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내 소개부터 필요할 듯하다.
나는 前 딴지일보 수뇌부이며, 前 사업기획실땅님이기도 하며, 前 음주불패 방장이기도 했다.
지금은 딴지의 아이디도 없앴으며, 더이상 마빡이미지 디자인도 하지 않고 있고 사이트 관리도 하지 않으며 딴지를 대표할만한 어떤 일도 하고 있지 않다.
다른 수뇌부 구성원들과 마찬가지로 체불임금이 쌓여있고 그럼에도 애정은 남아있다.
그런 사람이다.
열두살 넘게 어린 놈에게 욕 쳐먹어가면서도 혹시나 내가 좋아하던 조직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꾹 참고 술만 넘기는 그런 샌님이기도 하다. 욕한 새끼가 덜떨어진 개새끼지 욕먹은 내가 못된놈은 아니니까.
지금의 나는, 거지다. 알거지다.
딴지 역시 거지다. 알거지다.
그러나 가장 싫어하는 말이 ‘거지면 거지답게 구걸하라’는 말이다.
거지처럼 굶을지언정, 거지처럼 구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꼰대들의 가오다시다.
그렇기 때문에, 허리 꼿꼿이 펴고 의연하게 굶는다.
적어도 이것만큼은,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최후의 자존심이다.
열흘남짓 트위터를 쉬었다가 재개했다.
그리고 남긴 트윗은 딴지 후원계좌를 깐 일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건 후원계좌가 아니라 ‘(주)딴지그룹’의 법인 계좌다.
딴지 매점에서 티셔츠를 팔고 책을 팔고 스티커를 팔 때 이용하던 대표계좌다.
곧이어 건강보험공단이나 국민연금공단 등으로부터 압류를 당할 위험에 처한 계좌이기도 하다.
수년전부터 딴지의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아 곡절을 많이 겪었다.
유지가 힘들어 업데이트를 하지 못하고 있다가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다시 사이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어떤 투자자(라 쓰고 독지가라 읽는다)의 도움이 있었고 그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그 투자자(라 쓰고 독지가라 읽는다)는 거액을 날리고 아버지에게 호되게 혼났지만 어찌되었든 딴지는 되살아났다. 그리고 다시 거지같은 유지가 계속되고 있다.
그간 딴지의 유지를 위해서 많은 일을 했다.
광고도 달아보고 응원문자도 만들어보고 북리뷰도 했다.
그게 내가 딴지에 해준 일이고 약간의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회사를 운영할만큼의 수익은 되지 못했다.
대략 딴지 정도의 사이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달 2천만원 가량의 수익이 발생해야 유지가 된다.
사무실 비용, 호스팅 비용, 인건비 등의 비용을 합하면 대략 그렇다.
하지만 현재 딴지일보의 수익은 월간 200 남짓한 클릭광고 수입이 전부다.
그나마도 서버테러로 인해 한달동안 문을 닫으면서 제로에 가까운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때때로 상업인증소를 통해 수익이 전달되기도 하지만 그 역시 사정은 좋지 않다.
사업기획실땅님으로서, 딴지에 돈을 벌어다 주어야 하는 것이 나의 일이었지만 나는 그 일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만화티셔츠, 머그컵, 스티커를 만들어 팔고, 책도 끊어다 팔고, 북리뷰 캠페인도 하고, 한통에 900원이나 하는 유료문자 서비스도 만들고, 클릭광고 덕지덕지 붙이고 별 짓을 다해봐도 회사 하나를 유지시킬만큼의 수익을 내는데는 실패했다. 왜였을까? 나의 능력부족은 일단 인정하고 다른 이유를 찾아보자.
딴지의 방문객이 하루 10만명 남짓이라 치자. 물론 최근에는 그보다 훨씬 밑돌고 있다만.
이 정도의 사이트라면 광고수익만 월간 천만원 이상 나와야 하는게 당연하다.
인지도나 순위나 페이지뷰나 방문객이나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대부분의 광고업자들이나 사이트 운영자들도 의아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모르는 것이 있다. 딴지의 구독자는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은 검색엔진이나 뉴스포털을 통해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키보드에서
www.ddanzi.com이라는 주소를 입력하거나 자신의 북마크를 통해서 방문한다. 그것도 대략 오후 3~4시쯤 업데이트되는 시간에 맞춰서.
