1mm가량 소복소복 쌓이자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 작전은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온 훌륭한 작전이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어떻게?
호랑이 소굴로 들어가야지!
황급히 그녀의 집에서 빠져 나와 미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웅~ 여부세여~』
『미래야!』
『아웅~ 왜~?』
『스포츠센터 직원 구한다고 했지!』
『싫다면서?』
『싫긴! 내 코가 석자인데 상황 따지게 생겼냐?』
『우앙~ 오빠 드디어 맘 잡았구나?』
『나 내일부터 출근한다!!』
컷~!
나누어 줄수록 더욱 풍요로운 따뜻한 말 한마디가 용기를 주고 사랑을 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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