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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22337
    작성자 : 스크린쿼터
    추천 : 56
    조회수 : 1889
    IP : 221.138.***.56
    댓글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6/02/09 06:54:18
    원글작성시간 : 2006/02/08 17:55:45
    http://todayhumor.com/?humorbest_122337 모바일
    영화인 이야기(펌)



















    영화 판 뒷면 ...스텝..



    |
    +하늘을 날아서..+

    2004/04/23 17:59
    http://blog.naver.com/nanafen/80001937306



    여기는 충무로의 어느 여자 나오는 술집.


    - 야 충무로에서 제일 잘나가는 사업이 뭐냐?
    - 뭐 충무로?...인쇄소?
    - 인쇄소 말고.
    - 아, 사진기 파는데?


    술집 나가요 걸이 현직 영화사 PD에게 했다는 말이다.


    충무로엔 영화사가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영화사가 다 떠나가고 있다.


    60년대 시골에서 영화배우가 되겠다며 무작정 상경하여 감독들과 제작자들이 자주 간다는 다방으로 달려가 몇날몇일을 죽치고 앉아 있다 마지막에 감독의 바지가랭이 붙잡고 엑스트라 자리라도 달라고 애걸하던 충무로...


    영화사들은 이제 주차공간의 부족이라는 아주 현실적인 이유 덕분에 강남으로 강남으로 이동해 가고 있다. 그리고 내 마음속 충무로도 그렇게 떠나가고 있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안정효 선생님의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란 소설이 있다. 남부군의 정지영 감독이 최민수, 독고영재를 데리고 1994년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 되어진 바로 그 이야기.


    사람들은 이 작품을 보며 충무로 키드들이 이런 전차로 충무로로 달려가고 있겠거니 하지만, 나에게 있어선 절반의 진실일 것이다. 단순히 영화가 좋아서 비디오 방 알바를 했었고, 영화를 모았고, 영화작법책/시나리오 작법책 등등을 탐독하는 모습은 어쩌면 헐리우드의 신성이라 불리워 졌던 쿠엔틴 타란티노와 닮았을까?


    하긴 쿠엔틴 타란티노에게도 궁상맞던 무명시절이 있었고, 그 덕분에 무명시절 자신과 정이 들었던 현대 엑셀을 버릴수 없다며 엄살피우던 모습을 보며 나도 언젠간 저런 시절이 올거라 스스로에게 다짐하던 시절도 있었다.


    내가 영화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고 마음먹었던건 1998년 IMF가 한창이던 그때 그 시절이었다. 누군가 그랬던가? 경제가 어려울수록 영화계는 더 호황이라고. 사람들은 잠시잠깐 삶을 잊고 꿈을 꾸고 싶어 영화관을 찾는다고 말이다. 그랬다 미국 대공황 시절에 미국 영화계는 호황을 달렸던 예처럼 한국영화판은 경제위기 속에서 성장했었다.


    내가 영화를 하겠다 했을때 영화판 선배는 내게 진지하게 이런 말을 건넸다.


    - 감독이 되고 싶은거야?
    - 네
     - 너네 집 돈 많냐?
    - 아뇨
    - 그럼 때려쳐


    그때 내가 선배에게 던진 치기어린 한마디가 바로 이거였다.


    - 형, 나 내 인생을 걸었어.


    선배는 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 너 글은 잘쓰냐?
    - 예?


    영화판에서 감독이 되는 가장 빠른 방법이 3가지 있다.


    첫째, 글을 잘 써서 어떤 제작자든 이 시나리오를 사겠다고 덤벼들 작품을 써서 그걸 들고 영화사를 찾아가는 방법이다. 어찌보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싱어 송 라이터처럼 자기가 글을 쓰고, 자기가 그 글을 영상으로 옮긴다는 것 이거 정말 괜찮은 방법이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둘째, 돈이 많아서 NYU같은 곳으로 유학을 갔다오거나 헐리우드로 직접 달려가 그곳에서 배운 다음 국내로 돌아와 감독을 하는 방법이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이런 유학파 감독들이 충무로로 흘러 들어왔다.


