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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219837
    작성자 : 익명aWFoa
    추천 : 0
    조회수 : 280
    IP : aWFoa (변조아이피)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4/10/04 02:36:11
    http://todayhumor.com/?gomin_1219837 모바일
    자퇴하고싶다.



    2학기가 시작한지 한달이 지났다.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자퇴하고 싶다.' 이다.

    작년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여러문제로 휴학을 내고서야 알았다.
    겨우 반년도 안되는 나 혼자의 서울살이를 위해 부모님은 빚을 늘릴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는 사정이었다.
    비싼 등록금, 한달생활비로 우리집 형편엔 맞지 않는 과한 고정 지출. 기타 잡비.
    반올림해서 크게 잡고 생각한다면, 등록금 400, 방값 43, 기타 음식,옷,용돈 50. 400을 내고도 한달에 100만원 가까이가 나에게 투자된것이다.

    (며칠전 이것을 계산하다가 아주 단순화 시켰을때, 우리가족이 한달에 100만원 할부로 물건을 사고 있다고 생각해봤다.
    엄청 단순한 생각으로 보이겠지만 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엄청난 사치품을 뒤집어쓰고 있는셈이다.)


    작년 초, 집을 떠나 서울에서 생활하고, 서울에서 열리는 좋아하는것들을 보고, 친구들에게 약간의 자랑을 하며 신나게 지냈다.
    학점을 생각하지도 않고 대충 수업을 듣고, 과제를 내고, 당연하게도 학점은 2점대를 기록했다.

    여러 사정과 건강문제가 겹쳐 1년을 휴학하면서도 나는 거짓말로 당당함을 세우며 쿨한척을 했다.
    아 하고 있다니까. 짜증을 내면서도 양심에 찔리는 말을 수십번은 내뱉었던것 같다.

    2학기에 복학하면서 부터 마음속이 울렁거렸다.
    자신이 없으면서도 괜찮겠지, 잘될거야, 늘 그래왔던것처럼 무난히 넘어갈 수 있을거라 생각하며 복학했다.

    1학기와는 달랐다. 첫날 같은 강의실의 학생들과 인사한번 못 나누고 조용히 집에 돌아갈때부터, 불안함은 좀 더 커졌던것 같다.
    휴학동안 무엇하나 머릿속에 넣은게 없는 내 상태와는 달리. 진도는 빨라지고 학생들의 기본 실력은 높아진 상태였다.
    나는 멍청하게 교수님을 따라만 하며 모니터를 쳐다보다 돌아오는것의 반복이었다.

    원활하지 못 한 교우관계. 이것또한 생각보다 영향이 컸다.
    외로움이 찾아오자 도피처를 찾아갔다. 나를 알고, 만나고 수다떨며 얘기할 친구들은 있었다.
    좋아하는 아이돌을 보고, 만화를 보고, 카페를 가서 맛있는걸 먹고..

    수업에 조금씩 늦거나 한시간씩 결석하거나 하는 일이 잦아졌다. 교수님에게서 연락이 오고, 부모님께 연락이 가고....
    부모님과의 통화 후 눈물을 쏟아낸뒤론 수업에 빠지거나 하진 않았다.
    단지 전 보다 좀 더.. 답답한 마음으로 수업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전문대학생이다. 부모님이 자랑할만한 서울의 4년제 대학도 아니고, 따지고보면 우리동네의 내가 무시하던 전문대와 비슷할것이다.
    나는 왜 여기 왔을까? 취업이 잘된다는 소리에, 초봉이 좋다는 소리에, 단지 조금 관심있었던 분야이기도 했기 때문에 찾아온 곳.....
    너무나 어리석게 선택할 그런 곳이 아니었는데.....


    나에게 이미 전공은 너무나 버겁고, 힘들고, 스트레스이며, 벗어나고싶은 답답한 옷이 되었다.


    자퇴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좋을지 보이지않는다.
    2학기를 끝내고 학점을 정리한뒤 자퇴하는것이 좋을지
    그냥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쓸모없는 지출을 줄이는것이 좋을지
    부모님께는 뭐라고 말해야할지, 주변의 친척들에겐 무슨 소리를 들을지..........

    아니, 그냥. 다. 필요없고.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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