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동생은 세상 가는대로 산다는 제 친구와는 다르게, 공부에 뜻이 있어서 매일 집에서 가장 먼저 나가는데요.
친구 말로는 그 시간에 같은 버스 타고 등교하는 고2 남학생이 참 잘생겼다고 하네요.
하여튼 평소에 아침 일찍 밥 대충 먹고 방에서 화장하다가 버스 시간에 맞춰서 뛰쳐나가다보니까.
걔네 부모님은 애가 화장을 하는지 몰랐다나봐요.
거기다가 영악하게도 화장품 택배도 제 친구 이름으로 받았고요.
그러다 원래는 수능날이었을 목요일 아침에 제 친구는 조별과제 때문에 학교 일찍 가려다가
마침 같은 타이밍에 독서실 가려고 나온 동생 놀리고 있었는데요.
(앞의 그 남학생이 그 독서실에 거의 매일 나온다네요.)
근데 그 때 부모님께 딱 걸렸다네요.
엄마가 동생 얼굴 훑어보더니, 한숨 푹 쉬시고는 첫째는 학교 가고 막내는 안방으로 들어오라고 하셔서, 제 친구는 얼른 도망치고.
저녁에 집에 와서 동생 위로해주려고 방으로 처들어갔더니,
애가 침대 위에 새거 티 팍팍 나는 화장품을 이것저것 늘여놓고 신나서 펴바르고 있었데요ㅋㅋㅋ
알고보니 거하게 한숨쉬셨던 이유가요.
첫째는 적당히 잘 어울리게 하고 다니는데, 막내 딸래미는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 화장을 하고 있어서라네요ㅋㅋㅋ
(친구 동생은 진성 갈웜딥인데, 여쿨 라이트 색조를 애용한다던...)
그래서 집에서 막내 화장품 뒤져보니, 죄다 애들 사이에 유행하는 로드샵 색조 아니면 어머니께서는 전혀 들어보지 못하셨다는 싼 브랜드라는 거에요.
마침 세일 기간이니, 그날 아침 로드샵 오픈 시간에 가서 어울리는 화장품으로 십몇만원 어치 사주셨데요.
그리고 안어울리는 건 미련도 갖지 말라며 죄다 처분하시고요.
친구가 자기는 왜 아무것도 안사주냐고 엄마한테 징징댔더니,
이럴 줄 알고 니 것도 사왔다. 이 기지배야. 이러시면서, 포장도 안뜯은 맥 칠리랑 로라 메르시에 섀도우 3개 던져주셨데요.
그리고 성인도 안된 동생 벌써부터 백화점 화장품 맛 들면 안되니, 절대 쓰게 하지 말라고 경고하셨다네요ㅋㅋㅋ
근데 이 와중에 친구네 어머니께서 던져주신 화장품이,
친구가 원래 쓰던 화장품보다 색 조합이 훨씬 잘 어울려서요.
친구가 다음부터 화장품 살 때는 엄마 끌고 가서 살 거래요ㅋㅋㅋ
+) 덤으로 친구가 쟁여둔 기초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홈페이지 정가 만큼의 돈이 있었데요.
죄다 동생 방으로 사라지고, 어머니께서 딱 그 만큼 현금을 두고 가신...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