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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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번 대한민국 vs 앙골라의 경기에 대한 리뷰는 하지 않을 생각임을 말씀 드립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어쨌든 이번 경기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 이미 완성된 4-3-3 전술
2. 박지성의 가세로 인한 팀 전체의 다이나믹한 변화
3. 박지성 덕분에 살아난 박주영
4. 뛰어난 패스웍과 몸싸움의 이을용
5.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는 않은 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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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기를 보시면서 의아하게 생각하시거나 언짢게 생각하셨던 분이 좀 계셨을 듯 싶습니다. 왜 붉은 악마는 검은 옷을 입었나? 왜 그들은 응원을 하지 않았나? 왜 그들은 이상한 구호를 외치고 이상한 응원곡을 불렀나? 이번에는 리뷰 대신 이런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1. 왜 그들은 검은 옷을 입었나?
그들이 내세운 것은 "연고 이전 반대" 였습니다. 프로축구 K리그의 부천 SK팀이 어느날 아침 자신의 연고지를 팽개치고 제주도로 연고지를 이전한 것에 대한 항의였습니다. 사실 2년 전에 당시 안양 LG팀이 하룻밤 사이에 연고지를 서울로 야반도주하듯 이전했을 때에도 이런 일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수백명이 모여서 시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 한줄도 다루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똑같은 일이 반복되자 축구팬들이 움직일 수 있는 단체로서는 가장 영향력 있는 붉은 악마에서 각 리그팀의 서포터들과 함께 이런 형태로 의사를 표출하게 된 것입니다.
2. 연고지 문화가 무엇인가?
일단 국가대표팀의 근간은 K리그 입니다. K리그가 실력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이번 겨울에 보셨던 국내파로 구성된 국가대표팀이 얼마나 강한지 보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K리그의 수준이 그 정도 입니다.
그런 K리그가 점점 발전할 수록 대한민국 축구는 발전합니다. 그런데 발전하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돈은 누가 거저 주는 것이 아니고 팬이 늘어나고 관중이 늘어나서 돈 내고 관람하고 유니폼도 구입해 주고 해야 합니다. 모기업이 돈 많이 주면 되는것 아니냐고 하시는 분도 계신데, 최근 새로 생기는 프로팀들은 거의 다 시민이 주주가 되는 시민 구단입니다. 기업은 유니폼에 로고가 들어가는 스폰서만 할 뿐 구단을 소유하지는 않는 추세입니다. 결국 팬과 관중이 많아지는 것이 최 우선입니다.
국대는 좋아하면서도 K리그가 재미없다고 느끼는 분은 왜 그럴까요? K리그에 "내 팀"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동네"를 대표하는 팀이 없고 "내가 응원하는" 팀이 없어서입니다. 국대는 "내 팀"이기 때문에 재미있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 동네"의 "내팀"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연고지 문화 정착이 중요합니다.
3. 미국은 연고 문화도 있지만 연고지 이전도 하더라.
미국의 연고 문화는 프랜차이즈식 연고지 정책입니다. 광역으로 범위를 정해서 영업 대상을 나눠갖는 방식입니다. 이것은 다분히 야구나 미식축구 같은 스포츠에 적용됩니다.
반면 축구의 발상지 유럽의 연고 문화는 다릅니다. 중소도시나 지역의 클럽에서 출발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시 맨체스터 지방의 여러 조기축구회가 연합(유나이티드)해서 만들어진 팀입니다. 다시 말해 "동네 사람들의 내 팀" 입니다. 그것은 축구의 특성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축구는 동네 사람들이 공 하나만 가지고 하는 운동이니까요
따라서, 이런 문화에서 연고지 이전은 생각할 수 조차 없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어느날 갑자기 런던 유나이티드가 될 수도 없을 뿐더러 FC바르셀로나가 갑자기 FC마드리드가 되지도 않습니다. PSV 아인트호벤이 어느날 PSV 로테르담이 되지도 않습니다.
4. 연고지 이전이 왜 나쁜가?
우리나라는 이런 자생적 구단이 아니라 기업이 홍보를 위해 만들었기 때문에 사실 자기들 마음대로입니다. 그런데 이런 기업 구단이 자기들 마음대로 연고지를 이전하게 된다면, 지금 기업 구단이 연고로 하는 지역의 팬들이 과연 이 팀을 "우리 동네 팀"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불신하고 찾지 않게 됩니다.
기업 구단인 FC서울이나 수원 삼성 블루윙스, 울산 현대 등의 팀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런데 팬들이 구단을 믿지 못해 찾지 않게 되고 관중 없이 텅텅 비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기업 구단은 투자를 줄일 것이고 선수들의 훈련 시설도 나빠질 겁니다. 결국 국가대표의 실력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5. 부천 구단은 관중도 없었다는데 연고지 이전이 정당한게 아닌가?
부천 구단은 2001년에 관중 동원 1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3만 관중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SK그룹 임원 - 강성길씨 - 이 단장으로 임명되면서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2002년 월드컵에 특수를 누렸던 SK그룹이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이런 일을 벌입니다.
- 구단 해체하겠다
- 중국 재벌에게 구단을 팔겠다.
