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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wedlock_12483
    작성자 : 스카라라
    추천 : 31
    조회수 : 11035
    IP : 125.130.***.196
    댓글 : 11개
    등록시간 : 2018/08/21 17:24:45
    http://todayhumor.com/?wedlock_12483 모바일
    결혼...결혼생활

    친구가 꽃다운 나이에 결혼을 했었어요
    너무너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며
    이사람과 함께라면 평생 행복하게 살 것 같다며
    예쁘고 똑똑하고 눈부시게 빛나던 친구는
    결혼생활 칠년만에 이혼하고 싶다며
    수화기 너머로 흐느꼈어요

    얼마전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대학시절 친하게 지냈던 다른 친구를 만났어요
    결혼생활 오년째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줄로 믿었었는데
    속내를 털어놓으며 눈물을 보이는 친구의 말
    이런건줄 알았다면 그냥 혼자 살걸...

    결혼이 이런건줄 알았다면
    그냥 혼자 살걸
    다음 삶이 있다면 절대 결혼 안해

    제 주변 5~10년차 유부친구들이
    한결같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
    그리고 저역시...ㅎㅎ

    그런데 이상한 건
    그런 저와 제 친구들의 남편들이
    하나같이 참 좋은 사람들이라는 거예요
    사람좋고, 온화하고, 성실하고, 착하고...
    바람이나 폭력같은 사유라면
    진작에 이혼들 하고도 남았겠지만
    어떻게 갈등도 다 하나같이
    육아, 집안일, 시댁, 술이나 친구..

    아니 밖에서 보면 나무랄데 없이 참 좋은 사람인데
    연애할때도 안그랬는데
    결혼하고 부대끼며 살다보니
    이사람이 내가 알던 그사람이 맞나 싶고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사상과 잣대를 들이대질 않나

    더 신기한 건
    친구들이랑 남편 토크하다보면
    경악을 금치 못해요
    어머어머 니남편도 그렇게 말했어??
    세상에 우리남편 하는거랑 똑같네
    서로서로 니남편 내가 복사해온줄 알았다,
    아니 남편들 어디가서 단체로 교육받고 온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ㅋㅋ 남편들의 행태(?)가 비슷한 건 대체 무엇...

    이래서 기혼과 미혼의 공감대가 달라지나봐요
    남자친구와 남편은 너무나도 다른 존재...
    거의 다른 차원 수준의 그 무엇...ㅋ

    저는 겨우 결혼생활 2년차
    아기 하나 있는 꼬꼬마 유부녀이지만...
    아기 돌때쯤 터진 남편과의 갈등으로
    (남편의 가부장적인 마인드와 이해할수 없는 언사들)
    거의 혼자 미치고 팔짝 뛰다가...
    최근 좀 나아지고 있는 중이에요
    그 이유가...남편이 너무 힘들고 바빠서...
    진짜 너무 밉다가도
    처자식 먹여 살리겠다고 살이 쭉쭉 빠져가며
    아침일찍 나가서 밤늦게 들어오고
    주말도 없이 사는 사람 보면서
    결국 또 안쓰럽고...
    긴말 안섞고 챙겨주기만 하며 살다보니
    또 크게 부딪힐 일도 없고...
    남편하고 언쟁을 안하니
    또 마음 편히 살아지고 그러네요

    이런게 결혼생활인가봐요
    죽도록 밉다가도 결국 또 유야무야 지나가고...
    하지만 기회가 되면 또 죽도록 싸우겠죠
    내마음에도 그의 마음에도
    풀리지 않는 응어리는 남아있으니

    이혼하고 싶다던 제 친구가 한말 중에
    자기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결혼을 한 줄 알았다고
    그런데 아니었다고 이렇게 가슴을 치며 울게 될 줄 몰랐다고
    그 말에 저도 눈물이 울컥했네요

    저도 제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인 줄 알았어요
    내남편 세상에서 제일 자상하고 완벽한줄 알았죠
    하지만 다 환상이었고, 이제 결혼은 현실이고
    내가 완벽한 여자 완벽한 아내가 아니듯
    내남편도 아내와의 말싸움에서 이겨먹으려고
    세상 쳐맞을 헛소리를 지껄일 줄 아는 남자고
    고작 관계할때 콘돔끼기 싫다는 이유로
    별 같잖은 핑계 다대가며 징징거릴 줄도 아는...
    너무...평범한 사람이라는 것...

    제 예전글 댓글에 어떤분께서 남겨주신 말씀이
    너무 큰 도움이 됐어요
    처음엔 사실 눈에 잘 안들어왔는데
    매일 조금씩 되새기다보니 이제 좀 알겠더라구요

    내남편은 완벽하고 특별한 사람이 아니며
    흔한 가부장적이고 평범하고 이기적인 남자라는 것...
    너무 높았던 내 기대치를 낮추고,
    적당히 맞추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

    내려놓자, 내려놓자..
    기대를 내려놓자..
    그래도 이사람 성실하고, 착하고
    본인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나의 단점들을 보완해줄 장점을 가진 사람이니까.
    (대표적으로...경제관념 같은 것)
    내 아이의 아빠이고
    내가 선택한 내 남편이고
    이해는 못하더라도 인정은 하고 살자.
    하지만 싸울땐 싸우자.

    라고...
    요새 마음을 다스리는 중입니다.

    물론...
    저의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명절을 준비하는 경건한 마음으로...
    (여기서의 준비는 남편과의 전투준비를 말합니다)
    다들 가정에 평안이 깃드시길 빕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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