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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당시 누나 이지은(당시 6세)양은 얼굴과 가슴·팔·다리에, 남동생 이준희(당시 3세)군은 등과 얼굴 일부, 팔·다리에 화상이 몰려 있었다. 누나는 몸의 앞부분, 동생은 뒷부분에 화상이 집중됐고, 누나가 훨씬 더 연기를 많이 마신 중태였다. 남매가 옮겨진 서울 강남구 베스티안병원 윤천재 화상클리닉 과장은 “누나는 심장이 두 번 정지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조사한 송민우 형사(남동경찰서)는 “화재 발생 직후 얼마 동안 누나가 동생을 업고 불길을 헤맨 듯하다”고 말했다. 업은 상태에서 불길에 싸여 누나와 동생의 화상 부위가 달라졌다는 얘기다. 송 형사는 또 “남매의 내부 화상(흡입 화상) 차이가 큰 것도 누나의 등에 동생이 얼굴을 묻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3일 뒤인 12월 23일. 사경을 헤매던 누나 지은이는 하늘나라로 갔다. 하지만 동생 준희는 지독한 화상과 싸우면서 가느다란 생명을 146일 동안이나 연장, 또 연장하고 있다.
13일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화상클리닉 2층 중환자실. 앙상하게 마른 준희의 상처를 엄마 박순영(31·화장품 외판원)씨가 닦아주고 있었다. 준희는 지난 4월 베스티안병원에서 이곳으로 옮겨졌다. 장 운동이 약해진 준희는 코를 통해 위까지 삽입된 관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고 있다. 성장호르몬도 부족한 상태. 화재로 인한 저산소증으로 인한 뇌 손상이 회복되지 않으면 평생 성장호르몬제를 맞아야 연명이 가능하다.
준희는 의식이 혼미하다. ‘혼미’란 정상과 의식 불명 상태를 오가는 중간선을 뜻한다. 기관지를 닫고 스스로 숨을 쉴 수 없어 여전히 호흡기에 의존한다. 5개월 동안 상대방의 말에 반응하거나 말을 한 적도 없다.
하지만 준희를 돌보는 김정연 간호사는 “정말로 알아듣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누나 보고 싶지’ 하면 울상이 되거나 눈물을 보인다”고 말했다. 혼미한 의식이지만 불길을 헤매던 누나의 잔상만은 또렷이 남아 있는 걸까.
지은이, 준희 남매는 정(情)이 많았다고 한다. “지난 여름에 도너츠를 만들어 먹었어요. 지은이는 동생 얼굴 모양을 만들고, 준희는 누나 얼굴을 만들어 남매가 서로 먹여줬지요….” 엄마 박순영씨는 “특히 지은이가 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준희네 가족은 도매업을 하던 아빠가 벌어오는 월 150만원 정도로 생활해 왔다. 모자란 생활비는 엄마가 아르바이트를 나가 메웠다. 작년부터는 불황으로 사정이 더 안 좋아져 수입이 100만원으로 줄고, 엄마와 아빠 사이도 멀어졌다고 한다. 화재가 일어난 반지하 방은 작년 11월 아빠가 남매를 데리고 나가 따로 살던 남루한 집이었다. 아빠는 화재 이후 연락이 없다고 엄마 박순영씨는 말했다.
준희는 그동안 피부이식수술, 기관지 절개수술 등 모두 4차례의 대수술을 받았다. 병원과 교회, 친지들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버텨 갔지만, 주위 사람들의 여력도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포기하자는 사람들도 있어요.” 엄마는 “준희를 포기하자”는 사람들의 아들 면회를 거부할 만큼 준희 생명에 대해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준희는 하나님에게 간 누나와 약속했을 거예요. 꼭 살겠다고….”
(장상진기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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