    셋째, 집에 돈이 많아 직접 영화를 제작하는 방법이 있다. 이건 두 번째 방법과 연계해서 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L모 감독이라고 이런 케이스가 90년대 말에 한번 있었다.


    우리집은 돈이 없다. 그리고 그때 당시엔 로또도 없었다.


    나는 그렇게 충무로에 있는 영상작가 교육원이란 곳에 들어가게 되었다. 충무로 키드의 시작이었다.


     


    가을에 만난 남자







    2001년 10월, 나는 허탈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위안부 누드 파문으로 X년이 된 이승연과 박상원 주연의 [가을에 만난 남자]라는 드라마가 MBC에서 방영된 것을 독자 여러분들은 아시는지? '아~ 그 드라마' 하시며 고개를 끄덕일 분들 계실 것이다. 당시 이혼 남녀들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 냈다면서 나름대로 반향을 일으켰다.


    그 드라마도 어쩔수 없는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그런 드라마였고, 선남선녀가 이혼녀 이혼남이란 타이틀로 나와서 삼각관계를 형성한거까지 기존 드라마와 별 차별성을 보이지 못했지만, 단 한가지 신선한 것이 있었다. 배경이 영화판이었다.


    당시 이 드라마를 본 충무로의 스탭들과 기획실 PD들 기획실 직원들은 분노하였다. 분명 이 작품을 쓴 작가도 글밥을 먹고, 영화판 돌아가는 사정을 알 터인데도 시청률을 위해 고의적으로 사실을 호도하고 왜곡하다니...슬펐다.


    루이비통 핸드백과 알마니 셔츠, 베르사체 정장과, 샤넬 향수가 난무하는 영화판이라...서글펐다.


    2001년 늦가을의 어느 한때 충무로의 돼지 껍데기 집에서 나와 연출부들은 와인을 마시며 우아하게 영화 기획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승연과 영화사 사장의 모습을 TV로 봐야 했었다. 돼지 껍데기에 쓴 소주 한잔을 걸치며 삶의 고단함과 영화에 대한 열정 속에서 갈등하던 우리를 비웃듯이 그들은 와인 그라스를 부딪히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영화에 대한 열정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그날 이후로 난 영화 감독으로 입봉한다면 절대로 이승연과 박상원을 내 영화에 출연시키지 않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하였다. 둘다 영화를 찍었던 배우였는데,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영화 촬영 현장에서 그 고생을 하는 스탭들을 바로 옆에서 봐 왔을텐데 어떻게 저런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할 수 있느냔 말이다.


    [가을에 만난 남자] 중 유일하게 고증이 맞았던 딱 두가지가 있었다. 미술팀들이 떼돈을 번다는 것과 '입봉'이란 용어였다.


     


    쉬리







    [쉬리]가 나오기 전 한국 영화 한편의 평균 제작비가 얼마였을까? 보통 10억 내외였다. 이때 강제규 감독이 들고 나온 한국형 블록버스터 [쉬리] 이 한편의 제작비가 35억 정도였다. 블록 버스터라 불릴만 했다.


    2004년 현재 한국 영화 한편의 평균 제작비가 얼마일까? 36억 정도이다. 불과 7년 사이에 3배이상이 뛰어버렸다. 영화 한편을 찍는데 무슨 돈이 그렇게 많이 들어가는 걸까?


    영화 촬영 기자재 이야기를 먼저 해야 겠다.


    35미리 상업영화 한편을 찍기 위한 기자재를 하루 렌탈하는데 드는 비용이 3천만원 내외이다. 보통 영화 한편 찍기 위해 촬영 나가는 회수가 40회에서 50회이다. 아무것도 안하고 영화 기자재만 하루 빌려도 3천만원이 그냥 날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배우 인건비, CG(요즘은 멜로 영화에도 CG가 들어간다), 각종 특수효과 들어가면 제작비 금방 위험수위에 도달한다. 그렇다. 영화 찍는데 돈 많이 날아간다. (장선우 감독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찍다 말고 시나리오 다시 쓰겠다고 사라진거 보면서 목구멍까지 욕이 치밀어 올랐다. 제작비를 그렇게 날려먹어야 한다니 제정신인가?)







