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이기적이라 욕해도 좋아요. 그냥 너무 답답해서 쓰고 가요.
나는 내가 남자친구를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 사람도 좋아하지 않는 거면 내가 평생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기는 한건지조차 모르겠어요.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라 길게는 안 쓰겠지만 아주 어릴 적부터 가족과 사이가 심하게 좋지 않았어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거의 십대의 대부분을 집에서 나와 살았고, 가끔 볼 때면 상처만 받았고요. 이십대인 지금은 그 사람들과 엮이는 게 싫어서 등록금도 제가 벌고 있으니 유대감이랄 게 남아 있지 않은 정도에요.
그 영향인지 성격도 많이 어두워서 십대 때 교우관계도 엉망이었어요. 초등학교 중학교는 왕따 정도를 넘어 교내 비상소집회의 열 정도로 심각했고. 명목상으론 피해자였지만 독하고 공부도 잘했던터라 사람들이 피해다니는 수준이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많이 약아졌고(이게 제일 맞는 표현 같네요) 그래서 친구도 꽤 사귀었지만 사람에 대한 불신이 심했어요. 성적은 좋고, 소시오패스같이. 아마 그대로였다면 일베를 했을 거에요.
그러던 제가 고등학교, 대학교 겪으면서 좋은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고 성격이 많이 밝아지고 유해졌어요. 연애가 아니라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는 경험을 처음으로 했던 것 같아요. 엄청 적극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사람도 많이 만나게 되었고요. 하도 사람한테 많이 데이다보니, 사람에게 워낙 신중했고 그만큼 제가 믿은 사람들은 제 믿음을 저버리지 않인 줬고요. 저는 처음으로 가족이 생긴 것 같았고, 그 소수의 사람들에겐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나는 내가 사람에게 신의있게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연애에 대해선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중고등학교 때는 연애라고 해본 적도 없었는데 대학 와서 나름 살도 빼고 꾸미고 하니 연애할 기회는 많았어요. 그런데 누군가에 그렇게 사랑하고 집착한다는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없어서 시작조차 안했어요. 내가 좀 호감가는 사람이 있어도 대쉬해보고 별 반응 없으면 마음이 식어버리고, 철벽 적절히 치면 찔러보는 남자들은 몇번 그러다 제풀에 지쳐 나가 떨어지고.
연애 한번을 못하니 진짜 내가 어딘가 이상한가 싶어 그냥 스물한살 때 적당히 나좋다는 사람 사겼었어요. 그런데 그 사람도 날 두고 재는 사람인거에요. 심지어 연애도 비밀로 하고 싶어할 정도로. 나는 짜증뿐이지 화도 안 났어요. 그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한달만에 내가 끝냈어요.
이번 남자친구도 처음엔 관심조차 없던 사람이에요. 그런데 나는 그렇게 열정적이고 순수하게 누군가를 좋아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그런 사람이 나를 쫓아다니니 너무 겁이 나서 시작도 안 하려고 도망다녔어요.
내가 자기 안 좋아하는걸 뻔히 알았는데 자긴 상관없대요. 남자친구가 아니면 그냥 친한 선배오빠로든 동네오빠로든 뭐든 해주고 싶대요. (니가 남자친구가 생겼는데 걔가 날 싫어하면 못보겠지만, 이라고 말했지만.) 감정적으로 만족을 못주면 밥이라도 사먹이겠다고. 나는 누군가한테 마음으로든 물질적으로든 뭔가 받는것부터가 불편하고 다 돌려줘야 할 것만 같은데.
이럴 바에 연애를 해보자 싶어서 시작했어요. "내가 너를 좋아하는 건지, 네 내게 주는 사랑을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어. 그런데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너밖에 없다면, 너를 좋아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잘 모르지만 한 번 해보려고." 이말 그대로 남자친구에게 말했어요.
남자친구는 저보다 연애경험도 있는데, 내가 저렇게 이야기하니 나보고 쓸데없이 처음부터 너무 겁을 먹었대요. 그리고 자기는, 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게 아닌 바에야 같이 있는 게 미안해서 헤어진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대요.
주변 친구들, 특히 여자 친구들은 그렇게 시작해서 사귀다 보면 네가 더 좋아질 거래요. 저도 그런 친구들을 많이 봤기에 의심 반 믿음 반으로 시작했어요.
처음 연애하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아직도 불안한 것 투성이에요. 짝사랑하던 때처럼 설레는 것은 아닌데, 그냥 좋아요. 사귀기 전에 하지도 않던 화장도 하고 만나러 가고, 같이 있으면 편하고 마음이 따뜻하고. 나한테 남자친구는 중요하고 또 고마운 사람이에요.
그런데 뜨거운 욕심이나 질투는 진짜 모르겠어요. 정말 절친한 친구들한테도 느낀 적이 없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은 크게 잔소리하거나 크게 싸우는 일도 없어요. 막상 친구한테나 남자친구한테나 호구같이 구는 건 아니거든요. 예의없이 끼어드는 여자 때문에 차분하게지만 화도 내고. 그런데 이것도 막 주변에서 흔히 보는 질투라는 감정이라기보단 내가 존중받지 않은 상황에 대해 자존심에서 화내는 건 아닌가 싶고. 자의식이 너무 강한 건지, 매번 상처받는게 두렵다 보니 사람에 대해 '욕심'이 거세되어 버린건지...
스킨십에 대해서도 거부감이나 두려움도 없고 그냥 즐거웠어요. 둘다 화끈한 성격이다보니 진도도 lte로 나갔는데. 나는 그러고나면 남자친구한테 내가 집착하게 될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그냥 이전처럼 좋아요.
나는 내가 무서워요.
내가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르는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은 사랑하지 않는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은데.
좋아하지 않으면 놓아줘.
너 걔 좋아하는 거 맞아?
이런 다그침이 너무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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