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미숙아다. 2014년 6월에 태어난 아기는 이제 20개월에 접어들었다. 막 태어났을 때는 2.07kg. 보통의 생수병 정도의 무게에 크기는 그것보다도 더 작은 아기였다. 33주 3일째 되던 날(인간의 아기는 만 40주에서 며칠 정도 빠지고 더하는 것을 정상 분만이라고 본다) 아 이제는 배가 나오는 것 뿐 아니라 소변을 보는 것도 자율적으로 안되는 구나 생각했지만 그것도 잠시 뿐. 이건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직관적인 판단으로 다니던 병원에 갔더니 바로 대학병원으로 옮겨 주었다. 양수가 터졌다는 게 그것이었다.
입원하려고 하니 6인실은 전혀 자리가 없고, 2인실이 하나 있는데 다른 산모가 출산을 바로 앞두고 있는 중이라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 있을거란다. 1인실은 있는데, 지금은 위험한 시기이고 최대한 아기가 늦게 나오도록 안정을 취해야 하는 시기이니 1인실에 입원하는 걸 권했다. 지나고 보니 그건 병원에서 비싼 입원실을 판매하려고 한 전략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때는 전문 의료인들이니 영업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고 권하는대로 1인실에 입원했다.
그리고 들은 말. 여기도 자궁시원찮은 여자들이 많이 오는가보구나.
그리고 입원해서 일주일 즈음 지날 무렵, 아기가 태어났다. 생수병보다도 작은, 생수병 무게의 아기가. 아기는 무럭무럭 자랐으면 좋았겠지만 몸무게도 쉽게 늘지 않았고, 미숙아였던 이유 탓인지 황달도 왔다. 신생아 황달은 정상분만을 한 경우에는 조리원에 있을 때 발견되곤 해서 엄마들의 애를 태우곤 하는데, 내 아기는 애초에 인큐베이터에서 지냈기 때문에 늘 즉각적인 검사와 전문의료인들의 돌봄 덕분에 금세 알 수 있어서 한동안 광선치료를 받느라 선글라스 간지를 뽐내며 인큐베이터 안에 누워 있었다. 만 13일이 되던 날 아기는 겨우 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집으로 돌아올 때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긴장하며 운전했다. 여리디 여린 작은 아기. 내가 세상에 태어나게 만든 작은 생명이 혹시라도 불편할까 싶어서. 만 13일이었으니 2주는 안되었다 생각해서 왠지 모르게 기뻤다. 2주는 입원해있을 줄 알았는데 오늘 퇴원했어요 라고 이야기하니 아니야, 오늘이 딱 2주지. 2주 만에 퇴원하는 거란다 라는 답을 들었다. 내 계산이 맞는 건지 그 분 계산이 맞는건지.. 그 분의 계산이 맞는 걸수도 있겠지만 그냥 나는 2주 넘게 아기를 집에 못데려올 줄 알았는데 오늘 데려올 수 있어서 기쁘다는 그런 의미로 이야기한 거였다. 근데, 아니야. 오늘이 딱 2주지. 네 그렇군요. 오늘이 2주군요. 2주 채웠네요.
집에 돌아온 후 아기는 무럭무럭 잘 자라주고 있다. 몸무게는 먹는 것에 비해 많이 늘지 않지만 키도 잘 크고, 지시 따르기, 지시하지 않은 행동도 반복적으로 학습되거나 칭찬이라는 정적 강화를 통해 단한번에 학습되기도 한다. 주로 대근육 활동을 좋아해서 종일 잡으러 다니느라 어미는 허리가 나갈 것 같고, 아비도 쉬는 날인데 쉬지를 못하니... 모드이지만 어미 아비 누구와의 애착도 문제 없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소근육 활동 중에는 주로 펜을 쥐고 낙서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온 집안 여기저기 다 낙서 투성이지만 지우자고 물티슈를 건네면 제 딴엔 지우겠다고 어미를 도와 벽을 문지르기도 하고.. 다만 말은 느리다고 또 그분이 말씀하신다. 빠르지 않은건 어미인 나도 알고 있지만 나는 첫아이이기 때문에 이 아이가 얼마나 느린지 빠른지 알 길이 없다. 지금 하는 말은 엄마, 아빠, 빠빠, 맘마, 물, 여보세요 정도인데 여보세요 만은 언제나 확실한 상황에서 발화하지만 다른 말은 아무때나 던지기도 하고 감탄사처럼 나오기도 하니까. 표현언어가 좀 늦은 편이라는 인식은 하고 있지만 수용언어는 또래 수준은 충분히 된다고 생각해서(2가지 이상의 지시를 한번에 전달해도 수행 가능하다. 이를테면, 기저귀 버리고 문 닫고와 라든가, 간식접시 싱크대에 넣고 안방 문 닫아 같은 것) 걱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내 아이와 남의 아이를 비교하면서 내 아이는 미숙아이기 때문에 느리다고 이야기하는 걸까.