    [쉬리]를 찍은 강제규 감독을 개인적으로 존경했었다. 지금은 많이 사그러 들었지만, 그래도 그분의 행보 한발짝한발짝을 수많은 이름없는 영화인들은 '희망서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이 사람, 시나리오 작가로 시작해 당대 최고의 영화 감독자리까지 올라섰다. 물론 와이프의 절대적인 지원이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이 사람의 행보는 분명 희망이었다. 물론 강제규 표 '사기'를 치는건 연출자적 입장에선 좀 피해가고 싶지만 말이다(그는 네러티브가 딸리는 부분은 뮤직 비디오 찍듯이 분위기 있는 배경음악 깔고는 달리로 한바퀴씩 돌려 버리는 식의 ‘사기’를 쳐 버린다. 이야기 구조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도망가 버리는 것이다).


    2001년, 영화 현장 스태프들이 들고 일어났다. 대종상 시상식장 앞에서 피케팅을 했지만 아무런 의미 없이 그냥 그렇게 사그러 들어야 했다. 한국 영화 제작비는 세배 이상 뛰어 올랐지만, 현장 스탭의 임금은 그때 그 시절의 그것과 별반 달라진게 없었다. 있다면 막내까지 계약서를 쓰는 경우가 아주 가끔 가뭄의 콩나듯 ‘발견’ 되었다는 정도?


    쉬리가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만들어 냈지만, 현장 스탭의 봄은 만들어 내지 못했다. 쉬리를 찍은 강제규 감독 마저도 이를 무시하고 있는데 더 무엇을 말해야 할까?


    강제규 필름에서 쉬리를 끝내고 나서 시나리오 작가들을 모집한 적이 있었다. 일종의 드림팀이었다. 잔뜩 기대를 했던 시나리오 작가들은 혹시나 했던 기대를 역시나로 접어야 했다.


    돈 많은 영화사에서 했던 일들, 무엇이었을까? 시나리오 작가들 잔뜩 불러모아 방을 주고 pc를 주고 점심을 주고, 저녁을 주고 어쩔땐 아침도 준다. 그리고 교통비를 준다. 시나리오를 쓰고, 각색을 하고, 아이디어를 모으고 다 한다. 그리고 교통비를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간다.


    돈 많은 영화사에서 영화 스물 몇편을 준비한다는 말을 한다. 아주 간단한 방식이다. 영화감독을 뽑고,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담당 PD를 붙혀준다. 방도 준다. 그리고 밥을 해결해 준다. 감독은 연출부들을 꾸린다. 잘하면 시나리오 작가도 꾸린다. 시나리오 초고가 나올때까지 그들은 무임금으로 글을 쓰고, 시나리오 각색을 하게 된다. 만약 감독이 가오잡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연출부들 통째로 여기에 매달리게 된다. 이 기간동안 아무런 확신도 없이 연출부들과 조감독은 계속 이 시나리오에 매달린다. 감독이 가오 잡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아주 양심적으로 비서겸 쓸수 있는 연출부 한두명만 둔다. 역시 이들은 아무런 댓가를 기대할 수 없다.


    초고가 나온다고 이야기가 달라지는게 아니다. 초고가 재고로 넘어가고 재고가 삼고가 되고, PD가 만족하고, 회사가 만족하고, 투자자가 만족하는 시나리오를 뽑아내야 한다. 이때까지 연출부들은 아무런 댓가를 얻을 수 없다. 이때 연출부들은 아르바이트를 뛴다.


    소위 Pre-Production이라 불리는 기간 중 가장 중요하다는, 아니 영화를 찍을때 가장 중요한 시나리오를 쓰는 작업이 그렇게 이해 안가는 구조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한국 영화 시나리오가 허접하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 알겠는가?


    이 기간, 짧아도 6개월이다. 길면 한정 없다. 영화사들은 이 기간동안 그냥 밥값만 쥐어주면 되는 것이다. 밥값만...


     


    와이키키 브라더스







    2001년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개봉되었다. 시사회장에서 이 영화를 보며 나는 내 세컨드(영화판에서 조감독의 첫 번째 조수를 그렇게 부른다. 내가 퍼스트이고, 그 다음이 세컨드, 서드...)와 난 눈물을 흘려야 했다.


