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랬다.

딱히 할 일은 없으면서도 잠은 오지 않아 멍하니 컴퓨터 책상에 앉아 인터넷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밤이면.

하릴없이 손가락을 움직이다가 찰나의 허전함에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알기도 전에 무심히 바라본 빈 화면에 갑자기 그 때 날 설레게 했었던 니 얼굴이 보이기도 한다.

무작정 자전거를 타고 강을 따라 달리다 어느새 해가 넘어가던 그 붉은 그리움에, 주워든 조약돌에 담긴 그 때의 풍경이 떠오른다.

나에겐 지금도 니가 소중하고, 여전히 너만을 생각한다는 건 아님을 난 알고있다.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지금의 나도 여전히 겁쟁이이고, 또 다른 사람을 내 시선의 끝에 놓아두고 있다.

항상 아파했던건 나 뿐이 아니었고 힘들어 했던 것도 혼자가 아니었다.

다들 힘들고 모두가 겪는 일이지만 그 때의 난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에 조금 어렸을 뿐이다.

다만 시작조차 해보지 못하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이런 글이라도 아무 생각없이 써내려가는 지금의 내가 보기에 그 때의 나는 정말 겁쟁이 코흘리개였다.

일말의 아쉬움도 없다면 거짓이겠지만 미련은 지금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을 위해 버렸다.

단지 이런 밤이면 아주 가끔씩 너의 갈색머리가 내 방 창문을 부드럽게 덮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한다.

나는 이 이유조차 알 수 없는 힘들고 어려운 그리움이 정말로 내가 그 때를, 그 때의 너를, 그때의 우리를 그리워하는 것인지 가슴으로도 알지 못하고 있다.

다만 내가 눈물 한 방울 흘려보내야 할 것 같음에도 못내 궁금해 마지않는 것은

어느 한적하고 햇빛 좋은 날, 내 마음 깊숙히 먼지를 뒤집어쓴 서랍장을 열었을때 너의 기억이 화석처럼 나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물론 그 때의 나도 겁쟁이이며, 어릴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