광고를 장착하고 딴지의 트래픽을 분석하면서 얻은 결론은 이렇다.
“딴지의 독자는 대부분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3~40대의 남성이다”
이들은 하염없이 서핑하는 여성이나 청소년들이 아니라 업무 중간에 잠시 쉬면서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다.
딴지가 속보를 취급하는 곳이 아니라 논평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그 긴긴 딴지기사를 읽고난 다음 다른 기사가 없는지 마빡에서 확인하고 더이상 없다면 웹브라우저를 닫고 다시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다.
낚시 광고나 ‘유용한 정보’에는 관심이 전혀! 없을뿐더러 이미 딴지의 기사와 그렇지 않은 것들의 차이는 빠꼼하게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딴지일보의 광고효과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아마도 다른 뉴스 사이트에 비해 절반 이하일 것이다.
물건을 팔아도 그렇다. 딴지에서만 구할 수 있는 신기한 물건이 아니면 사지 않는다.
같은 물건을 다른 곳보다 싸게 팔 수 있는 것도 아니므로 유니크한 상품을 팔아야 한다.
그렇다보니 팔기 위해서는 먼저 만들어야 한다.
촛불티셔츠, 야광티셔츠, 차량용스티커, 변색머그컵 등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팔리지 않는다.
유행이 지나서가 아니라 ‘살 사람들은 이미 다 샀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 물건이 필요해서 사는게 아니다.
딴지를 위해 얼마간의 돈을 부쳐주고 받은 ‘사은품’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딴지매점은 사실상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정해진 금액을 선택해 송금하고 사은품을 받는’ 창구일 뿐이었다. 최근에는 상업인증매점으로 바뀌어 제대로 된 물건을 팔기는 하지만 어찌되었던 독자들의 개념은 그렇다.
상황이 이런데도 딴지의 수뇌부는 후원계좌 공개를 거부한다.
아무런 서비스 없이 계좌를 공개하는 것은 ‘구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돈을 받는다면 무언가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딴지 매점에서 티셔츠를 팔고 머그컵을 판 것처럼 말이다.
독자들은 적선하고 싶지만 수뇌부는 구걸하지 않는, 자존심 게임이다.
거지면 거지답게 깡통을 내밀라는 요구에도, 볼펜 한 자루를 천원에 팔지언정 엎드리진 않겠단 거다.
그나마도 백원짜리 볼펜 천원에 파는 깡패짓도 못하고, 칠백원짜리 천원에 팔면서도 미안해하는 샌님이다.
한정된 풀에서 한정된 물품과 광고를 파는 딴지는, 그래서 수익구조가 막연하다.
이렇다보니 다른 사업을 해야 한다.
다른 곳에서 돈을 만들어서 딴지에 쏟아야 한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글을 써야 하는 샌님들이 그래서 돈을 벌러 나가야 한다.
자신의 생계는 따로 챙기고, 회사의 수익을 위해서 또 일하다가, 독자들을 위해서 또 글을 써야 한다.
수뇌부의 글은 일단 수준이 다르다. 너부리와 필독의 글은 깊이와 높이가 다른 기사와는 확연히 다르다.
그들은 글쟁이다. 돈을 버는 방법도 글쓰는 것 외에는 알지 못한다.
그렇다보니 속칭 ‘업자’들이 붙어서 따로 수익을 만들어줘야 한다.
지금 딴지의 광고를 맡아주고 있는 ‘게으른 수다장이’도 자신의 본업은 따로 있는 자원봉사자다.
상업인증소 역시 뚜벅이형의 노매드가 맡아서 해주고 있다.
서버비용 마련을 위해서 또다른 서비스를 기획하고 어떡하든 수익을 만들어주려는 곳도 있다.
만화가들은 공짜로 그림을 그려주어 그걸로 티셔츠를 찍었고,
때때로 독자들은 제주에서 공주에서 일산에서 갖가지 과일과 먹거리를 수뇌부로 보내준다.
해외의 어느 독자들은 웨스턴유니언으로 수표를 보내주기도 하고 딴지매점에는 ‘물건은 보내지 않으셔도 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배송주소로 딴지 사무실을 적어넣기도 한다.