    가슴 절절한 그들의 사연이 바로 오늘의 내 이야기 였다. 아니 지금의 영화판 현장 스탭들의 이야기 였다. 그 이후 영화판 스탭들은 입소문을 타고 이 작품을 보겠다며 영화관을 찾았다. 비록 일찍 영화를 내렸지만, 우리는 이 작품을 보며 울었다. 바로 우리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작년에 난 조감독 페이로 3천만원을 벌었다. 연봉으로 따지면 난 과장급 정도의 돈을 벌어들인게 되는 것이었다.주변에서 다들 돈 좀 벌었다며 나에게 한턱 쏘라며 농담을 건넸다.


    나는 요 2년동안 한작품도 하지 못했다. 물론 그 사이 두작품을 준비 했었다. 그러나 두 작품 다 엎어졌다. 작품이 엎어지면 조감독들과 연출부들은 뿔뿔히 흩어져야 한다. 그렇게 나는 두 번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3번째 작품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다면 내 연봉은 1천5백만원 선인가? 그 정도면, 옥포 조선소의 비정규직 근로자들 보다는 좀 많이 버는 셈이다. 많이 버는 것일까?


    좀 재미없는 이야기를 해야겠다. 내가 번 3천만원이란 돈은 나 혼자 다 챙기는 돈이 아니다. 국가가 세금을 떼가서 그런가? 아니다. 내가 데리고 있는 내 조수들 세컨드 서드와 스크립터들을 떼줘야 한다.


    난 여기서 1천5백만원을 뗀다. 그리고 나머지 1천5백만원을 이 세명에게 나눠 준다. 그들 세명은 5백만원씩 버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번 돈 1천 5백만원 중 내가 낼 세금과 이들이 낼 세금을 내가 내준다. 보통 관례가 그렇다. 이들에게 5백씩 떼어주고, 내가 그들의 세금까지 내 주는 것 그리고, 계약 하기 전까지 고생한 그들을 위해 난 술을 한번 쏜다. 보통 그렇다.


    그럼 내가 버는 돈은 1천만원이 된다. 대충 그렇게 계산이 떨어진다.


    내 연봉은 1년에 5백만원이다. 어느 정치인의 하룻밤 술값이 될지, 어떤 졸부의 하룻밤 오입값이 될지 모를 액수지만, 나에게는 1년간의 피땀이 묻어난 돈이다. 그리고 내 열정과 꿈을 팔아 번 돈이다.


    고백하건대, 나는 운이 좋은 놈이다. 이미 조감독 자리까지 올라가 있고, 캐리어로 쌓을수 있는 작품이 두개이고, 슬슬 한 작품을 더해 보고 시나리오를 준비해 감독 입봉 준비를 해 볼수 때가 되었다는 것. 이건 축복받은 혜택이다. 그리고 난 과분하게 1년에 연봉 5백을 벌었다.


    조소나 비아냥이 아니다. 말 그대로 난 영화판 현장 스탭 중에서 운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이렇게 운이 좋은 나도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며 눈물을 흘려야 했다. 임순례 감독은 영화 현장 스탭을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작품이 영화 현장 스탭들에게 비춰지는 느낌은 바로 우리를 위한 비가(悲歌)였던 것이다.


    우리는 영화를 찍으며 서로에게 이런 농담을 던지곤 한다.


    - 대한민국이 버린 국민들
    - 우린 국민도 아니다.


    우리는 4대보험이란게 뭔지도 모른다. 우리는 세금도 내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가 계약하기 전까지 세금을 내지 않는다. 낼 돈이 없기 때문에 말이다. 국가가 우리에게 의무 지울수 있는 단 한가지는 예비군 훈련 참석 통지서란 종이 쪼가리 하나 뿐이다. 그나마 우리 스크립터는 여자라서 그 의무에서 벗어나 있다


     


    조폭 마누라







    현진 영화사란 영화사가 있다. 이 영화사가 망하기 바로 직전에 소 뒷발로 쥐잡은 영화가 있었다. 바로 신은경 주연의 [조폭마누라]였다. 이 영화사의 이순열 사장이 조폭마누라 스탭들 학력이 엄청나게 좋다며 기분 좋게 하야트 호텔에서 '발렌타인 17년산'을 쐈다는 풍설은 영화계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일이다.


