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전 이운재 선수의 선방과 노련한 플레이에 언론 여기 저기서 '역시 이운재' 라는 찬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여러분 혹시 경마장 가 보셨나요?
거기서 죽어라고 달리는 말들의 눈을 보면, 검은 천으로 눈 옆을 가려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일전에 TV에서 보았는데, 이유인 즉슨, 오로지 앞만을 보면서 달려가라고 옆을 가려 놓은 거라더군요.
우리들도 지금 똑같습니다.
다른 골키퍼들의 플레이는 절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무조건 이운재의 플레이만을 보도록 되었습니다.
간혹 트랙의 말이 코너를 돌 때 잠시 스치듯이 옆 레이스의 말을 볼 정도로, 정말로 간혹가다가 다른 선수의 플레이를 겨우 잠깐 이나마 볼 수 있었습니다.
지구를 중심으로 우주가 돈다는 것이 진리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모두 맞다고 믿었습니다.
어떤 이가 반박이라도 할 지면, 온갖 핍박을 받으며 이런 말들을 들었습니다.
"니가 뭘 아냐? 과학자들이 너보다 더 똑똑하다. 니가 과학자 하고 다 해라..."
우리는 길들여 졌습니다.
그 외 다른 선수들은 철저히 배제 된체, 그가 잘 하든 못 하든 그만을 바라보며 평가 하도록 길들여 졌단 말입니다.
그가 잘 하면, "역시..."
그가 못 하면, "그래도..."
이젠 그가 잘하지 못해도 바꾸기 힘듭니다. 그가 살이 빠지지 않아도 바꾸기 힘듭니다.
우리는 그의 완벽한 모습을 보면서 그간의 평가전을 본 것이 아닙니다.
그가 앞으로 살이 빠질 것이라는 기대, 그리고 그가 앞으로 예전의 기량을 찾아 줄거라는 기대...
앞으로 있을, 그야말로 꼭 일어나야 만 할 그런 기대감만으로 그의 국가대표 부동의 주전 골키퍼로 두어야 한단 말입니다.
그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다른 선수의 경기는 본적도 없습니다.
아니, 국내리그에서 최고의 실점율과 스포츠 전문 기자단 (이양반들 감독 못지 않는 전문성을 가진 분들입니다.) 이 선정한 최우수 골키퍼 상을 받은 선수 조차도 후보에 발탁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데도, 이운재를 그렇게 열망 하십니까?
여러분은 이운재의 선방소식에 그동안 얼마나 마음조렸는지를 나타내었듯이 자랑스럽게 들고 일어섰습니다.
정기동 코치도 여러분과 아주 똑같은 모습일 겝니다.
'봐라, 이래도 이운재가 못한다고, 살쪘다고 비아냥거릴테냐'
그간 그 선수의 성적과 자기관리는 전혀 무시한 채, 선수하나 무조건 붙박이로 세워두고, 연속적인 불안한 플레이 끝에 마침내 로또와 같은 상대편 골키퍼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에 따른 과장 부각된 찬사가 진정 그 선수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면서 좋아들 하시는지요?
눈을 감고 생각해 보십시요.
이운재 선수가 인져리에 막아낸 슛, 과연 그가 아니면 무조건 골이었을까요?
물론, 국대 경기만을 본 분들이라면 다른 골키퍼의 경기를 본적이 없어 힘드실 테지만,
단언하건데, 이운재가 아니어도 다른 선수들이어도 그 정도는 막아 내야만 할 기본적인 골키퍼의 능력이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살도 빼고 예전의 기량을 찾을 꺼라는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그동안에 죽어라 땀흘려 기량을 갈고 닦아 국가대표에 선출되고자 희망했던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는 어처구니없게도 볼 기회를 잃었습니다.
그게 바로 이운재 선수에 대해 제가 비판하는 내용의 본질입니다.
그가 진정 최고라면,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여 이겨내는 모습을 보였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저 슛은 이운재 아니면 못막았다는 확실한 믿음을 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 글을 보시고, 무조건적으로 비판하실 분, 그리고 무조건 코칭스태프를 믿고 그저 우리는 태극전사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쌩뚱 맞은 답변 주실 분들께서는 이 글 다시 한번 읽고 그냥 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말만 이럴 뿐, 막상 월컵 시작하면 미친듯이 밤새며 한국 대표팀 응원할 겁니다.
그저 무조건 감독, 코치, 그리고 축협을 믿고 밀어주고, 우리는 그저 경기만 즐기자는 어줍짢은 애국심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비판도 때로는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정녕 "과연 이운재야" 혹은 "그래도 이운재 밖에 없어" 라는 말만 되풀이 할 겁니까?
우리도 좀 "누구 누구가 더 낫다" 라는 진정한 비교좀 하고 싶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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