나 역시 내 일은 해가면서 딴지에 마빡과 사이트관리, 부대수입을 챙겨주는 일을 했다.
(지금은 모든 일을 다 끊었다. 내 경제력은 이미 바닥을 치고 있다보니까)
딴지 후원계좌 오픈을 논의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대가없이 오픈하자는 내 의견과는 달리, 샌님들은 ‘무엇을 줄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
그렇다보니 논의만 있을 뿐, 줄것이 아무것도 없는 거지들은 깡통을 열지 못했다.
토크콘서트니, 후원행사니 별별 생각을 해봐야 역시나 ‘칠백원짜리 볼펜 천원에 파는’ 수준에 머문다.
무작정 후원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자존심 외에도 그들의 철학에 있다.
대놓고 정기적인 후원을 받게 되면 후원자들은 어떤 요구를 하게 된다.
스스로 딴지에 지분을 가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운영과 논조에 관여하게 된다.
편집부는 편집부대로 그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변하게 된다.
그 결과로 ‘재미가 없는’ 사이트가 된다.
이들이 생계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재미’가 없어진다면 그들은 딴지에 남을 이유가 없어진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의 소망과 현실을 맞바꾸는 타협에 이르게 된다.
그렇기에, 그들은 한손으로 그들의 꿈을 움켜쥐고 다른 한손으로는 그들의 굶주린 배를 움켜쥔다.
나는 꼼수다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골방에 모여 넷이 키키덕거리는 컨셉을 유지하기 위해서 유료광고나 공개방송도 하지 않는다.
공개방송은 이벤트처럼 한번은 할지 모르지만 그걸 수익모델로 생각하지 않는다.
꼼수다에 광고문의도 들어오지만 총수는 수용하지 않는다. 현실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회당 비용은 대략 250~300만원이 들어간다. 스튜디오 임대는 모르겠고 호스팅 비용만 그렇다.
꼼수다를 듣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트래픽은 증가하고 비용은 늘어난다.
이 비용이 대략 한달에 천만원 정도가 된다. 아마 청취자가 늘어날수록 더 늘어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꼼수다 한 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편당 300만원 이상의 수익을 내야 한다.
20초짜리 오디오광고 하나에 50만원을 받는다 해도, 그 광고는 6개를 넣어야 본전이다.
20초에 50만원이면 꽤나 고가의 광고지만 전체 구성상 관련없는 상업광고를 넣을 수는 없다.
만약 광고를 넣는다해도, 그 업체에 돌아갈 광고효과보다 불이익이 더 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적지 않은 이들이 나에게 꼼수다에 광고하고 싶다는 문의를 하지만 내 답은 ‘목숨걸고 광고하시게요?’다.
물건 몇개, 책 몇권 팔아보자고 곧 세무조사 당하고 싶으셔도, 미안해도 광고 못해줄꺼다.
아쌀하게 300만원짜리 광고 낸다고 하면 또 모를까.
딴지에 정기적인 후원을 하지 못한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다.
바로 비정기적이고 자발적인 후원뿐이다.
그냥, 아무 말없이, 아무런 요구없이, 입금하면 된다.
나는 꼼수다의 청취자가, 또는 딴지일보의 구독자가 10만명이라 치자.
이들 중에서 1%에 해당하는 1천명이 1만원씩만 입금한다 치자.
그러면 ‘나는 꼼수다’를 발행하는 호스팅 비용은 마련된다.
2%에 해당하는 2천명이 1만원씩 보낸다 치자.
그러면 딴지일보의 발행도 지속적일 수 있다.
3%에 해당하는 3천명이 1만원씩 보낸다 치자.
그러면 딴지에 프로그래머가 상근하면서 제대로 된 관리를 할 수 있다.
테러도 해킹도 막을 수 있고 서비스들도 정상화시킬 수 있다.
한달에 한번, 만원으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대한민국 1%’가 되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더이상 딴지의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문제로 편집장이나 총수와 상의하지 않아도 되는 입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딴지에 돈을 보낸다고 해서 내가 얻는 금전적 이익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보내시라.
되도록 매달.
계좌번호는 다음과 같다.
송금할 때 예금주를 제대로 확인하시라. 사기 아니다.
출처 :
http://hannaray.com/?p=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