    이 영화의 투자자는 서세원이다. 배급은 코리아 픽쳐스, 제작은 현진 영화사이다.


    영화는 보통 이렇게 만들어 진다. 투자자가 돈을 대고, 제작사가 영화를 찍고, 이 완성본을 배급사가 영화에 돌리는 것이다.  여러분들이 영화 한편을 볼때 보통 7천원의 돈을 낼 것이다.(예전에 붙던 문예진흥비는 올해 사라졌다. 그 1000원은 소리소문 없이 영화사와 극장주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7천원의 절반은 극장주가 먹는다. 나머지 3,500원을 가지고 투자사와 배급사와 제작사가 나눠 먹는다. 2003년 현재, 주식보다 영화의 수익률이 더 좋다는 펀드 매니저들의 평가가 있었다. 2002년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과 [예스터데이], [아유레디] 이 세 편의 초특급 악재. 아니 [성냥팔이 소녀의 재앙]이라는 한작품 덕분에 충무로에 몰렸던 그 수많은 눈먼 돈들을 충무로를 떠났었다. 그래도 주식투자보다 이문이 남는다니 다들 아직까지 돈을 싸짊어지고 나서고 있다. 올해도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 덕분에 또 돈이 몰릴것이다. 다행이다. 돈이 몰린다니.


    영화가 흥행되면 우리에겐 어떤 보상이 있을까?


    언제부터인가 이 나라 영화계에 러닝 개런티란 말이 튀어나왔다. 배우들, 감독들, 잘하면 시나리오 작가에게까지 돌아가는 혜택. 현장 스탭들에게 있어 보너스란 개념은 오로지 영화사 사장님의 마음에 달려있는 일이다. 영화가 잘되어 기분이 좋으시면 보너스를 주신다. 그러나 그렇지 않으면 없다.


    누군가 영화는 종합예술이라 말을 한다. 한편의 영화를 찍는데 들어가는 인력은 대충 잡아도 200명이 넘어간다. 그들의 노력 하나하나가 모여 영화란 종합예술이 태어난다. 혹자는 영화산업을 자본주의의 최첨단을 달리는 산업이라고도 한다.


    자본주의의 최첨단을 달리는 산업 답게 영화계의 노동착취 역시 최첨단을 달린다.


     


    모던 타임즈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란 작품이 있다. 양손에 스패너를 들고 정신없이 나사를 조이는 단순반복의 일. 슬랩스틱 코미디라 웃으며 보기엔 너무도 애처로운 그 작품


    내가 퍼스트로 올라선 어느날 내가 모시던 감독은 내게 이런말씀을 하셨다.


    - 지금 현장에서 내가 쓸수 있는 애가 몇 명이나 있냐? 한 10명 정도 쓸수 있냐?


    80명이 넘는 현장 스탭을 보며 감독님은 자기가 쓸수 있는 스탭이 몇 안된다며 혀를 내둘렀다. 쓸만한 애가 없다는 것이다. 나머지 70명의 스탭들은 말 그대로 이리저리 헤쳐다니느라 정신이 없는 애들이었다. 그렇다 한국 영화는 찍으면서 배워 나가는 영화이다.


    현장에서 보는 영화계는 정말 돌아가는게 신기할 정도로 주먹구구식이었다.


    헐리우드에선 로케 한번을 나갈때마다 제작부 팀장이 따라 움직인다(물론 우리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들의 목적은 약간 다르다). 로케를 떠나서 최초 1시간 안에 촬영에 들어갔는지, 그리고 촬영에 들어가서 한컷을 찍는데 몇시간이 들었는지, 그리고 그날의 할당 컷을 찍었는지를 체크 한다. 만약 촬영에 지연이 있다면 촬영, 조명, 감독, 음향 등등 각 파트별 치프를 불러 세워 원인규명을 해서 펑크를 낸 파트에 경고를 먹인다. 그리고 이게 3번 누적되면 자동으로 아웃시켜버린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영화계는 그런 것이 없다. 내가 가장 답답했던 가장 큰 것은 게퍼들...아니 조명이라 해야겠다. 조명 때문에 답답했다. 우리나라 조명에 대해 한마디만 하겠다.


