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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cook_123554
    작성자 : 군돼간다
    추천 : 18
    조회수 : 1804
    IP : 175.223.***.216
    댓글 : 86개
    등록시간 : 2014/11/10 14:00:47
    http://todayhumor.com/?cook_123554 모바일
    이건 고의라고 밖에 달리 생각할 수 없다.
    이건 고의라고 밖에 달리 생각할 수 없다.

    오늘 아침 바쁜 틈에 아내에게 도시락을 부탁했는데, 마땅히 있어야할 고기반찬이 온데간데 없다. 도시락통의 무게감은 의심할 나위 없는 고기반찬이었으나, 이는 바나나 때문임이 밝혀졌고, 비어있는 도시락통 한켠을 바라보니 적잖은 상실감이 밀려온다. 

    오전내내 고기반찬을 생각하며 보낸 시간만큼 절망감은 컸다. 식사하러 안 가시냐는 동료의 물음에 자신있게 도시락을 싸왔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도, 든든하게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허나 전자렌지에 밥과 함께 데우느냐 따로 데우느냐, 밥에 비벼 덮밥으로 먹느냐 하나씩 덜어 먹고 마지막에 남은 양념만 비벼먹느냐 등을 가지고 머릿속에 시뮬레이션한 것도 이제와서 다 부질없는 일이 되었다.

    왜때문일까.
    아내는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나. 엊그제 아내의 마카롱을 말도없이 먹어버린 탓인가. 아니다. 그 보상으로 네 개를 다시 사놓지 않았던가. 물론 마카롱은 숨겨놓고 빈 봉지를 채운 상자로 아내의 분노를 사긴 했지만. 아니면 어제 저녁식사 후 뒷정리를 하지 않고 잠들어버린 탓인가. 그렇다고 하여도 고기반찬을 주지않을 정도로 잘못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제 너무 긴 영화를 보자고 해서 그런가. 아니면 새벽에 부스럭거리다가 아내의 잠을 깨워서? 

    아내는 단순히 까먹어서 그랬다지만, 의문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어제 밤에 분명 도시락 반찬용으로 락앤락에 담아 냉장실 눈높이에 넣어놓았다. 비슷한 위치에 혹은 더 안쪽에 있는 멸치볶음은 꺼내면서 제육볶음을 지나쳤다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이 안간다. 게다가 바로 어젯밤에 함께 먹은 반찬이다. '내일 도시락으로 싸가야지'라는 멘트도 잊지않았는데.

    단순 실수는 아닐 것이다. 집안일에 있어서 누구보다 철저하고 꼼꼼한 아내가 아니던가. 딱딱한 멸치꼬리를 오독오독 씹으며 중력방정식보다 어려운 아내의 속마음을 헤아리다가 소중한 낮잠시간을 모두 흘려보낸 채로 오후 일과를 맞이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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