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베오베에 있는 글이라면 정치, 유머, 연예 가릴 것 없이 본면서 웃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부터 오유가 일베와 엮이기 시작했습니다.
일베에서 오유도 일베와 마찬가지다는 논리를 가지고 여러 사이트에 글을 싸지르고 다녔죠
그 때, 당연히 분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떻게 저런 사이트랑 이 사이트를 비교할 수 있지 하면서
유저님들과 같이 분노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오유=일베 라는 소리가 나오면 모두가 코웃음쳤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이 거짓임을 모두가 알았으니까요
이런 말이 나올 당시, 저는 고등학생이었지만 제가 오유를 한다는 사실을 딱히 숨기지 않았습니다
같은 반에 일베하는 친구들이 있어도, 그들과 부딪힐 일이 생기더라도 저는 오유를 한다는 사실에 전혀 부끄러움이 없었습니다
일베하는 친구들이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당당히 말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제가 대학생이 되고, 바빠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오유를 하는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매일 오유를 들어와서 베오베를 정독했었다면, 대학생이 되서는 오유에 가끔 들어와서 밀린 베오베 중 재미있어 보이는 글들을 읽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오유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음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가장 크게 느낀 두 가지 특징은 이렇습니다
1. 여성회원이 많아졌다. 그리고 그에 따라 여성회원분들이 좋아하시는 코드와 일치하는 유머글들이 많이 쏟아지기 시작했다(이를테면 남-남을 엮는 식의 개그)
2. 시사게시판에 정치 성향이 좀 더 편항적으로 편하였다
이 두 번째, 즉 오유 시사게시판의 정치 성향이 왼쪽으로 매우 기운 것 때문에 저는 더 이상 오유인이라는 사실을 떳떳하게 밝힐 수 없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주위의 시선이 예전과 달라졌음이 확연히 느껴지기 떄문입니다
예전과 달리, 이제 오유를 말하면 왼쪽으로 많이 편향된 사이트라는 인식이 강해졌습니다
굳이 다른 사이트에 비교하자면, 정치적으로는 다음 아고라와 비슷한(절대 같은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느낌의 사이트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시사게시판에 주류 의견에 반박하는 의견이 나오면 순식간에 반대를 받아버리게 되었습니다
사실로 밝혀지지 않은, 감정에 의해서 쓰인 글들이 사실인양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이러한 것들에 질려서 이제 오유를 할 때면, 시사게시판은 스킵하게 되었습니다
오유는 제게 이제 유머글만을 제공해주는 사이트가 되었습니다
이게 어쩌면, 오유라는 사이트 원래의 취지와는 부합할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저는 위와 같은 이유로 오유를 한다는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교나 도서관 등 공개된 장소에서 폰으로 오유를 하지도 않습니다
제 대학 친구들은 아무도 제가 오유를 한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집에서 폰으로 오유를 하고, 밖에 나갈 때면 검색기록을 삭제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네요
당당하게 하고 싶지만, 외부의 인식이 두려워서 하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슬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