    - 좀 빨리 움직이면 안됩니까?


    이다. 카메라 세팅되고 나서 우리는 한두시간을 그냥 기다린다. 조명 한번 세워보고 빛 자르고, 세팅하는데, 기본 한두시간이다. 그렇게 시간을 잡아먹는다.


    한국 영화에서 일출장면과 일몰장면을 보기가 힘든 이유를 아는가? 찍을수가 없기 때문이다. 일출장면 한번 찍자고 카메라 세팅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조명 세운다고 미적거리다 그냥 해 떠버린다. 일몰도 마찬가지이다.


    실력의 한계와 나태, 그리고 아무리 부지런하다고 해도 배울래야 배울 기회조차 없다.


    영화가 일단 슛이 들어가면 영화제작 현장은 감독이 왕이다. 아무도 터치를 못한다. 오죽하면 헐리우드 감독 할래 한국 감독 할래 하면 주저 없이 한국 감독 하겠다 하겠는가? 촬영장에선 적어도 감독이 왕이다. 아무도 촬영지연에 대한 명확한 책임을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전반적으로 느리게 작업한다.


    요즘 한석규 주연의 영화가 엎어지고, 투자자들이 소송걸고 하는 것들이 남의 일이 아니다.


    작년부터 영화판에 쏠렸던 돈이 뮤지컬 쪽으로 빠지는 이유 역시 그렇다. 한국 영화에 돈을 묻는다는 것 내가 봐도 꽤 고민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한국 영화에 일단 돈 들어가면 사기꾼으로 돌변하는 기질을 보인다. 제작기간을 지키는 건 차라리 정치인이 돈 안받는다고 말하는 것 보다 더 심한 거짓말이다.


    한정없이 길어지는 제작기간에, 열에 여덞아홉은 초과하는 제작비 때문에 촬영 중에 또다시 돈을 찾아 떠나는 제작사들 - 결국 뭉칫돈들은 뮤지컬쪽으로 방향을 슬슬 돌리고 있다. 딱 몇 개월 연습하고, 무대 장치 끝내고, 몇회 공연하고, 히트하면 지방 공연으로 빠지는 그들은 적어도 약속은 지켜낸다. 투자금 회수가 빠르다는 것이다.


    그 제작비의 누수를 보며 난 안타까웠다. 그 피같은 돈을 차라리 현장 스탭들에게 돌렸으면 지금 내가 이렇게 장문의 글을 안써도 될터인데 하는 아쉬움 말이다.


    그리고 현장 스탭에 대한 아쉬움 또한 지금 진하게 밀려온다. [모던 타임즈]를 보며 어쩌면 저 모습이 우리의 그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들의 노동착취 모습이 닮은 것도 있지만, 그 일하는 모습에 있어서도 말이다. 우리는 하는일이 없다. 아니 막내와 바로 위에까지 하는 일이 짐꾼 역할이다. 그게 다다. 그리고 보고 배운다고 말한다.


    발전기도 들어보고, 의자도 날라보고, 박카스도 나눠주고 한다. 위문 온 배우나 감독이 오면


    - 000 감독님이 위문 오셨습니다. 박카스 몇박스를 들고 오셨습니다!


    라고 호기롭게 외쳐보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일이란 역시 짐꾼 역할이었다.
    누벨바그를 말하고, 느와르를 말하던 내가 짐꾼 역할을 몇 년 했었다.


    한국 영화는 도제시스템이었다. [쉬리]를 찍던 시절까지 촬영감독협회는 촬영감독 협회 회원이 아닌 촬영감독이 촬영한 영화에 대해선 현상을 안해주겠다고 협박을 했었다. 외국에서 촬영을 공부하고 돌아온 감독들이 촬영 감독을 하는 것을 보며 그들의 생계가 위협받게 되었던 것이다.


