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게로 가야할 것 같기도 한데 익명 문제로 고민게에 써서 죄송합니다.
요즘 홍라면이 인기더군요? 그래서 저도 한 번 먹어봤습니다.
평가는 맛있습니다. 뭐 그렇고요.
다 먹고나서 문득 좀 슬픈 생각이 들더군요.
홍석천씨가 커밍아웃을 처음 한 게 제가 아마 초4 쯤이었을 겁니다.
그때는 커밍아웃이란 단어가 뭔지도 몰랐고 홍석천이 마치 죄지은 사람마냥 연일 티비에 나오더군요.
저는 그때만해도 어렸고, 동성애의 ㄷ자도 몰랐습니다.
홍석천은 그냥 시트콤 같은데서 나오는 탤런트 라고만 알았고요.
당시에 전 그걸 보고 '아 저 사람 이상한 사람인가보다..'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홍석천은 제 머리에서 잊혀졌습니다. 저에겐 그냥 작은 해프닝일 뿐이었어요.
시간이 흘러, 제가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남들과 뭔가 다르단 걸 깨달았습니다.
동성애란 단어조차 몰랐던 저 자신이 이성보다 동성에게 더 끌린다는 사실을 점차 알아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더 나이를 먹고서야 동성애란 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제가 동성애자란 걸 그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홍석천이 왜 그때 스스로 죄인이 되었는지를 알게 되었죠.
그래도 전 그나마 행운아인 건지 남들 많이 겪는 '성정체성의 혼란'이라는 건 안 겪고 살아왔습니다.
'내가 좀 다른 건 알고 있지만 어차피 안 밝힐 건데 어때? 나만 좋으면 됐지.' 이런 생각으로 사춘기를 넘겼기 때문인가봐요.
어른이 되고나서
여전히 제 성정체성에는 만족을 하고 있습니다만 저도 사람이기에 불만은 슬슬 생기더군요.
내가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내 부모, 친구들에게 쓸데없이 거짓말을 하며 살아야하며,
왜 난 마음대로 연애도 못하는지(모쏠..안생겨요.. 크흑.. 압니다 저도 오징어인거.),
남들에겐 솔직하길 바라면서 정작 저 자신은 위선자처럼 꽁꽁 정체를 감추는..
제 자신이 좀 가식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현재진행형입니다..ㅜㅜ
아무튼, 원점으로 돌아와서
뭐 물론 석천이형 본인이 커밍아웃을 한 이유야 어찌 되었든간에, 사회에 긍정적인 충격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커밍아웃으로 인해서 아무도 공론화 시키지 않았고, 감히 입에도 올리지 않던 '동성애'라는 테마가 물 위로 떠오르게 된 것이 첫째이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 존재를 알게 되었다는 점이 둘째입니다.
일단 알아야 인식이 좋아지건 말건 하죠. 저도 사춘기 시절까진 동성애와 동성애자의 존재 자체를 몰랐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성소수자로서 성공하고, 원활한 방송활동을 통해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준 점이 셋째입니다.
전 아마 그때 홍석천의 커밍아웃이 아니었다면 우리나라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 더 나빴을 거라고 단언합니다.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하지...
아무튼 석천이형 홍라면 맛있고, 모든 성소수자 여러분 파이팅입니다!
이해해주기는 바라지도 않을테니 그냥 행복하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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