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일요일에 연애는 못하고 언제나처럼 집에서 밥이나 해먹은 바람직한 젊은 아저씨 오유인입니다.
오유에 돈까스와 까츠동 글이 많이 올라오면서 쌓인 부러움이 위장에 듬뿍 나부대껴 견딜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돼지고기를 못드시는 어머니를 위해 비후까스와 치킨까스를 두고 고심하던 중, '확실치 않을 땐, 치킨 쪽이 항상 옳다' 란 옛 성인들의 복음을 기리며 닭안심과 허벅지살을 사오게 되었습니다.
닭고기는 소금과 후추간과 더불어 양파와 마늘을 갈아 넣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커리 가루도 함께했습니다. (카레라이스용 카레분말도 조금만 쓴다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버무려 놓고 대강 30분정도 기다린 뒤 튀김가루...를 넣었어야 했으나 사는 걸 깜빡했어서 어머니께서 쓰시던 부침가루를 빌려서 표면에 고르게 분칠해주고 계란물을 정성껏 풀어 계란옷도 입혀주었습니다.
그리고 빵가루(식빵을 하룻밤 정도 말려서 강판에 갈아주시면 더 맛이 좋습니다.) 로 꽃단장을 해줍니다.
커다란 4덩이는 오랜만에 나이프질로 썰어먹을 용으로 냅두고 나머지는 조각조각 자잘하게 준비했습니다. 손재주는 없지만 까츠동을 해먹을 계획입니다.
'남의 살림 왜 자꾸 마음대로 쓰냐'며 구박하시는 어머니의 튀김기를 빌려 치킨까스를 맛있게 튀겨주었습니다. 한번 튀기고 건져내고 다시한번 튀기는 수고로움을 잊지 않았습니다.
치킨까스에 뿌려먹을 소스가 필요합니다. 일반 돈까스소스를 쓸까하다가 꼭 해보고 싶었던 두부마요네즈 소스에 도전해봤습니다.
두부 반모에 우유를 대강 40~60ml 정도 넣고 꿀도 10~20ml 정도 넣어서 믹서에 갈아줍니다.
그리고 소금간을 하고 좀더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허니머스타드 소스를 밥숟갈로 한스푼 정도 섞어주었습니다. 요게 은근히 꿀맛입니다! (꿀이 들어갔으니 당연하지..)
까츠동은 그 특유에 밥과 돈까스를 눅눅하게 적셔주는 소스가 특징으라 본듯해서 열심히 따라해봤습니다.
쯔유가 따로 없어, 쥐꼬리만큼 남은 가쓰오부시 맛 국수장국에 진짜 가쓰오부시와 다시마를 넣고 끓여 직접 만들었습니다. 쯔유나 국수장국이 있으면 그냥 물이랑 1:1로 섞어서 끓이시면 됩니다. 양파와 함께 칼칼한 맛이 땡겨서 고추를 조금 넣어봤습니다.
소스가 끓기시작하면 치킨까스 일부를 잘게 조각내어 서서히 졸여져가는 소스에 담궈줍니다.
그리고 흰자 노른자가 많이 섞이지 않도록 대충 풀은 계란물을 부어주고 뚜껑을 닫아 줍니다.
파는 같이 넣지 않고 나중에 밥에 마지막에 올릴 생각으로 준비해뒀습니다.
계란이 이쁘게 풀리지 않아 조금 상심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졸여줍니다.
치킨까스를 따로 먹을 요량으로 양을 많이 잡았기때문에 소스에 담궈버렸는데, 사실 저는 눅눅한 것보다 바삭바삭한게 좋아 가츠동만 해먹을 거라면 치킨까스는 담그지 않고 계란만 풀어 먹는 편입니다.
전기밥솥에서 취사가 곧 끝남을 알려올 때쯤 너무 튀김류만 먹어 느끼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생겨 어묵탕을 만들었습니다.
아까 만들어놓은 국수장국+가쓰오부시/다시마 우린 육수에 양상추와 양파 남은 녀석이랑 각종 어묵을 넣고 간마늘을 한스푼 풀어 간단하게 끓여 줍니다. 마지막으로 취향에따라 후추를 조금 쳐주세요.
시원한 국물에 속이 풀리는게 갑작스레 만든 것치고 오늘 메뉴랑 잘 어울립니다.
노릇하게 잘 튀겨진 치킨까스를 담아냈습니다. 양상추도 옆에 올리고 머스타드 두부소스를 듬뿍 뿌렸습니다. 파슬리도 조금 쳐보고. 두부에 약간 있는 콩비린내를 머스타드 소스가 확실하게 잡아준 것 같습니다. 정말 바삭하게 잘 익어 만족스럽게 먹었습니다.
덮밥용 밥그릇이 실종되어 파스타 그릇에 가츠동을 담았습니다. 비쥬얼이 그럴싸하진 않지만 맛은 정말 좋습니다. 여기에 위에 뿌리고 남은 소스를 살짝 뿌려줘도 꽤 잘어울립니다.
일요일 점심은 제가 책임집니다! 일주일에 기껏해야 한두번정도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 푸짐하게 먹는게 남는 거란 기분입니다. 식탐이 많은 동생과 아버지 그리고 그에 비해 양이 적으신 어머니까지 만족스레 잡수시는 모습이 좋아 요리를 계속 하게 됩니다.
아무튼 오늘도 기분 좋은 한끼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모두 저녁식사도 맛있게 하시고 저주받을 빼빼로데이 조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