딱 내 아이의 첫번째 생일에 태어난 남의집 아이가 일찌감치 옹알이를 시작한 것이, 내 아이가 말이 느린 것과 비교해서 그렇게나 대단한 일인걸까. 그것도 그 아이 댁에 내 아이는 미숙아라서 느리다고 이야기했다, 고 왜 나에게 이야기 하는 걸까. 조산을 해서 애가 느리다, 애가 미숙아니까 느려서 아직 말도 못한다고 그 집에 이야기 했다는 말을 왜 나한테 하는 건지 전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오기가 나서, 제 아이는 조산아니까 느린 거고, 그댁 아이가 참 빠르네요. 똑똑하겠어요. 했더니 암만, 달 채워 나온 애기랑 같나
뭐지 이거. 싸워야 하는건가.
아기의 아비된 자는 지금도 인큐베이터에 있을 때 사진을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프니 보기 싫다고 한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으니 태어날 때 좀 고생했던 건 그냥 기억하고 싶지도 않단다. 그래서 아기의 부모된 우리 부부는 그저 아기가 잘 자라고 건강하고 즐겁게 늘 해피해피한 아기인 것만으로도 너무나 고맙고 기특하다.
내 아이는 미숙아다. 그래서 인큐베이터 치료도 받았고, 지금도 늘 불안해하며 아이 발달을 지켜 보는 부모다. 빨리 나왔으니 늦은 거라고 태연한 척 하지만, 태연하지 않다. 얼마나 어떻게 늦은 건지 늘 불안해하고, 혹시라도 아이에게 늦게 발견되는 장애가 있지는 않을까 불안하다. 걸음마도 늦었기에 걸을 때 까치발을 들면 그것도 불안하다. 운동발달지체 아동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기도 하고, 심한 경우는 근단축이 와서 근육을 저며 늘려주는 수술까지 한 예도 여럿 보았으니까.
아이는 그런 소리를 듣고 와서도 마냥 눈부시게 웃으며 내 품에 안겨들고 서로 코를 부비는 코뽀뽀를 하자며 안고 얼굴을 잡곤 부비는데..
일반, 정상의 기준에 혹시 벗어나는 아이일지라도 내 아이는 오로지 내 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너무나 소중하고 가슴아플정도로 아름다운 어여쁜 아기인데.
지금까지의 발달로는 그리 늦지도 않고 모든 면에서 평균은 따라가고 있으니 기특하다고 태어난 병원에서 4개월마다 진단도 받았는데.
미숙아라서 그런다. 조산했으니 그런다. 달 채우고 나온 아기랑 같겠니.
이런 말을 그냥 들어도 가슴쓰린데, 굳이 동네의 다른 댁 아기를 보며 그댁에 가셔서 그렇게 말씀하셨다 하시니.. 나쁜 뜻이 있는 게 아니라는건 알지만 그집은 우리 천사같은 아기가 미숙아라 모든게 다 마냥 느리고 부족한 아기인줄 알겠구나 싶다.
뭐라도 조금이라도 다르고 느리면 몇날 며칠 공부하고 혹시 내가 눈치채지 못하는게 있는건가 마음졸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