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려고 누웠는데...
잠은 안들고 자꾸 생각이 납니다.
국민학교 3~4학년때 미술시간이 떠오릅니다.
연필로 묘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소묘라고 하나요? 아마?
그전에 사과나, 꽃병 등 사물을 그렸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수업시간에 마침 인물을 그리는 시간이었는지,
스케치북 등 준비물 안챙긴 친구가 칠판 앞에 나가 모델로 앉아 있고, 그 친구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그 친구와 최대한 비슷하게 그린다고 노력을 했습니다.
빛이 비치는 부분은 연필선을 안넣고, 그림자 부분은 연필선을 넣는건 이전 미술시간에 배워서 알고 있었습니다.
대충 얼굴은 그렸는데, (오래전 기억이라 정확하진 않겠지만) 명암이 차이가 나는 것 같아서,
밝은 부분을 더 칠하다 보니, 어두운 부분이 밝아진 것 같고, 그러다 보니 밝은 부분이 너무 밝은 것 같고..
해서 계속 덧칠하다 그림시간이 끝났습니다.
담임이 애들 몇명의 그림을 가지고 앞으로 나오라 해서, 친구들이 직접 평가하게 했습니다.
제가 그림을 들고 앞으로 나갔을 때, 진짜 사람같다, 잘그렸다, 등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미술학원 한번도 다닌적 없는 국딩3년치고 제 생각에도 잘그린 듯 했습니다.
하지만 담임의 평가는 제가 미술학원 다녔다고 생각했는지, 혹은 강하게 키우려 했는지 모르지만
명암도 안맞고 못그렸다 하더군요.
국민학교 3학년인데, 본인 수업시간에 명암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지도 않았으면서....
암튼 저는 당시 처음으로 선생도 완벽하진 않다는 생각을 처음 가지며, 그림 잘 그렸는데 평가를 못받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후, 그 이후 대부분의 미술 실습엔 재미를 좀 잃은 듯 합니다.
중학교로 넘어갑니다.
동판화와 목각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동판화의 경우.
미술선생이 학교 앞에 파는 동판화는 안좋으니, 시내에 있는 미술점에 파는 제품을 사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절반 이상의 아이들은 미리 시내까지 나가 그곳에서 제품을 사고, 실기를 망쳤습니다.
저도 물론이고요.
부식액?이라 하나?그게 이상해서, 동판이 썩어버렸고, 미술선생은 썩은 동판을 쓴 학생들의 점수를 깎았습니다.
반면 선생의 말을 안듣고 부랴부랴 학교앞 문구점에서 산 애들은 점수가 좋았죠.
당연히 항의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부식액 직전의 저의 작품은 정말 좋았습니다.
당시 락을 좋아했고, 일렉기타치는 사진을 보며 작업을 했고, 비율은 안맞지만, 거의 그대로, 역동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제 작품을 본 친구들은 너 정말 잘한다 등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그중 정말 기타를 사랑하던 한 친구는 제 썩은 동판화를 정말 갖고 싶다하여, 선물로 주기도 했거든요.
목각으로 넘어갑니다.
두깨 2~3cm에 A4용지 정도 크기되는 나무판을 조각칼로 파고, 사포질하고, 니스칠해서 나무접시를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옛날 호프집가면 마른안주 담아주는 그런 나무접시 같은거요.
대부분의 친구들은 동그랗거나, 좀 어려워야 눈사람, 하트모양 이었지만, 저는 도깨비 방망이 모양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자라나라 머리머리이지만...
당시 엄청난 머리숯과 시꺼먼 눈썹에 도깨비의 별명을 갖고 있었고.
공부는 못하지만, 미술이라도 잘 받자는 마음에 어려운 모양을 시도 했죠.
눈사람, 하트모양으로 만드는 친구들도 파이는 부분을 제대로 못깎는 친구들이 많았지만,
저는 대략 10개정도의 뿔이 있었고, 20개 정도의 파이는 부분들이 있었죠.
조각칼로 뿔모양을 깎고, 틈새를 사포질 하고 해서 도깨비 방망이 단면을 완성하고 가운데를 파서 접시처럼 만들었죠.
그리고, 니스칠을 하고 결국 최고 점수를 받았습니다.
아 또 그리고..비슷할 당시 교회 다닐땐데,,
왜인지 우리 남자들은 교회에서 같은나이 여자애들이 더 사랑을 받는다 생각했습니다.
같은 일을 해도 여자애들만 칭찬을 받거나 상을 더 받는다는 등의..
그러다 교회에서, 뒷산에 그림을 그리러 간적이 있었죠.
물감을 챙겨온 여자애들부터 다양한 준비물들이 있었는데..
저는 크레파스만으로 멀리 풍경을 담아냈고, 보통 산이면 녹색만 쓰는데, 저는 제 눈에 보이는 보라색, 녹색, 파란색, 노란색 등을 모두 산에 넣었습니다.
가까이 보면 이상했지만, 멀리 볼수록 좋은 그림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같은 남자 친구들도 인정해줬고, 이번에도 제가 아닌 여자애들 상받으면 이거 정말 사기다, 교회 때려친다는 소리까지 나왔습니다.
다행히 제가 받았습니다.
아마, 이때 전후로 전 부모님께 미술을 하겠다고, 미술학원 보내달라고, 미대가겠다고 했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아....부모님 말씀이 맞겠지??하며 그냥 포기했었습니다.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살다가 난 왜 꿈이 없지? 하며 지냈었고..
지금껏 흘러온 듯 하네요.
그리고 보통의 사람처럼, 미래 고민도하고, 현재고민도 하며 살아오고...
남들처럼 게임도 해보고, 사진취미 가져보려고도 하고..
삶에 지쳐 그런가...다 재미 없네요.
위에 에피소드도 이미, 20몇년이 흘렀어요.
글에서 느끼실수도 있겠지만...
칭찬 받기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제일 큰 칭찬들은 미술이었던것 같네요.
이후 큰 칭찬 받아본 기억이 없어요.
오히려. 나 잘했다고 자랑했더니 나댄다는 식의 얘기는 들어봤네요.
이제라도 미술...
그 중에서 일단 접하기 쉬운 그림 다시 시작해도 되겠죠?
물론 본업은 따로 있고, 남는 시간에 취미로 그린다는 이야기 입니다.
저보다 많이 배우신 분들도 많으시고, 훨씬 뛰어난 작품 하시는 분들 많으시지만..
이제라도...색연필로라도 그리다보면 잘그렸다고 칭찬해주시는 분 한분쯤은 계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