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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abinogi_123405
    작성자 : 아리에나
    추천 : 11
    조회수 : 1067
    IP : 39.112.***.38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15/06/26 00:08:14
    http://todayhumor.com/?mabinogi_123405 모바일
    #닉언죄 #공감하는사람 #어떻게_하나 #캐붕일까_두려워
    1435225453134.png


    #성격 사나운 자유기사

    꼼꼼히 뜯어보노라면 상당히 애띤 얼굴을 하고 있는 이였다. 어쩌면 자신보다 어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지내온 삶이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깊게 눌러쓴 후드 안쪽의 표정은 진중하고, 또 음울하다. 그 어두운 색채가 청년의 얼굴에 연륜을 듬뿍 칠해놓은 것이다. 덕분에 청년은 훨씬 더 나이 들어 보였다. '그런' 일을 하지 않고 있었더라면 저 호박색 눈동자에 칠해져있을 감정은 발랄함이었을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자넨가?"


    맹수같은 눈동자가 자신을 슥 돌아보는 순간 퍼뜩 정신을 차린 병사는 몸을 바짝 긴장시켰다. 그래, 아무리 이제 막 무기를 집어든 소년병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도 자신 앞에 선 그는 기사였다. 그것도 제법 이름난 기사. 제법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진 갑옷이었지만  그가 어깨에 지고 있는 중장구들은 가까이 보면 반들반들한 광택을 해칠 정도로 자잘한 흠집이 그득했다. 스카하, 이 숨막히도록 지독한 땅에서 어제는 내 앞자리의 침상에서, 지난주엔 옆 막사의 연금술사가 죽어나갔다. 마을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은 보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더불어, 자신들이 목숨바쳐 이 자리를 지켜야할 이유가 되는 것이다.

    이 청년은 그렇기 때문에 불려온 것이었다. 밀레시안들의 생활은 투아하 데 다난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죽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끊임없이 강해지지만, 쿠훌린 왕가를 구한 이후에 왕좌를 먹어버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 비정상적인 '강함'을 저를 위해 쓸 뿐, 아무에게도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 몇몇 밀레시안들은 심지어, 왕정 연금술사로서 일하고있다고 했다. 자신도 본 적이 있다. 이 스카하 캠프에 파견되었던 왕정 연금술사 중 하나가 밀레시안이었기 때문이다. 그 가느다란 팔뚝에서 뿜어져나오던 거대한 화염. 그 기이할 정도의 강함을 그는 직접 목격했기 때문에, 눈 앞에 선 청년 기사에게 그는 한껏 예를 치렀다.


    "예! 지원 와주신 바, 더없이 감사드립니다!"

    "오란은?"

    "대장님께서는 캠프에서 진두지휘 중이십니다!"


    자신들의 대장, 오란은 젊은 나이에 요충지의 실질적 사령관에 오른 대단한 인물이었다. 물론 그 형인 오언 제독의 입김을 받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런 말을 함부로 입에 담았다간 언제 계급장을 뜯겨내질지 모르는 판국이니 아무도 그것을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이면 소문이 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오란이 '이상하다'는 것은 부대 내에 파다한 소문이었다. 그가 이를 부득부득 갈며 스카하 캠프의 바깥 어딘가에 눈길을 두는 경우도 허다했다. 일이 허술하지는 않으니만큼 부대원 중 어느 누구도 그에게 불만을 표시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어느날 밤쯤에는 어디론가 밤마실을 몰래 나가는 것을 목격한 병사도 있다고 했다. 그런 그는 밀레시안조차도 싫어했다. 왕성의 개들과 그가 일맥상통하는 것은 눈꼴신 밀레시안이 싫다, 단지 그것 하나 뿐.

    그런 그가 스스로 밀레시안을 불러들인 것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뛰어난 자질을 지닌 이를 데려오려 했다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그리고 이번에 자원하여 오게 된 것이 지금 자신이 데려가는 밀레시안 청년. 스스로를 자유기사라고 불러달라고 말한 청년은 안내를 위해 캠프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자신도 말에 올라타지 않고 절그럭, 절그럭,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를 울리며 자신의 뒤를 묵묵히 따라왔다. 자유기사를 안내하게 되었던 병사는, 그 점이 무척이나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 필요성은, 당연하겠지만 전투에 대한 것이다. 최근 급작스럽게 늘어난 씨트롤과 포워르들은 성가신 것을 넘어 캠프의 존속 자체에 위협이 될 정도였다. 그것들이 설치지 않아도 가시다리 거미와 여왕벌 등이 질리도록 거슬리는 판국에, 전력 충원을 더이상 미뤘다간 스카하 캠프가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중압감이 밀레시안을 불러내도록 만든 것이다. 물론 장기적인 충원은 아니었으나 압도적으로 강한 이 하나가 얼마나 큰 기세를 업고 오는지 오란은 너무도 잘 아는 사령관이었다. 오란의 막사에 청년기사를 안내하고, 보고했다. 불만을 감추지 않는 얼굴로 오란은 의자에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앉아있었다. 그런 대응이 익숙한 듯 청년기사는 오란의 맞은편에 천연덕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오란이다. 물론 필요에 의해서 불렀지만, 여길 맘대로 휘저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밀레시안."

