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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wedlock_12466
    작성자 : 스카라라
    추천 : 17
    조회수 : 13134
    IP : 125.130.***.144
    댓글 : 11개
    등록시간 : 2018/08/17 15:27:48
    http://todayhumor.com/?wedlock_12466 모바일
    시어머니께 안부전화 드리지 않은지 2주째
     
    2주 째이고
    2주 내내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채로
    지내고 있어요
     
    시어머니는 정말 좋은 분이시거든요..
    멀리 사시는 탓에 자주 못뵈기는 하지만
    갈 때마다 잘해주시고
    시어머니의 말씀에는 한번도
    마음 상해본 적이 없어요
    연세가 많으세요 팔순이 다되셨으니까요
     
    결혼 한달 전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전 습관대로 퉁명스럽게 누구세요? 하고 받았다가
    시어머니신걸 알고 엄청 놀라서 달달 떨었었죠;;
    남편에게 제 번호를 물어보셨었나봐요
     
    그 뒤로 결혼하기까지, 결혼하고 나서도 죽
    일주일에 한번은 꼭 전화를 하셨어요
    하시는 말씀은 항상
    몸은 건강한지, 친정 부모님은 별일 없는지,
    밥은 잘 챙겨먹고 있는지...
     
    단 한번도
    남편 아침밥은 잘해주고 있느냐
    내조 잘하고 있느냐는 식의 말씀을
    하신 적이 없으세요
    정말 그냥 저에게 하는 안부전화..
     
    처음엔 조금 적응을 못했어요
    전 부모님과도 오래 떨어져 살았는데
    친엄마 친아빠에게도
    안부전화 라는 걸 해본 적이 없거든요
    못된 딸이지만...
    가족 분위기가 그래요
    엄마는 신경도 안쓰시고
    아빠는 조금 섭섭해하시는 정도
     
    하지만 곧 이해하고 받아들였어요
    나이가 있으신 분이라
    이렇게 주기적으로 통화하고 안부를 물어야
    친해진다고 생각하시나보다...
    그래서 제가 먼저 일주일에 한번씩
    전화드리려고 노력했고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일주일에 한번씩 영상통화를 드렸어요
     
    고작 일주일에 한번이 뭐 대단하냐 싶겠냐만은ㅎㅎ
    제딴에는 정말 노력했답니다.
    오죽하면 일정어플에 "전화드리는 날" 등록까지 해두고
    매주 같은 요일에 전화를 드리면
    또 너무 형식적인 티가 날까봐서
    어느날은 월요일, 그다음은 화요일,
    이런식으로 요일 순서까지 정해가며...
    진심으로 생각나서 전화드리는 것마냥
    숙제하듯이 꼬박꼬박 영상통화를 드렸어요.
     
    그렇게 어플등록, 알람지정까지 해둬야만
    저는 잊지 않고 전화를 드릴 수 있는 성격이거든요
    친구랑도 통화 잘 안하는 성격인데...
    그렇게 짧은 4~5분간의 전화를 드리고 나면
    '아, 이번주 숙제 마쳤다.' 라는 홀가분한 마음.
     
    불편했지만 사랑하는 남편의 어머니께
    이정도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너무 좋은 분이시니까...
     
    신랑과의 사이가 좋을때나 나쁠때나
    그것과는 별개로 전화만은 꼭 드렸어요.
    걱정하실까봐...아이가 보고싶으실까봐...
     
    2주 전, 시댁에 갔다가 남편과 많이 싸웠어요.
    저녁먹는 자리에서 남편이 제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을 했고
    저는 또 바보같이 그자리에서 반박하지 못하고
    깨작깨작 저녁을 먹으며 속으로 잘 참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다른 사람들 눈에는 불편한 기색이 보였었나봐요.
     
    저는 나중에 남편에게 왜 그런말을 하느냐 따지고
    남편은 그렇다고 해서 식사중에 그렇게 심술궂은 표정을 짓고 있느냐
    어머니 형님 다들 네 눈치보던 거 못느꼈냐며
    니가 저녁식사 자리를 망쳤다며 저를 탓했어요
    (저는 못느꼈어요 웃으며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했거든요)
     
    남편 진짜 죽여버리고 싶었는데
    어쨌든 웃으며 좋게 인사하고 나왔어요.
    그후로...안부전화 영상통화 다 안드리고 있어요.
     
    이게요...
    모르겠어요...
    저도 제가 무슨 마음인지...
     
    남편이 미운거지 절대 어머니가 미운거 아닌데
    어머니는 너무 좋으신 분이고
    남편이 저한테 어머니가 그러시더라,
    "ㅇㅇ이가 기분이 안좋은거 아니냐,
    말도 별로 안하고..." 라는 말을 전했을 때
    너무 죄송하고 마음이 아팠어요.
    시댁이 불편해서가 아닌데...
    어머니가 미워서가 아닌데...
    어머니는 너무 좋은데...
     
    근데 그냥 잘해오던 그 숙제조차 하기 싫어요...
    남편하고는 그냥저냥 풀고 데면데면 지내요
    어차피 맨날 봐야하는 가족이고
    남편도 매일 힘들게 일하고 집에 오고
    저는 지금 아이 키우는 전업이라 내조할 의무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냥
    내 마음이 울적한데
    웃으면서 어머니께 전화드리기 싫어요
    너무 잘지내고 있다고, 행복하다고, 건강하시냐고
    묻고 싶지 않고 말씀드리고 싶지 않아요
    그냥 다 거리를 두고 싶어요
     
    어머니도 먼저 전화를 주시지 않네요
    제가 애키우느라 정신없어
    일정등록에 알람에도 불구하고 간혹 전화를 못드리면
    먼저 전화주시곤 했거든요
    그럼 또 그게 너무 죄송했어요
    어머니가 먼저 전화하시게 만들다니...자책하구요
     
    그런데 지금은요
    어머니가 전화를 안주시는게...너무 감사해요...
    이 감사한 마음조차 죄송하네요...
     
    이게 객관적으로 볼 때 답답하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런데요 이게 그런 거 같아요
    제가 너무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친가 밑에서 자라서
    보고 배운 게 그거라서 뿌리깊이 마음속에 그런 게 있는 거예요
    며느리는 이래야 한다...라는
    아예 처음부터 없었으면 좋았을 그 무언가가 무의식 속에 있나봐요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마무리를 어찌 해야 할지;
    넋두리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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