    이건 심각한 문제이다. 이 문제를 가지고 촬영감독 협회를 일방적으로 욕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살아야 한다.


    우리나라 영화판에서 촬영부 조수는 몇 년씩 조수 생활을 한다. 그 인고의 세월을 넘고 넘어 촬영 감독이 되기까지엔 오랜 시간 착취(!)를 당해야 한다. 보통 그렇게 버텨내야 한다. 촬영감독의 페이를 가지고는 그들 전부에게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주지 못하므로 그들은 도제 시스템이란 시스템 안에 스스로를 가둬 두고는 그렇게 스스로를 착취해 가며 살았다.


    그런데 이런 세월을 건너뛰겠다며 헐리우드나 체코, 러시아로 날아가 촬영을 배운 그들은 그들만의 바스트 샷, 그들만의 컷을 들고 나와 아무런 인고의 세월 없이 촬영 감독이 되는 걸 바로 자기들이 데리고 있는 조수들이 본다면 누가 자기 밑에서 몇 년간 썩으려 하겠는가?


    촬영감독들과 촬영부 퍼스트들이 가장 많이 싸우는 때가 퍼스트들이 입봉을 하겠다며 감독의 품을 떠나려 할때이다. 촬영감독들은 이제 써먹을만 하니까 나간다며 불평을 하고, 퍼스트들은 그만큼 부려먹었으면 되는데, 자신을 위해 자리를 만들어 주지는 못할망정  훼방을 놓는다면 불평을 한다.


    내가 보기엔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구조적인 영화판의 문제일뿐이지.


     


    실미도







     






    영화하는 사람들은 좋겠네. 이 지독한 불황에 돈이 넘쳐 나니.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영화산업 매출액은 3조5,000여억원. 97년에 비해 무려 3배가 넘는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난리를쳤으니, 올해에는 그 규모가 더 클 것이다. 당연히 모든 영화인들 주머니가 두둑할 것이라고. 모르는 소리. 한국영화가 잘 될수록 떼돈 버는 인간은 셋 밖에 없다. 투자자와 제작자와 멀티플렉스 경영자.


    1,100여만명 동원한 ‘실미도’는 대략 660억원을 벌었다. 절반이 극장 몫. 나머지 330억원에서 마케팅, 광고, 배급 비용을 포함한 총제작비 120억원을 뺀 210억원이 극장상영에 따른 ‘실미도’의 순수익이다.


    210억원의 배분을 보자. 제작사(한맥영화사)에 따르면 투자사인 플레너스가 60%(126억원)를 가져간다. 통상 나머지 40%(84억원)는 제작사 몫이지만, 이 영화의 경우 강우석 감독이 지명도를 내세워 지분으로 그 절반을 요구해 42억원만 챙기게 됐다. 그럼 강우석은 얼마를 벌었을까? 플레너스가자기 회사이니 총이익의 80%인 무려 168억원을 독식했다. 게다가 감독료3억원, 배급(시네마서비스)까지 독점해 26억원을 더 챙겼다. 그래도 해외수출, 비디오, 방송 판매 수익은 남아있다.


    주연 배우들은? 성과급 계약을 못해 출연료가 전부다. 그 돈도 적지는 않으니 그나마 낫다. 밤낮 없이 6개월 가량을 고생한 200여명의 스태프는 비참하다. 순제작비 82억원중 12억원을 나누었다. 2003년 국정감사 결과와똑같은 1인당 600만원 꼴. 주연배우 출연료의 2%에도 못 미치는 1인당 600만원 꼴. 1년에 두 편을 해도 연봉이 1,200만원이다.


    더구나 그 적은 돈을 녹음, 조명, 촬영 팀장이 임의로 분배한다. 오죽하면중국서 촬영한 한 영화의 경우, 녹음팀 막내가 4개월 동안 죽도록 고생하고 50만원을 맡아 노동부에 제소했을까. 아무리 도제식이라고 하지만 이건이중 착취다.