- 투자할 생각 없으니 선수들은 라면 끓여 먹어라
- 상대 지역에 가서 이기면 기업이미지가 나빠지니 가서 져줘라
그러면서 유명 선수를 팔고 그 돈으로 구단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선수 영입은 하지 않습니다. 결국 지역 관중들은 급감하게 되고 2004년에는 2000명대로 관중 수가 급감했습니다. 그러자 이걸 핑계대고 옮기게 된 겁니다.
6. 과연 제주 축구는 발전할 것인가?
SK 축구단이 실제로 옮기게 된 이유는 관중수 따위가 아닙니다. 축구 따위에 돈 들일 생각은 없고 제주도에서 매년 20억씩 상납하면서 땅도 주고 운동장도 무료로 쓰게 해주겠다고 하니까 돈 아낄 생각에 간 겁니다.
이번에 제주"유나이티드"로 팀명을 바꾸면서 새롭게 만든 앰블럼을 보셨습니까? 제주 도민을 위한 투자를 하겠다고 공언하며 제주 도민의 구단이라면서 SK 텔레콤의 새로운 로고인 나비 무늬를 그대로 갖다 붙였습니다. 사슴뿔 무늬는 일본 J리그의 가시마 엔틀러스의 마이너 카피입니다. 다시 말해 싸구려 디자이너가 대충 갖다 붙인 것이라는 소리입니다. 그만큼 SK 구단은 제주 축구에 투자할 생각이 없는 겁니다.
차라리 그 20억으로 시민 구단을 만들고 K2리그부터 시작했다면 몇년 후에는 당당히 K리그에서 뛰는 제주 시민 구단이 생겨서 제주 축구 발전에 공헌을 했겠습니다만, 이제 제주는 제대로 된 "자신들의" 축구팀을 가질 기회조차 잃게 된 겁니다.
7. 붉은 악마와 SK의 분쟁은 정당한가?
어짜피 붉은 악마의 상업성 문제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들이 옳은지 그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뒷소문도 있지만 그 뒷소문도 SK에서 의도적으로 흠집내기를 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분명한 것은 SK는 2002년의 앰부시 마케팅 이후 축구 발전에 공헌하기는 커녕 망가뜨리기만 했다는 겁니다. 최소한 붉은 악마가 대한민국 축구를 망가뜨린 적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어느샌가 SK의 언론 플레이로 인해 적지 않은 네티즌이 붉은 악마와 SK를 똑같이 나쁜놈들로 말하거나 심지어 붉은 악마가 더 나쁘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SK의 재벌로서의 언론 조작 능력이 뛰어난 겁니다.
8. 과연 앙골라전에서 그런 시위를 해야 했나?
"신성한" A 매치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별도로 종교가 있는 저이지만, 저 스스로 저를 가리켜 "축구 원리주의자"라고 할만큼 저는 맹목적인 축구 매니아입니다. 일주일에 두세경기 이상은 축구를 보고 어떤 때에는 주말 내내 경기 비디오만 네다섯 경기를 봅니다. 저만큼 축구 자체를 신성시 하는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A매치가 신성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월드컵이나 아시안컵이라면 한 경기 한 경기가 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월드컵 대비를 위한 평가전이라면, 그것도 원정 경기를 대비한다면 차라리 현지 적응을 위해 서포팅(응원)을 하지 않는게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진정으로 대표팀을 사랑하는 사람의 태도일 겁니다.
하지만 연고 이전의 부당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는 사실 이번이 유일합니다. 5월에가서 연고이전 반대시위를 한다면 그게 먹혀들까요? 이미 시간이 한참 지난 뒤인데 말입니다. 지금도 이렇게 몰라주고 욕하는데 언제 어떻게 할까요?
별도로 시위를 한다면 어떨까요? 이미 했습니다. 수백명이 축구 협회 앞에 몰려가서 시위를 하고 SK 본사 앞에서 시위를 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기사도 안나왔습니다. 그게 바로 SK의 언론 장악력입니다. 붉은 악마가 나쁘다고 맹목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미 SK에 의해 조작된 여론에 따르고 계신 겁니다.
9. 앞으로 어찌해야 하나?
최소한 "연고 이전이 부당하다"라는 것을 알아주시면 됩니다. 이미 연고지 이전이 됐으니 돌이킬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말아야 하며, 연고지를 이전한 팀은 응원해 주지 말아야 합니다.
박주영 선수가 뛴다고 무조건 FC서울을 지지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FC서울이 서울 팀이라고요? 안양 LG가 GS 그룹 소속으로 바뀌면서 서울로 이전하는 바람에, 순조롭게 추진되던 진정한 서울의 시민 구단인 서울 유나이티드의 출범이 좌초되었습니다.
제주 도민여러분께서는 제주 유나이티드가 실은 제주 도민의 세금을 빨아먹으면서 이용만 하다가 언젠가 떠나갈 존재라는 것을 알아 주십시오. 그들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습니다. 이번에 연고지 이전하면서 SK는 이렇게 계약했습니다. "5년 후에는 다시 연고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거나 팀을 해체할 수 있다!"
여러분, 국가대표 축구팀의 근간은 K리그입니다. 재미없는 것을 억지로 보시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소한 거기에 K리그가 있고 현재 경기당 1만~3만의 관중이 들어차고 있으며, 점점 더 수준 높고 재미있는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배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