    "그런 기초적인 부분까지 지적받을 정도로 내가 허투루 보였나, 오란?"


    둘의 대치는 불꽃이 튀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오란이 일방적으로 으르렁대고 있는 것이지만 필요 이상으로 그를 경계하는 대장에게 청년기사는 한걸음도 물러서는 모양을 보이지 않았다. 사실 오란이 하는 말이 대부분 억지스러운 것이라, 청년 기사가 하는 말은 도의적으로 지극히 당연한 말들 뿐이었다. 단지 그 도의에 대해 하나하나 걸고 넘어지다가 꼬여 엎어진 것이 오란일 뿐이었다. 기사를 안내한 죄로 두 맹수 사이에 끼인 병사의 최선은 최대한 턱을 치켜들고, 땀 때문에 미끄러지는 창을 꽉 틀어쥐고는 정자세를 유지하는 것 뿐이었다. 오언 제독이 오란의 어깨를 두드리며 넌 다혈질인게 문제라고 했을 때 어째서 그는, 전장의 사령관은 조금 다혈질이어도 된다고 생각했을까. 저 성격은 다혈질의 문제가 아니라 치기 어린 혈기 수준이었다. 그저 미칠 노릇으로, 둘의 갑론을박에 관계되지 않으려 노력하던 병사를 오란이 불렀다.


    "막사로 안내해라. 새로 준비해 놓은 곳이 있을테지?"

    "예!"

    "그럼."

    "그리고 거기 너."

    몸을 일으켜 오란의 막사를 나서려던 기사를 불러세운 오란은 심술이 잔뜩 낀 모습으로 말했다.

    "설령 잠시간이라 할지라도 난 네 상관이다."

    "........알겠습니다."


    기어코 한방 먹이고서야 끝내겠다는 심산인 모양이었다. 그제야 약간 득의양양해진 오란을 뒤로 하고, 심적으로 지쳐 발을 질질 끌고싶다는 맘을 꾹꾹 억누른 채로 그는 청년기사를 이제부터 그가 지낼 막사로 안내했다. 사실 군장이랄 것도 없는 간촐한 차림으로 온 그였는지라 막사로 안내한 뒤에도 그를 도울 방법은 거의 전무했다. 안내 후 발걸음을 돌리려던 그의 어깨를 기사가 붙잡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내 말은 어디에 있나?"


    저 작자는 지금 다른 것보다 말이 먼저 걱정된단 말인가? 하긴, 그야말로 지금 입은 옷이 제일 무거울 듯한 차림으로 온 그가 가진 유일한 재산이라고 한다면 타고 온 말 정도이리라.  병사는 맡은 바 충실하게 대답해주었다.


    "잠시 물을 먹이고 솔질을 해주기 위해서 마구간에 데려다 놓았습니다. 곧 마구간지기가 데려다놓을 겁니다. 말이 꽤 지쳤다고 하던데요."

    "아마 배가 익숙치 않아서 그랬던 것 같군. 그럼 부탁하지."

    "예."


    막사를 걷어 그 안쪽으로 사라진 청년기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병사는 발걸음을 옮겼다. 저 정도까지 하례가 익숙하게 되려면 얼마나 많은 전장을 거쳐야 하는 것인지 그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스카하에서 잔뼈가 굵은 자신은, 사실 계급이 낮은 탓도 있겠지만 저렇게까지 자연스럽게 하대를 할 수 없었다. 하대라고 해보아야 이제 막 들어온 새끼병사를 교육시킬 때나 하려나. 자신의 굳은살 박힌 손보다 밀레시안의 손은 고울까, 아니면 거칠까. 병사는 그것이 문득 궁금해졌다.










    생각 외로 사나운 성격의 부분은 안드러났네요....만족하시려나 모르겠습니다. 일단 갠적으로 자정까지는 한번 꼭 올리자 싶어서요. 만족하실 수 있다면 좋겠는데:3c

    아리에나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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