    돈 많은 강우석 영화라고 다르지 않다. ‘실비도’에 미국 직배사가 투자하려 했을 때는 ‘남의 돈’이니 통상보다 1.5배를 주려 했다가, 플레너스로 바뀌자 ‘내 돈 아까워’ 오히려 깎았다는 후문이다. 유일한 기대가 흥행 보너스인데, 그게 ‘거지 동냥 주듯’ 제작사와 투자사 마음대로다. 관객 1,000만명이면 뭐하나. 두, 세명 떼부자 만들어주려고 온몸으로 스크린쿼터를 사수했나.


    방법은 하나. 할리우드처럼 적정한 임금과 합리적 배분,정당한 성과급과고용안정을 위한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으로 이 문제를 연구한 한국영화 4부 조수협회는 “도제시스템이긴 하지만스태프도 임금 근로자다. 노동조합 설립이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노조가 생기면 제작비가 커져 경쟁력이 약해진다고 제작자와 투자자는 말할 것이다. 그럼 그들이 앞장서 천정부지로 올려놓은 배우 출연료는?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고 외국 평론가들은 “미국서는 10배는 들어야 나올 화면”이라고 말했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가 스태프의 저임금 덕분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제 더 이상 “그들은 영화가 좋아일하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 한다”며 노동과 전문지식을 착취하지 말라.


    당장 서둘러야 한다. 3년 전처럼 ‘운동’으로만 끝나지 말아야 한다. 어려운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고, 지금은 여건도 좋지 않고, 나는 조금 더받으니까 괜찮다고 외면하면 영화에 돈이 아무리 넘쳐도 당신들은 ‘그늘’ 신세다. 그러니 강제규 감독의 평가처럼 ‘진정 한국영화 부흥에 일등공신’인 한국영화 스태프여, 단결하라


    한국일보 이대현 문화부장께서 쓰신 글이다.


    무언가 [실미도]에 관한 말을 하려다가, 이분의 기사를 보고 내가 쓰는 것 보다 그 글을 옮겨 놓는게 훨씬 낫겠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보다 훨씬 더 논리정연하게 말씀하셔서 달리 내가 부연할 말이 없다.


     


    충무로는 충무로 키즈의 젊은 피를 빨아먹고 성장한 괴물이다.


    한국 영화 1천만 흥행신화가 쓰여지고 있습니다.


    90년대 중반부터 밀려들어온 헐리우드 유학파 덕분에 한국영화계는 룸톤이란 것도 따게 되었고(90년대 이전 영화들을 보면 뭔가 좀 소리가 빠진듯한 느낌이 들것입니다. 룸톤이 빠져서 그런건데, 자연의 방안에서도 그 방안의 소리가 있습니다. 이걸 그동안 한국 영화는 무시했는데, 이걸 그대로 다시 따서 믹싱할 때 집어넣으면 자연스런 사운드가 생기죠. 유학파들 덕분에 한국에 전해졌지요), 주먹구구의 PD역할도 슬슬 자리를 잡아갑니다. 그 동안 없었던 새로운 시도의 영화도 나옵니다. 멀티플렉스 덕분에 영화산업은 팽창했고, 이제 스크린 쿼터 없어도 되지 않냐는 말이 나올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충무로는 영화가 좋아서 청춘을 불태워보겠다며 불나방처럼 덤벼드는 충무로 키즈의 젊은 피를 빨아먹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충무로는 바로 그 충무로 키즈의 피를 빨아먹고 여기까지 성장해 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피를 빨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드라큐라처럼 끊임없이 젊은피를 찾아 충무로 키즈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돈을 번다는 건 축복이죠, 하지만 하고 싶은 일, 꿈을 위해 일을 한다는 걸 약점으로 피를 빨아먹는건 그닥 반갑지 않은 일이지요.


    달라진 한국 영화를 보며 즐거워 하는 관객들을 보며 저 역시 기쁘고, 행복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데이트 코스로 선택하시는 멀티플렉스의 어디에도 저희들을 위한 자리는 없습니다. 현장 스탭들은 오늘도 충무로에게 피를 빨리는 역할로 만족해야 합니다.


    1천만 흥행대작이 나오는 대한민국 영화판의 이면엔 모래성과 같은 저희들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는 걸 여러분들이 아시길 바라며 제 졸필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충무로 휘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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