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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229005
    작성자 : 익명ZGlrZ
    추천 : 0
    조회수 : 156
    IP : ZGlrZ (변조아이피)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4/10/13 20:01:30
    http://todayhumor.com/?gomin_1229005 모바일
    답답함이 조금 가실까 싶어 몇 자 적어봅니다.
    5일 전이었습니다. 친구에게 놀러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별다른 일이 없던 차에 친구도 보고 친구 얘들도 보고 싶어 그럼 보자 했습니다. 친구가 커피 한잔 하자 하면서 전에 한두번 갔던 커피숍으로 저를 이끌더군요.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 조금 하다가 주문을 하려니까 친구가 잠깐 기다리라 했습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뒤 커피숍 안으로 중년 여성 두분과 앳되어 보이는 꼬맹이가 들어오더군요. 세분이 들어서는 걸 보더니 친구가 일어나서 인사를 하더군요. 속으로 "역시 한국땅은 좁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는 합석을 했고, 친구가 번갈아 소개를 하더군요. 아시는 분이라 커피 한잔 같이 마시는 거구나 라고 생각을 했는데 아주머니, "전에 말했던 그 친구?"  친구, "네. 제가 말했던 그 친구요."  이 때부터 낌새가 이상했습니다. 무딘 성격의 저라고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까지 무뎌지지는 않았더라구요.  갑자기 식은땀이 나고, 자리를 피하고만 싶었습니다. 연신 아이스 커피를 들이켰습니다.  어디에 시선을 둬야 할지 모르는 저를 보던 아주머니가 "참 순하게 생기셨네요"  친구, "믿고 소개시켜주는 친구니까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이러더군요. 소개를 많이 받아봤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첨이네요. 장난하자는 것도 아니고 저런 꼬맹이를 소개시켜서 뭘 어쩌자구............
     
    내 나이 38. 한눈 팔지 않고 일만 하다가 돌아보니 결혼 적령기를 넘기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더군요. 다른 친구들은 거의 대부분 가정을 꾸렸습니다. 저도 결혼을 생각해야겠기에 주변 지인들과 친구들의 소개로 여러명의 이성분들을 만나왔습니다만 이런 황당한 경우는 처음이네요. 그녀의 나이가 20대랍니다. ㅠ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나오는 한숨. 띠동갑도 더 나는 나이 차이 ㅋㅋㅋㅋ  나보고 어쩌라는 말인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도 될 법한 천연기념물. 38인생동안 여자 손이라고는 엄마 따라 간 초등학교. 그거 뿐인 저에게 그녀의 소개는 부담으로 다가 올 수밖에 없네요. 그동안 여러번의 소개로 20번 넘게 이성을 만나왔지만 스킨쉽은 하지 못했습니다. 2달 3달 같은 분을 만나도 마찬가지더군요. 처음이라 어려워서 그럴 수고 있고, 아님 용기가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스킨쉽은 안 되더군요. 경제적으로는 좀 괜찮다 싶어서 그런가 소개는 많이 들어왔습니다. 여기 지역에서는 좀 알아주는 아파트와 차를 가지고 있네요.
     
    제 나이에 가볍게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런 꼬맹이를 소개시켜주면 어쩌자는 건지 친구가 원망스럽더군요.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친구가 그러더군요. 니가 제일 걸리는게 나이겠지만 나인 생각하지 말고 잘 해보라고요. 에라이 미친놈아 꼬맹이를 데려다가 뭘 하라고 그러냐. 니가 정신이 있냐. 그 꼬맹이가 결혼을 할것 같냐. 좀 퍼부었습니다. 꼭 연락하라는 친구의 말을 귀뜸으로 흘려보냈습니다.
     
    다음 날 친구가 연락해봤냐고 연락이 와서 안했다 하니깐 이것저것 따져서 어떻게 결혼을 하려고 하냐,  이것저것 따지다가 평생을 혼자 살꺼냐면서 핀잔을 주더군요. 그래도 연락을 안 했습니다.
     
    다음날 또 친구가 연락해서 꼭 연락하라고 하더군요. 친구의 성화에 못 이겨 그러면 연락해본다하고 긴 시간 고민끝에 꼬맹이에게 연락을 햇습니다. 만나자고 하니 그러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녁에 만나서 저녁 같이 먹고 차 마시고 헤어졌습니다.
     
    3일후 친구한테 놀러가니깐 친구가 어디론가 데려갔습니다. 꼬맹이 어머님과의 자리였습니다. 첫날 인상이 괜찮으셨다면서 딸과 잘 해보라고 하더군요. 딸을 어떻게 해서든 설득시켜서 꼭 결혼하게 만들겠다고, 결혼한 후에는 사람이 좋아서 딸에게 잘해줄 것 같지만 그래도 잘해달라고 하시더군요. 지금 딸이 위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몸이 좀 아프고 타지에 있는게 마음에 걸려 근처에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직장에는 어머님이 딸이 직장을 그만 둘꺼라는 말씀을 하셨다 합니다. 이번에 잠깐 쉬었다가 올라가면 짐정리해서 내려오게 만드신다는 말씀도 하십니다. 우리 딸이 착해서 내 말은 잘 들으니깐 결혼하라면 할꺼야. 이런 말들을 듣는 순간 화가 나더군요. 딸의 인생을 당신 자신의 뜻대로 결정을 하시려 하시다니....
     
     4일후 친구가 일이 있다면서 좀 도와달라 하더군요. 그래서 같이 어디론가 갔는데 꼬맹이가 어머님 하시는 일을 돕고 있더군요. 거기서 서너시간을 놀다가 왔습니다. 어머님이 하시는 일을 아무런 군말없이 힘들어도 참아내면서 하는 꼬맹이를 보니 대견하다 싶더군요. 요즘 젊은 애들은 놀기 바쁜데 아픈 몸을 이끌고 어머님을 돕는구나. 그 모습을 보니 나이보다는 더 성숙하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욕심이 생기더군요.
     
     욕심이 생기면서 여러가지 생각들이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물론 그녀의 생각도 모르면서 김칫국을 마시고 있지만요.
     
     내가 꼬맹이 인생에 끼어들면서 사이가 좋은 모녀지간에 틈이 생기지는 않을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머님은 뭐가 아쉬워 저같이 나이 많은 사람에게 어린 딸을 주려고 하시는걸까. 꼬맹이 하는 일을 관두게 하신다는데 내가 멈춰야만 꼬맹이가 그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10년 후 20년 후에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어머님 가정에 돈이 궁핍하거나  딸을 가지고 사기를 치는 건 아닐까. 나 같으면 결혼 안한 동생이 그런 남자를 데리고 오면 결사 반대 할 것 같은데 어머님은 왜 보내려 하시는걸까. 나쁜 의도가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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